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받은 하얀 광목에 매료”… ‘화이트 셔츠’로 궁극적인 멋

한 패션평론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샤넬에게 ‘트위드 재킷’이 있고, 영국의 비비안 웨스트우드에게는 ‘뷔스티에’(허리용 코르셋)가 있다면 한국의 디자이너 진태옥에게는 ‘화이트 셔츠’가 있다”고 했다.


                                                                              사진 김창길 기자

진태옥 선생(76)은 지난 45년여간 ‘프랑소와즈’란 고급의상과 20대를 위한 ‘컬리지스트릿’, 어린이옷 ‘베베 프랑소와즈’ 등 다양한 브랜드의 옷과 인테리어전문점 ‘테홈’도 만들었지만 그를 상징하는 것은 화이트 셔츠다. 항상 흰 셔츠를 즐겨 입고 지난해 7월에는 그의 ‘화이트 셔츠’를 주제로 한 독특한 패션쇼 무대를 열기도 했다. 스타들이 그의 셔츠를 입고 무대에 섰고 사진작가들이 그의 작품을 찍은 ‘헌정 패션쇼’였다.

“화이트 셔츠는 제 디자인의 세포입니다. 첫번째 파리 컬렉션도 모두 화이트 셔츠로 구성됐고 그동안 패션쇼 컬렉션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화이트 셔츠가 항상 등장했어요. 가장 단순하지만 궁극의 멋을 지닌 화이트 셔츠의 매력은 끝이 없어요.”

그가 화이트 셔츠에 처음 매료된 것은 60년 전인 한국전쟁 때다. 가족과 제주도에 피란간 열여섯 소녀는 남루한 진흙집에서 우연히 누가 빨아 걸어놓은 하얀 광목 셔츠에 햇살이 비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감전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햇살에 드러난 광목의 소재감, 소박한 셔츠의 단순한 선이 그 어느 옷보다 감동적이었다. 고급 스테이크가 아니라 정직한 밥에서 풍기는 본능적인 식욕과 충족감을 느꼈단다. 그후 서울로 돌아온 그는 패션디자이너,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계의 대모가 됐다. 국내 최초의 컬렉션인 스파(SFAA)컬렉션의 창립자이자 초대 회장이면서 90년대에는 파리컬렉션에 진출, 한국패션의 위상을 드높였다.

지금도 해마다 두번 컬렉션을 갖고 놀라울 만한 신선한 감각으로 후배들을 자극한다. 패션디자이너 박윤수씨는 “항상 열정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진 선생님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최근 소비자와 패션쇼 관객들의 수준과 안목이 너무 높아져 옷만들기와 패션쇼 구성에 고민이 깊어간다면서도 그는 세계 곳곳의 미술관, 박물관을 다니며 새로운 영감을 얻고 매일 운동으로 체력도 다진다.

“나이가 많다는 건 축복입니다. 삶에 축적된 게 그만큼 많다는 뜻이죠. 젊은이들이 디자인에 신경쓸 때 전 단순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옷이 갖고 있는 ‘얼’과 정신을 표현하려 해요. 이젠 옷도 스토리를 파는 시대가 됐으니 저처럼 오래 살아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팔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묘안석처럼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는 진 선생은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제시할 뿐이고 자기 일과 삶에 충실한 사람의 태도가 그 옷의 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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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국천 2010.10.24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을 찾습니다!!
    27년전 반포 뉴-코아에서 프랑소아즈 매장을 운영하던
    경남여고 출신의 (모)씨를 찾습니다.
    유기자님이 혹시 찾아 주실수 있는지요?
    이유는 제게 무척 친절하셨던 분이라서요...

  2. okspak 2011.02.17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태옥선생님.....항상건강히고 좋은날만이 있으시기를.....

  3. 흔한수기 2011.04.27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린시절 선생님의 옷을 즐겨 입고 좋아했는데...지금도 가끔 매장엔 들리지만
    옷 매무새가 나지않아서 선뜻 선택하지는 못해도...변하지않고 이어지는 멋과 독특함이
    저를 지금도 설레게 하네요. 살좀빼고 언젠가는 입을 수 있겠지????????kimis

  4. 유인경 2011.04.27 13: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 어릴 때 좀 사셨군요.
    그때나 지금이나 진태옥 선생님 옷은 고가쟎아요.
    전 그냥 보고 부러워하면서 동대문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죠. 흑흑

  5. 흔한수기 2011.04.27 1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침없는 솔직함과 꾸미지않은 직선적인 글귀에 대리만족 느끼면서 반갑게 읽고 있어요.
    진솔한 글을 만나기가 요즘엔 쉽지 않아서요. 반가워요.

  6. king size memory foam mattress 2011.12.31 17: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는 매우 우아한 모양 좋은 스피커 정치인처럼 자신의 견해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