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명문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을 만났다. 기특하게도 한국에서 병역 의무까지 마친 개념있는 청년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다.

 

“금융회사에 들어가려고요. 전공도 경영학이고...”

 

세계 경제가 암울하고 당분간 밝은 전망이 안보인다는데 펀드매니저나 금융컨설턴트가 만만한 일은 아닌 것 같아 그의 꿈과 최종 목표를 다시 물었다.

 

“뭐.. 그냥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돈이 있어야 꿈과 계획도 실천할 수 있으니까요.”

 

 

경향신문DB

 

그 청년은 부모님이 모두 전문직인 비교적 여유있는 집안이라 뼈에 사무치게 돈에 대한 한이 있을리도 없고 외제수입차라거나 명품 장신구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왜 그렇게 돈돈돈 할까.

 

“일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월급이나 연봉이 신분증명이 되는 시대고, 돈이 없으면 사랑도 효도도 힘들 것 같아요.”

 

그 청년에게 돈보다 귀한 것, 소중한 가치가 많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20대에는 돈보다 인문학적 소양을 더 길러야 하고, 돈을 벌기보다 지식과 지혜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진심어린 충고도 노파심으로만 여겨질 것 같았다.

 

하지만 걱정은 됐다. 과연 돈으로 그가 추구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돈만 있으면 행복이 옵션으로 따라올까... 우리나라는... 너무 똑똑하고 공부도 잘 하는 이들이 모든 목표를 돈벌기에 두는 것 같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경영학과나 의과대학, 한의과 대학 등에 들어간다. 혹은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라도 간다.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도 왜 연예인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대중들에게 제 노래와 연기로 기쁨과 행복을 주고 싶어요”란 말 대신에 “돈을 많이 벌잖아요. 지드래곤도 음원 수입만 해마다 수억원을 번다고하고, CF 출연료만도 어디에요”란 답을 한다.

 

 

가수 G-드래곤

 

문제는 이처럼 머리 좋고 영특한 영재들이 무사히 의대나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고 금융권에 들어간 후의 일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료보험 등으로 생각만큼 높은 수입을 벌진 않는다. 한의사의 경우 비아그라와 홍삼의 등장으로 보약 판매도 줄었단다. 그토록 어릴때부터 죽자살자 공부를 하고, 그 힘들다는 명문대 의대와 상대를 졸업했는데 21세기엔 그 어느 직업이나 직장도 평생 고용, 혹은 확실한 부를 보장하지 못한다. 그러니 단시간에 빨리 돈을 벌어야한다는 초조함과 강박의식이 생길게다.

 

미국에서 금융대란이 일어나고, 펀드가 폭락한 이유는 미국 나사에서 일하던 수학자와 금융권의 천재들이 숫자놀음으로 펀드를 만들어 그것이 마치 엄청난 부를 가져오리라도 믿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제는 심리이고 생물이어서 그렇게 수학 공식이나 숫자논리도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 나라의 다른 변수들, 지진 등의 천재지변, 지도자의 리더십 등이 다 복합되었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

 

20대 중반의 펀드매니저나 금융컨설턴트들이 수십억원대의 수익을 챙기며 호화 빌라와 요트 등도 사고 페라리 등 고급 승용차를 타고 월스트리트를 달리는 모습은 이제 사라졌다.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의대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전공한 머리좋은 의사들은 정말 놀랄만큼 새로운 성형수술법과 시술법을 만들어낸다. 보톡스. 울트라셀, 레이저토닉, 양악수술, 지방자가이식... 머리 두상을 바꾸는 것부터 발가락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머리어깨무릎발...을 성형수술에 의지하게 만든다.

 

휘어진 코나 교통사고나 공장에서 잘려나간 손 등을 묵묵하게 접합해주고, 재건수술에만 매달리는 의사들은 이제 대학병원에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각종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성형술과 피부시술을 개발해서 부를 축적하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변호사들은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며 억울한 사람의 눈물을 닦아두는 대신에 기업합병, 재벌가 소송, 재산분할 소송 후 성공보수금 등을 노리는 이들이 더 많고 검사 판사를 지낸 분들은 수십억원대의 스카우트 비용을 받고 로펌으로 온다. 그리고 “아, 이 검사. 나야 김선배.”라며 전관예우의 특혜를 노린다. 그래서 검사들이 재벌과도 연관되고 X파일 등이 탄생한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행복할까.

 

서울의대 출신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거의 알콜중독 수준이다. 평소엔 정말 신사인데 술만 많이 마시면 태도가 돌변한단다.

 

“아우, 18. 내가 쌍꺼풀 만들고 여자들 가슴 키우려고 그 어려운 공부를 했냐. 그리고 왜 그렇게 사이코같은 환자들이 많아.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젠장...”

 

사람들을 자신의 손으로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보람만큼 자괴감도 크기 때문이겠지만, 그의 술주정이 그만의 고민은 아닐게다.

 

명문대 석사 출신으로 대기업 홍보부에서 일하는 한 남성은 곧 퇴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확실히 친구들에 비해서 연봉은 높아요. 대기업이니 사원복지도 좋죠.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은 회장 일가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챙기는 일이에요. 오너는 우리에겐 거의 신이죠. 뭔가 나쁜 기사라도 나오면 그걸 막느라 난리를 쳐야햐고, 사건이 터지면 그걸 수습하느라 야근을 밥먹듯하고.. 아들 얼굴도 제대로 못보면서 돈을 벌면 뭐합니까. 가끔은 내 영혼을 저당잡힌 느낌이에요. 이젠 좀 내가 좋아하는 일,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나는 부모들이 무조건 아이들에게 의사되라. 변호사되라, 무조건 대기업에 들어가라  등등 특정 직업만 강요해 기획상품으로 키우지 말기를 바란다. 국제중학, 특목고 등을 만든 목적도 영재들을 일찍 발굴해 국가 인재가 될 전문가를 만드는 것일텐데 결국 서울대나 외국대학에 들어가는 수단으로 전락했고. 실제로 서울법대와 의대 등에도 외고 출신들이 많다. 모든 인재가 의사나 변호사, 금융인이 되면 그게 멋진 사회일까. 

 

파스칼같은 수학 천재도 있어야하고, 물리학자도 많이 탄생해야 하고, 고고학에 평생을 바칠 인재들이 많이 나와야 그들의 삶도 행복하고  우리나라도 기초 과학이나 인문학이 발전해 진정한 문화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그 좋은 머리로, 그 훌륭한 유전자와 집중력으로 자신도 행복하고 타인의 삶도 풍성해지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지난 겨울에 화분에 심어둔 튜울립이 너무나 황홀한 분홍빛으로 피어난 것을 보면서 난 너무 행복하다. 이건 절대 돈으로도, 권력으로도 누릴 수 없는 기쁨이다. 나이들수록 직업과 돈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머리나쁜 이들이 넘치는 부를 누려도 곤란하지만, 머리 좋은 이들이 너무 돈만 추구하는 세상은 더욱 무섭다. 돈돈돈하는 이들에게 죽어서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저승길에는 주머니에조차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다. 가져갈 것은 오로지 그동안 가족이나 지인들과 나는 행복한 추억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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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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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존재기쁨 2013.03.08 16: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천번 만번 지당하신 말씀...그런데 그게 그게...
    실천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고장나고 천박한 자본주의 최첨단의 나라에서
    초연하게 산다는거...도를 튼거죠...ㅎ
    유기자님 바깥 분과도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고 계시죠...
    따님은 말할것도 없이 최고의 행복이니 제외하고..ㅎㅎ

  2. 이수경 2013.03.08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에^^*
    기자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저도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고 자주자주 다짐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지만...그래도 돈의노예가 되지 말고, 돈 때문에 우울해 하지 말고 돈에 휘둘리지 말자고...다짐합니다.
    천만원 가까이 손해본 펀드는 인생 공부한 셈 치자고 수없이 되내이며.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고 위로 합니다 ㅋㅋㅋ

  3. 안해화 2013.03.09 14: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기자님 ! 항상 글 잘 읽고 갑니다. 이모든 세상살이가 머니가 전부가 아닌데 왜 그런지 사람들이다들 넘 이기주의적인것 같아요. 여자들은 넘 외모 지상주의 같고 , 사람 됨됨이 보단 무조건 지식만 자식에게 투입시키려 하고, 저 자신도 반성 많이 합니다. 많이 베풀면서 제 자녀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됐으면 하고요....

  4. 리다 2013.03.09 1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말씀에 백번 공감합니다.
    제가 몇년 전 밤새고 일하다 응급실에 간적이 있는데
    이대로 죽거나 못일어나는거 아닌가 싶더라구요,
    그때 떠오른건 실패한게 아니라 마음 먹었는데 못했던 것들이었어요
    아프리카 여행, 조카와의 해외 여행, 그걸 못한게 후회되더라구요
    링겔맞고 한시간 동안 누워 있다 퇴원했지만
    그 다음해에 돈 모은거 싹싹 긁어 아프리카 여행하고
    그 다음다음해에 사랑하는 조카와 싱가폴 여행 다녀왔더니
    이젠 별로 아쉬운게 없어요.
    그때 아팠던게 큰 삶의 교훈이 되더라구요, 왜 내가 성공을 못했을까? 돈을 더 모으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은 하나도 안 들더군요.
    하고 싶은것 지금 하고 살아야겠어요

  5. 꽃사슴 2013.03.10 1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요.자식이 하고 싶은일을 할 수 있게 즐겁고 작은것에도 만족하며 살수 있게 부모들의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으로 바른 가정교육이 중요해요.

  6. 하지만 2013.03.11 14: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 추억,,그리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돈이란 것은 참..필요조건이라는거..
    차한잔 마시고 밥먹으려 해도 다 돈인 이 세상

  7. 손소연 2013.03.13 1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는 삶의 기준을 ,,,행복의 기준을 바꾸어야 할 것 같아요. 돈을 벌기위해서 돈에 집착하느라고 소중한 것들을 너무 많이 잃었으니까요.
    소박한 일상속에 행복이 편안함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8. 기원섭 2013.03.15 0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는게 뭔지,
    이리저리 뛰다보니, 모처럼 여기 들렀어요.
    그런데, 오늘 여기서 또 하나 대박을 건집니다.
    빨갛고, 노랗고, 그렇게 조화롭게 아름다운 듀울립 꽃밭요.
    제가 만년에 머물려고 마련한 내 고향 농막 텃밭에 그 꽃밭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작정을 했거든요.
    고맙고, 고맙고, 늘 고맙습니다.

  9. 수리향 2013.03.23 15: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특묵고 입학시키고 공부도 어지간히 했는데 영화학과를 간다는 딸과 많이도 싸웠습니다.
    부모이기에 졌습니다.
    아이가 행복해하면서 영화를 공부할 때는 저도 잘햇다고 자부심을 갖었습니다.
    그런데 재수하는 친구들에게는 경영을 공부하면 취업은 잘된다고
    약간은 후회하는 듯한 말을 하는 걸 옆에서 듣고 부모가 대학 전공 선택할 때
    더 강한 거부를 하지 않은 것이 잘못한 것인가 후회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너무 먼길을 왔기에 본인이 선택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기위해 여러가지 스팩을 쌓는데 부모인 나도 본인도 혼란스럽습니다.
    유 기자님 말은 백번 옳지만 현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복지 혜택 차이로 삶이 달라지거든요.
    소소한 행복을 찾아 그냥 살기에는 아직도 욕심이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나봅니다.
    그 욕심, 욕망을 빼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