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상파에서도 ‘19금’의 봉인이 풀릴까. 심야의 특선영화에서나 보여지던 19금 등급이 이제 지상파의 예능오락 프로에도 등장했다. SBS의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는 19금의 전문가(?)인 신동엽을 비롯, 윤종신·김희선이 진행자로 나서 세대별 속마음을 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지난주엔 김희선이 “속궁합이 중요하느냐”는 발언을 해서 출연자들이 뻘쭘하고 어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권오중은 한 프로에 출연해 “1주일에 3번은 아내와 성관계를 한다”며 잠자리 자랑(?)을 하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상스럽다” “저속하다” “가족끼리 보기 민망하다” 등 시청자들의 비난이 마구 쏟아졌을 텐데 큰 반응이 없다. 이미 케이블이나 인터넷에서 19금 시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tvN에서 미국 프로그램의 판권을 사들인 후 만든 <SNL코리아>는 본격적으로 19금을 표방했고 시즌2가 시작되자 이영자, 유세윤, 손담비, 최여진 등이 과감한 발언을 하고 코믹연기를 보여줘 화제가 되고 있다. 또 MBC 뮤직 <하하의 19TV 하극상>, QTV <강예빈의 불나방>, KBS W <여자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식당> 등 성인전용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고 있다.




SBS ‘화신’.

시청자들은 이제 미디어 빅뱅으로 더 이상 지상파와 케이블의 영역 구분에 관심이 없고 뒤늦게 나선 ‘종편’들이 시청률 전쟁에 가세해 보다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19금 프로의 양산 원인이다. 또 이미 케이블채널이나 인터넷 등에서 <섹스 앤더 시티> <가십걸> 등의 성인 드라마를 본 데다 유튜브에서 온갖 동영상을 다 경험한 이들에겐 괜히 키스만 하거나, 샤워신만 보여주는 것으로 성관계를 암시하는 지상파 프로그램이 촌스럽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회사원 김석재씨는 “현실에선 공직자가 혼음파티를 열고, 연예인이 미성년 성범죄를 일으키는데 방송에서 괜히 내숭 떨고 유교주의 정서를 못 버리는 것이 더 코미디”라고 말한다. 주부 이민아씨도 “지상파 드라마에선 불륜이 난무하고 출생의 비밀에 살인범이 영부인이 되는데 예능프로에서 성적 농담을 하는 게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관대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10여년 전, 구성애씨가 방송에 등장해 ‘아름다운 우리들의 성 이야기’란 주제로 청소년 성교육을 말했을 때 부모들은 얼굴이 빨개졌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아유, 너무 올드하다”며 코웃음을 지었다. 성인들은 하루 24시간 중 3분의 1인 8시간을 잠자리에서 보내는데 방송에서의 대화는 언제나 나를 이끌어준 멘토, 시련을 딛고 일어선 계기 등의 교훈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거나, 성형고백 등의 충격 고백만 늘어놓는 것보다는 터놓고 성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진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성적인 대화나 농담을 얼마나 세련되게 표현하느냐가 아닐까. 그리고 19세 이상이 생각하고 원하는 것이 꼭 성적인 문제만일까. 고령화시대에 곧 65금 등의 프로도 나와야하는 건 아닐까.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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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원섭 2013.04.04 1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옳은 말씀,
    65금에 막 들어선 제 귀가 다 솔깃해집니다.
    할말 참 많거든요.
    그럼에도 또 더 할말을 만들려고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녀왔어요.
    동과 북과 서를 한바퀴 도는 15일 일정이었는데, 제게 있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지요.
    까마득한 절벽의 중간길을 걸으며 무서워서 울었고, 바로 눈앞에서 2000여 미터를 거의 수직으로 솟은 바위돌 하나로 된 어머어마한 산줄기를 대하고는 가슴이 미어져 울었고, 저와 같은 몽고 혈통의 아이가 왜 그 먼 곳까지 가서 코찔찔이가 되어야 했는지 그 민족이동의 아픔을 그려보며 울었고, 해발 5,416미터의 초롱패스를 넘어가면서 신의 창조의 극치에 감탄해서 울었고, 고소에서 숨을 쉬기 어려워 울었고, 그 고개 넘느라 다리병 나서 아파 울었고, 침낭이니 핫팩이니 고소모자니 미싯가루니 해서 입을 것 먹을 것 챙겨준 아내의 손길을 생각하면서 울었지요.
    감동과 깨우침이 하나로 어울어진 파노라마의 시간들이었지요.
    오늘 우리 유기자님의 남자인 조영남 성님의 콘서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있다고 했어요.
    혹 거기 오시나요?
    오시면,
    저도 한 번 가볼까 하고요.
    조영남 성님이 지난번 유기자님의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이라는 신간 출판기념회에서 부르신 '꾸꾸루꾸꾸 팔로마'도 듣고, 보태서 유기자님에게 구수한 차 한 잔 사드릴까 하고요.
    늘 이렇게 우리들 내심을 콕 콕 찔러주시는 글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