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진들에게 간절한 당부를 드리고 싶다.
 
제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발언을 하시기 전에 어떤 말씀을 해야 하며, 어떤 표현은 하지 않아야할 지를 알려드리란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그래야 가뜩이나 물난리에 태풍, 배추값을 비롯한 고물가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억장이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의 애국심과 국민에 대한 사랑에는 추호도 의심이 없다. 뜨거운 애국심이 없다면 얼마든지 그동안 쌓아둔 명성과 자신의 넉넉한 재산으로 가족들과 해외여행도 하고 즐거운 취미생활도 하며 후반생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으실 분이 굳이 ‘대통령’ 자리에 오르셔서 초등학생들로부터도 ‘쥐박이’란 비아냥을 들으실 리가 없다.

달랑 집 한채만 남겨놓고 수백억대의 전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고도 칭찬은 커녕 비난만 듣고 평소에 고기 한 점 안 드시는 스님들이 광우병 파동 때 거리에 나오는 장면을 볼 떄, 강 근처에 살지 않는 신부님들이 4대강에 반대한다며 전국 순례를 떠날 때 얼마나 속상했을까... 란 생각에 안쓰럽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리 대한민국을 위한 열정과 국민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 흘러도 그것이 ‘말’로 표현될 때 제대로 잘 전달되어야 한다.
 
100여년만에 폭포처럼 쏟아진 비에 집이 침수되어 황망해하는 주민에게 “이왕 이렇게 된 거...”라는 말씀은 맞는 말씀이지만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 이왕 암에 걸린 것, 마음이나 편히 먹으라고 하거나, 아내를 잃은 남편에게 이왕 부인이 사라졌으니(?) 더 젊고 예쁜 여자와 만나란 말은 격식없는 친구 사이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긴 하나 결코 상심하고 낙담한 이들에게 해줄 말, 특히 대통령이 할 말씀은 아니다.



 

이해인 수녀는 자신이 암에 걸렸을 때 다들 찾아와 “기도하세요”란 위로의 말만 할 때 평생 기도로 살아온 삶인데도 너무 짜증나고 답답했단다. 그런데 같은 병원 옆 병실에 계시던 김수환 추기경이 수녀님을 불러 “수녀, 항암치료 하나”라고 묻기에 “그럼요. 방사선도 하는 걸요”라고 답하자 “대단하다, 대단해...”란 말씀을 듣고 너무 위로를 받았단다.

우리가 약해지고 상처를 받았을 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란 객관적인 지침보다는 그저 따뜻한 시선, 어깨를 다독거리는 마음이 전달되는 것이 훨씬 위안이 된다. 그래서 위로의 말에도 준비가 필요하고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이해인 수녀는 강조했다.

양배추 김치도 그렇다.

배추가 워낙 고가여서 직접 담글 엄두를 못내는 국민들이 안타까와 “쳥와대에서라도 양배추 김치를 먹자”는 대안을 내놓으신거다. 아주 순진하고 아이같이 천진한 마음같다.
그러나 양배추도 배추만큼 비싸고, 국민이 원하는 것은 배추를 대채할 재료가 아니라 배추값의 안정인데 왜 그걸 모르는 걸까. 김치 종류만 600종이 넘는데 어련히 알아서 대체식품을 개발할까. 우리는 요리연구가 대통령이 아니라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고, 뭐가 필요한지를 잘 아는 지혜로운 국가 수령을 원한다.
 
네티즌들은 대통령의 양배추 발언에 “빵이 없으면 브리오슈(프랑스의 고급 과자)를 먹지, 왜들 난리냐”란 말을 해서 프랑스 국민들의 가슴에 염장을 지른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유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말씀은 그 분만의 말씀이 아니다. 사석에서 한 말도 온갖 구설수에 휘말리지만 이렇게 국민을 향한 대국민 발언은 당연히 공적인 발언이므로 측근, 특히 청와대 비서진들이 진언을 해야 한다.
대통령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비서진들의 역할이 국민들의 심정이 어떻고 국민 정서가 어떤지를 파악해 제대로 알려드리는 것이고, 국민들에게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해야 국민들이 위로를 받고 희망을 느낄지를 먼저 체감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홍보수석을 비롯한 비서진들은 그런 민심을 전하기는 커녕 ‘마사지’만 했고, 어떤 말씀을 해야 국민들에게 사랑받는지를 전혀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유명 스타들이 시상식 등에 옷을 엉망으로 입고 등장할 때 네티즌들이 ‘코디나 스타일리스트가 (그 연예인의 ) 안티인 것 같다’ 란 댓글을 단다. 내가 보기엔 청와대 비서진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안티인 것 같다. 그것도 아주 지능형 안티말이다.
 
그런 오해나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부디, 제발, 반드시 순진한 이명박 대통령이 뭔가 피력하려 하실 때 꼭 미리 여쭤주길 바란다. 신기하게도 대통령이 침묵하실 때 지지도가 올랐다....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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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장미나라 2010.10.02 06: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청와대 비서관 아저씨들!
    간곡한 권유를 그냥 흘려 듣지마세요.
    이른아침 가족들 잠에서 깨어나기전
    나도 한마디 해 보는겁니다.

  3. 돌쇠 2010.10.03 0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이 묘(?)해서 읽어보다 참으로 통쾌, 상쾌, 유쾌한 글이라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예전에 김영춘전의원이 유시민에게
    "아주 맞는 좋은 말을 참, 싸가지없이 한다"고
    말한것을 읽으며 그의 감각에 수긍하고
    김영춘이란 정치인의 후원계좌에 몇십만원을 입금한 적이 있었는데
    기자님에게는 그럴수는 없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릴께요.

  4. 외 길 2010.10.03 1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침묵하시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맞습니다.

  5. 유인경 2010.10.03 15: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 덕분에 제 블러그 방문객이 많이 늘었네요.
    청와대에 대한 지적이 많아 경향신문을 통 안 읽으신다는 청와대 식구들이 이번에 올린 글은
    읽어주셨음 합니다.
    가장 슬픈게 메아리 없는 외침이니까요...

  6. 짱구(1) 2010.10.03 2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친 소보다 더한 맛을 볼수있는 상황이 도래할수도 있는것을 기자가 가르켜 주고있네...

  7. 짱구(1) 2010.10.03 2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민주당 새 대표가 된 손학규대표님!
    우선 당선을 축하합니다.
    헌데, 내일 당장 김치(금치)와 4대강 사업과의 관련성에 대해 멘트가 있었으면 좋겟네요.

  8. king of king 2010.10.05 2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가 경향신문 기자들의 블러그를 들어가 보라며
    그중에서도 고참 아줌마기자의
    "청와대 비서진은 MB의 안티?"라는
    제목의 글을 강추 하길래 읽어가며
    나도 20여년 언론에 종사하는 글쟁이로서 무릎을 칠 정도로 새삼 깨달았았습니다.
    아! 그동안 내 글은 너무 느끼하게 변질이 되어 있었음과
    옛날 선배들이
    기본에 충실하게 그리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던 그 말들에 인정합니다.
    유기자님, 아주 재밌고 좋았습니다.
    사실 난 유인경기자를 좀 씹던 사람입니다.
    이젠...

  9. 유인경 2010.10.06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를 씹던 분들이 많아 킹오브킹 님이 어떤 분인지 짐작조차 안가는군요,
    그 당장엔 기분이 나쁘지만
    결국 자근자근 씹어주시던 분들 덕분에 제가 많이 부들부들해진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10. 돌쇠 2010.10.06 23: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며칠전 읽어 본 글이 마음에 들어
    DAUM에 청와대 차모들은 필독하라고
    댓글 올리고 다시 찾아와 몇자 적습니다.
    위에 댓글을 보면서 같은 언론인들도 칭찬을 한걸 보니
    세상사 이심전심이란 말이 맞는 말이네요.

  11. 강동민 2010.10.06 2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터넷 기사를 읽다 위의 돌쇠님이 댓글을 달았는데 기자님 글 얘기가 있어 웹서핑으로 찾아와서 읽었습니다.
    제가 최근 읽은 글 중 최고의 글입니다.^^
    읽는 내내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니 웃음 뒤에 오는 허탈함이 아주 크네요.
    한줄한줄 전곡을 팍팍 찌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 주세요.
    전 대리만족 하겠습니다.ㅎㅎ

  12. 김학수 2010.10.06 2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댓글보고 들어왔는데 진짜 재미있는 글이 있네.
    청와대 아저씨들 모두 읽어보세요...

  13. 고수부지 2010.10.07 13: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구절절맞는 말씀만하십니다~짝짝짝!!

  14. 하동길 2010.10.07 2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인경기자는 아침 방송에 가끔 나오던 그 아줌마 맞지에?
    방송에서도 할말만 야무지게 딱 하던데 여도 할말 제대로 했네...

  15. 소나무처럼 2010.10.09 0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치를 좀 적게 먹자는 국회의원이 있었던걸로 아는데
    그분도 답답하니 그런 말을 했겠지만
    한번 더 생각 해 보고
    그런 말을 했어야 했어요...

  16. 라호찬 2010.10.09 2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 있으면서도 허탈 하기도 하고 참 묘한 글이네요.
    많은 걸 생각케 하기도 하고
    이런 단조로운것도 못하나?
    하는 아쉬움도 있는 글이라 몇자 적었습니다.

  17. 돌쇠 2010.10.10 22: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야당의 유명 정치인 하고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어 물어봤지요.
    그 양반 하는 말이
    "역대 대통령중에 현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일을 많이 만들며 열심히 하는것 같다"고
    야당의 대표격인 중진의원의 입에서
    열심히란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말 하기에
    그럼,
    그런 모습의결과와 국민들 반응이 어긋장이니 문제 아니냐고 물었더니
    바로 그게 현 정권의 문제라며 그중 가장 중요한것이 참모들을 지적하더군요.
    맞습니다.
    엉뚱한 일 만들어 노인네 너무 격무에 시달리게 하지말고
    발언도 신중하게 하시도록
    옆에서 잘 들 보필 해 주세요.
    그래야 무리네 민초들이 편안 하답니다.

  18. 모래 2010.11.02 18: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참'아줌마'기자라,고참'아저씨'기자도 참 많을건데 왜 그 분들은 '아저씨'기자로 안 부를까요. 이건 그냥 심심해서 혼자 중얼거리다가 시간도있고해서 적어보는거예요.
    이런 말하면 '못생긴 꼴페미'라고 욕먹을까봐 무섭긴한데 뭐 욕이 내 배 뚫고 들어 오는 것도 아니고.

  19. 유인경 2010.11.02 2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래님의 말씀에 동감합니다.
    저는 본의 아니게 아줌마 기자란 타이틀이 붙었는데요.
    하도 우리 사회가 아줌마를 우습게 알고, 야구르트아줌마, 수퍼아줌마 등으로 불리는 것이 거슬려
    제 스스로가 '난 아줌마다'라고 주장한 겁니다. 그런데 너무 주변에서 아줌마기자, 아줌마기자 하니까
    별로 유쾌하진 않습니다. 물론 할머니라고 안 불러주는 것만도 감사하지만요..

  20. 58chorong 2011.06.20 1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기자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게 되었으며 명쾌하고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님의 글을 자꾸 찾게 하는군요.건강에도 신경쓰시면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솔직한 얘기를 또 기대해볼랍니다.

  21. king size memory foam mattress 2011.12.31 1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치 먹고 세계에서 정말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