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가 확실하긴 한가 보다. 40대 남자 배우들이 텔레비전 드라마를 점령했다고 난리다. 40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신사의 품격>을 비롯해 각 드라마에서 40대 아저씨들이 매력적인 수컷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40대 남자 주인공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맹활약하고 있는 60대의 노주현, 한진희, 이영하, 이덕화 등은 20여 년 전에도 조역이 아니라 주역, 20대 여배우의 연인으로 등장해 “영란이, 날 믿지?” 등의 느끼한 대사를 했다. 남녀 배우의 나이 차가 20여 년이 넘어도 아무도 시비 걸지 않았다. 



SBS ‘신사의 품격’




최근 40대 여배우들의 부상이 눈부시다. 예전 같으면 엄마, 이모·고모 역이 대부분이던 중년 아줌마들이 당당하게 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를 비롯해 고현정·김혜수·김희애 등은 모두 40대다. <아이두 아이두>의 주인공 김선아도 38세다. 이들은 주부들이 즐겨 보는 아침드라마가 아니라 주말극과 주간드라마에서 출연한다. 억척 아줌마의 애환을 그린 것이 아니라 당찬 커리어우먼에 연하남에게도 인기만발인 매력적인 존재다. 얼굴과 몸매를 봐도 전혀 20~30대 여성들에게 기죽지 않는 팽팽하고 반짝거리는 피부에 S라인들이다. 



‘아이두 아이두’ 김선아



이렇게 마흔 넘어도 잔주름 하나 없고 처녀처럼 보이는 몸매를 유지하는 여성을 나우족(New Old Women)이라고 한다. 58년 개띠인 마돈나와 샤론 스톤, 그리고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들이 대표적이다. 각종 성형수술과 피부관리, 고급 화장품과 헬스클럽의 개인 트레이닝 등으로 “죽어도 못 늙는다”를 고집하는 중년여성들이 이제 연예계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됐다.


무엇보다 미용패션업계에서 그들을 열렬히 환영하며 갈채를 보낸다. 성형외과에 가보면 한번 시술에 수백만 원짜리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이거 황신예, 고현정씨가 다 한 거에요”라고 설명한다. 화장품사도 마찬가지다. 고현정 크림, 김남주 오일, 김희애 에센스 등 아예 연예인 이름으로 불린다. 오죽하면 김남주 소속사에서 “김남주씨는 밤에 오일을 바르지 않으니 바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란 메일을 보냈을까. 패션업계에서도 비교적 경제력이 있는 중년 여성층의 눈길을 사로 잡고 지갑을 열게 하기에 40대 여주인공들에게 아낌없이 협찬한다. 아이유의 원피스는 따라 입지 못해도 김희애의 수트는 입을 수 있다는 도전정신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김남주



그동안 30대 중반만 되어도 어울리는 역할이 없어 탁월한 재능이 있는데도 사라지는 여배우들에 비하면 이들은 확실히 행운아다.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옳은 일이다. 하지만 숱한 중년여성들이 드라마를 보고 극의 감동을 느끼기보다 “나도 아무개처럼 보톡스를 맞을까”란 유혹에 빠질까 걱정스럽긴 하다. 나부터 갈등이 시작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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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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