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사진)>를 보면서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고화질 텔레비전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 드라마 여주인공인 송혜교의 피부는 비현실적으로 투명하고 아름답다. 송혜교는 한국 나이로 서른두 살인데 아기 피부처럼 깨끗하고 고와서 대체 화장발인지, 조명발인지 혹은 의학의 힘 덕분인지 궁금하기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각장애로 눈을 못 보는 데다 뇌종양 증세로 시한부 삶을 살지도 모르는 송혜교와 억울하게 70억원대의 빚을 져서 시한부 안에 돈을 갚아야만 하는 조인성의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둘째 치고 포털사이트의 주요 검색어가 송혜교 피부와 립스틱 등이다. 네티즌의 반응도 “어쩜 저렇게 피부가 맑고 예쁜지”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크리스털에 옥구슬이 구르는 듯…” 등 송혜교의 피부에 대한 감탄과 더불어, 대체 어떤 화장품을 쓰며 세안 비법은 무엇인지를 궁금해한다.





HDTV, 즉 첨단 고화질 텔레비전으로 진화하면서 이젠 연기자들의 피부가 연기력만큼이나 중요하게 됐다. 작은 상처, 뾰루지, 주름 등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특히 젊은 연기자들은 철저한 피부 관리는 물론 피부과나 성형외과의 시술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20대 초반의 아이돌조차 우유주사를 수시로 맞으면서까지 박피나 레이저 시술을 받거나 자가지방 이식 등으로 팽팽하고 귀여운 모습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쓴다. 그들도 다른 연예인의 우월한 피부에 충격을 받는단다.


어디 연예인뿐인가. 정치인들 역시 수시로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니 어떤 여성 정치인은 1억원짜리 피부과에 다녔다고 구설수에 오르고, 남성 정치인들도 은밀히 주름살 제거 등의 성형수술과 피부관리를 받는다. 심지어 토크 프로에서 맹활약 중인 요리연구가 이혜정씨도 방송에서 “물광 피부 시술을 받았는데 알고보니 프로포폴 주사도 맞았더라”고 고백했다.


좀 칙칙해도 건강한 피부면 만족하고 살던 일반인들조차 송혜교나 고현정의 피부에 자극을 받아 그들이 CF 모델로 나오는 화장품을 구입하고, 인터넷을 뒤져 연예인이 자주 간다는 피부·성형외과를 찾는다. 아마도 그 비용은 연간 수천억원대가 넘을 것이다. 그런 노력과 돈 덕분에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작용 사례는 더욱 심각하다.


식물의 신비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고화질 화면으로 보는 것이 좋지만, 드라마는 옛날의 무딘 화면이 더 고맙고 그립다. 과거엔 송혜교의 피부와 내 피부를 비교하며 좌절하고, 또 피부 상태가 안 좋은 등장 인물 때문에 짜증이 나거나 드라마에 몰입하지 못 하는 일은 없었으니 말이다. 때론 기술의 발달이 편리하긴 해도 행복도보다는 불행도를 더 높이는 것 같다. 서른두 살 송혜교까진 이해하겠는데 43세 오연수나 51세 황신혜는 대체 왜 저렇게 피부가 좋단 말인가, 아니 왜 저렇게 화면에 곱게 나온단 말인가.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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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3.04.14 18: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겨울 같은 경우는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 쓰는 카메라와 장비로 촬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송혜교 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자들도 평소보다 훨씬 정돈된 피부로 나오죠. 근데 그걸 생각하고 봐도 일단 눈에 보이는 게 워낙 강력하니 ㅋㅋ 연예인들의 피부, 외모를 따라잡으려는 분위기가 대세인 거 같아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