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수록 중요한 것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같다.

사소한 일에 분노하지 않고, 남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 평정심의 기본이다.


평정심은 남과 내가 다름을 인정하는데서 비롯된다.  나와 이념과 취향이 달라도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에 “아,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갖고 있구나”라고 받아 들이면 된다. 내가 노란 개나리인데 같이 봄에 핀 친구인 하얀 목련에게 “넌 왜 노랗지 않고 하얀 색이니?”라고 시비를 걸어서는 안되듯 말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일에는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화도 잘 안내려고 하는데...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고서는 화가 났다. 


첫번째는 윤 후보자의 답변 태도에, 두번째는 윤 후보를 ‘모래속의 진주’라고 칭찬하며 추천했고, 여야를 막론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할 예정이라는(4월 8일 현재 상황)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주장에는 한마디도 못하는 측근들에게다. 


5천만 국민 중의 하나인 내가 흥분하는 것은, 우리 동네 시내버스가 예상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하는 것보다 의미없는 일이지만, 이번에 내가 화를 내는 사건은 나의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다. 

윤진숙 후보는 매우 이 정부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여성에게는 매우 상징적인 인물이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익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여성 대통령’을 내세웠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이며 여성의 능력이 제대로 평가되고 발휘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여성의 섬세함, 부드러움, 어머니 마음도 수시로 강조했다.


진보적인 성향의 한 대기업 여성간부도 여성대통령이란 말에 “그래도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 여성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고 공평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박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했다. 또다른 여성은 “우리니라 국회에서 남녀 화장실 숫자에 관한 관련 법안이 나온 것도 여성 국회의원들의 숫자가 늘어난 덕분”이라며 “외무고시도 70% 가까이 여성이 합격하는데 글로벌시대에 여성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됬다”고 박대통령의 당선을 기뻐하기도 했다. 

다들 자신의 영달이 아니라 전체 여성, 그리고 양성평등이 되어 발전할 나라를 기대했다. 남성들의 자리나 밥그릇을 뺏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모래 속에서 오래 감춰진 진주가 드디어 드러나서 빛을 발하기를 기대했다. 그게 누구건 말이다.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 후보 명단에 여성들이 잘 보이지 않았을 때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여성 수상이나 여성 대통령 시절에 오히려 “여자라서 여자들만 등용한다”는 역차별이란 비난과 편견을 받기 싫어서 능력있는 이들을 젠더에 상관없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프랑스의 올랭드 대통령은 남성이면서도 여성 각료를 전체의 반이나 임명했다.  


그런데 이 정부의 여성 장관 후보 2인 중 1인인 윤진숙 후보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 했다. 


흙속인지 모래더미인지 모르지만 일단 그 동안의 행보가 거의 매스컴에 나타나지 않은 은둔형(?) 인사인것은 좋은데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가 여성 인재의 상징적 인물치고는 해도해도 너무 했다. 그가 남성이었더라면 아마 더 욕을 먹었을게다. 그나마 국회의원들이 여성후보자여서 존중해준 것 같다.  


40여일 이상의 준비 기간이 되어 있었는데 그 사이에 준비한 것이라곤 헤어스타일과 화장뿐인 것 같다.


뭘 물어도 '잘 모르겠다', '그건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등등이다. 시간이나 자료부족을 변명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초등학생들도 시험을 앞두고 당일치기 초치기를 해서라도 순간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시험 단원을 파악하는 노력을 한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 출마할 떄도 몇날며칠을 연습한다. 


물론 난생 처음 청문회 자리에 서면 떨리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할 것이다.

한 장관은 청문회 당시를 회고하며 “막상 그 자리에 서면 정말 준비한 자료도 눈에 잘 안 보이고, 국회의원들의 질문 소리도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윤진숙 후보는 그 길다면 긴 장관 청문회 준비 기간 동안에 업무 파악도 안했고 무엇보다 답변 태도가 불량했다.  


너무도 담대하다 못해 뻔뻔하고, 너무도 청문회를 조롱하는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인터넷에서 “개그콘서트보다 더 웃긴 윤진숙 청문회” 등의 동영상이 떠돌아다닐까.


잘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하지만, 뭘 물어도 “그건 잘 모르는데..”라며 키드득 거리고, 허허허 너털웃음을 웃고, 큭큭거리며 묘한 웃음소리를 내는 등 다채로운 웃음의 향연과 독특한(?) 정신세계를 보여줬다.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해양수산부 직원들에게 자료를 지시하지도 않고, 그저 배짱만 있는 사람이 어떻게 정부 부처를 관리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더구나 해양수산부는 우리나라의 미래의 자원, 21세기 국가 먹거리를 창출하는 기관이고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너무 첨예한 기관인데 그때마다 “모른다” “하하하” 등으로 넘길텐가. 


박대통령은 윤 후보가 다른 남성 후보처럼 군대 병역 문제도 없고, 수백억대의 자산도 없으며, 탈세를 하지 않았다고 깨끗한 인물에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일까. 


지난 5일 윤진숙 해수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할지 국회에서 상임위 회의가 열렸지만 보고서 채택은 무산됐죠./경향신문 DB

그날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도 “이런 후보는 처음 본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과거 탈법 불법도 문제이지만, 장관직은 청렴도만큼 중요한 것이 그 분야의 전문성이자 부서 장악력이 아닌가.


많은 이들이 이 정부에선 박 대통령의 수첩에 이름이 적혀야 한 자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수첩에 적히려면 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혜안이 뛰어나다고 해도 어느 장소에서 일별하거나, 한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거나, 포럼에서 발표하는 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재능과 역량과 리더십을 잘 알 수가 있을까. 


그리고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데 그 수많은 여성 가운데,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한 여성인재도 많은데 꼭 수첩에 적힌 명단에서만 활용해야 할까. 설마 박 대통령이 윤진숙 후보와 만났을 때, 그 호방한 웃음에 반해 이름을 수첩에 기록한 것은 아니길 바란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웃음에 이렇게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는 것은 처음이다. 


윤 진숙 후보는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 무엇보다 국가를 위해서 자진 사퇴하는게 옳지 않을까. 그래야 앞으로 그도, 우리도 진정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도 앞으로 장관 보고를 받을 때마다 윤 후보의 “잘 모르겠어요. 하하하, 큭큭큭”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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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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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여경 2013.04.10 11: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인경기자님의 이 블러그 글을
    박대통령님께서 한번 읽어 보시게 할 장관이나 참모들이 한사람이라도 있는지요?
    박근혜정권에 몸 담고 나라에서 주는 봉급을 받는 고위 관료님들께 묻고 싶네요.

  2. 존재기쁨 2013.04.10 15: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답답한 뇌와 사람을 보는 눈...자신보다 잘난 여자는 안쓰는 할매 질투심도 아니고...
    일국의 대통령이..그리도 인재가 없어서...
    최첨단 시대에 그넘의 고리타분하고 구식인 수첩이 가장
    큰 문제네요....참...ㅉㅉ

  3. 꽃사슴 2013.04.11 21: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성대통령,여성장관,다 좋습니다. 그 자리에 맞는 기본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적어도 수첩만 들고 정치하겠다는 건 아니겠지요. 자기가 부족한걸 웃음으로 덮으려는 그런 뇨자가 장관자리에 앉으면 과연~~

  4. 동백나무 2013.04.11 22: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날 그 모습을 보며 무척 실망했었어요.
    그리고 제 주위 사람들도 한결같이 어이없어 하더군요.
    박근혜정권이 잘 되기를 바라는삶으로써 무척 안타깝네요.

    왜냐구요?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5. 나무사랑 2013.04.12 21: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기자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모르쇠와 코웃음으로 일관하는 그여자를 보면서
    아무런준비없이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와모습에
    놀랐습니다. 무엇을 보고 발탁했는지 어이상실에
    자리보존만 하고 때맞춰 승진하고 운이따르는건지~~~

  6. 전 미숙 2013.04.12 21: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윤진숙 후보자를 천거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아무도 손 안들면 박대통령께서 무척 "화"를 내실것입니다.

    그래도 아무도 없나요?

    그럼, 그럼 그 수첩이...

  7. 고수부지 2013.04.14 00: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것이 알고싶다~~박근혜대통령은 퇴근후에라도 청문회를 꼭 챙겨보시는지를...
    긴긴밤에 암만 바쁘셔도 한달에 한번정도 유국장님을 비롯하여 저포함하여서리 청와대모여서 커피와 수다시간 가지면 정말 좋을텐데...
    남자들빼고 여자들만의 수다시간 가지시면 얼마나 본인이 우물안 개구리인가를 아실텐데...

    정말로 안타까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