형형색색의 단풍잎, 바람에 쓰러졌다 일어서는 갈대….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절로 산책이나 산행을 하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최근엔 운동과 건강을 위한 산행이 아니라 동호회·동창회를 통해 주말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많고 골프 대신에 ‘소박하지만 효과적인 산행’ 모임을 통해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도 많다. 등산복을 비롯한 아웃도어 패션이 호황을 누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향신문DB

하지만 동네 뒷산을 오른다고 해도 신경쓰이는 것이 등산복이다. 스티브 잡스는 정장 대신 청바지에 검정 터틀넥만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해도 멋져 보였지만 청바지 차림으로 등산을 가면 안전도 문제이고 남들의 시선도 따갑다. 등산을 가려면 등산용 바지, 등산용 셔츠나 스웨터, 속에 입는 땀복, 등산 점퍼와 조끼에 모자와 선글라스 등 필수품목이 만만치 않다. 좀 더 멋을 부리려면 무늬가 화려한 스카프도 두르고, 등산 양말도 신경써야 하고, 탄탄한 배낭과 스틱도 갖춰야 한다. 필수품목만 갖추는 데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고어텍스 등 특수 소재의 제품을 추동용으로 장만하려면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등산화는 적어도 수십만원대다. 명품 브랜드나 수입제품은 더욱 비싸고, 달랑 한 벌만으로는 안되니 여분의 옷을 구입하려면 한 달 월급을 고스란히 지불하게 된다.

그런데 히말라야 원정대도 아니고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토록 완벽한 등산복과 장비를 다 갖춰야 할까. 동네 산에 가는데 왜 엄홍길씨 등 전문산악인의 차림을 따라야 하는지 모르겠다. 한 아주머니는 “편한 면바지에 동네에서 입고 다니는 점퍼를 입고 청계산에 등산 갔다가 몸이 힘든 게 아니라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 재빨리 내려왔다”면서 “왜들 그리 최고급 등산복을 입고, 명품 선글라스를 쓰고, 화장은 진하게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등산만이 아니라 골프를 칠 때도, 스키를 탈 때도, 테니스장에서도 운동의 본질보다 패션에 더 신경을 쓴다. 100분의 1초 차이로 세계신기록이 나는 수영 선수도 아니고, 빙벽을 오르내리고 혹한을 견뎌야 하는 히말라야 등정도 아닌데 동네 뒷산에 가면서도 완벽한 차림을 갖춰야 한다니 은근히 스트레스가 된다. 야트막한 산에 갈 때는 일상복 차림이면 안될까. 또 등산복은 왜 좀 더 저렴하게 만들지 못할까.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등산을 하는데 산에 오르기도 전에 옷 구입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게 현실이다.

Posted by 유인경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 진이 2011.11.22 07: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0% 동감임니다!!
    저도 여기 스위스에서 2500미터이상급 산에 오를때도 그냥 청바지 입고 오르는데
    그래도 전혀 불편치 않고 아무도 않 쳐다보던데 참.....
    겨울에 스키장 가면 할아버지 스키복을 물려 받았나 싶은 사람들도 쉽게 보는데.....

  2. 김민경 2011.11.22 1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든 게 편한게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편해야 마음이 열리고
    이렇게 등산할 때도 다른 부수적인 것들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
    가장 중요한 것만, 등산만 잘하고
    자연과 함께 하면 되는게 아닐까요?

    편하게 단순하게 사는 것이 젤 좋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