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으로 승리하면 총으로 잃고, 말로 성공하면 말로 망한다'는 옛말은 정말 옳다. 입만 열면 애국심을 강조하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애국은 커녕, 헌정 사상 가장 더럽게 나라망신을 시켰다. 대통령의 미국 순방, 그것도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한 극도의 긴장된 순간에 업무는 하지 않고 전용차량이 없다고 징징대고 21세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하고 새벽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대고 호텔방에서 나체로 맞이한(?) 일은 그 어떤 막장 드라마의 작가도 생각치 못한 일일게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추문’이 신문의 헤드라인과 블로그를 뒤덮는 등 ‘국가적 수치’가 되고 있다면서 분노한 한국인들이 더 강력한 처벌을 받도록 미국에 보낼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건이 직장에서 남성상사들이 부하직원인 젊은 여성들을 괴롭히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한국의 풍토에도 부분적인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기관과 기업에서 회식 시간 남성상사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 하고도 술때문이라고 핑계 대는 일들이 여전히 흔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창중씨. 출처:경향신문 DB

 

엄청난 국가 망신이고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지적에 대부분 수긍한다. 윤창중(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호칭을 생략하고 싶다)의 경우, 미국 한국문화원 여직원의 신고로 드러났을 뿐 우리 주변엔 너무나 많은 윤창중이 존재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아, 윤창중 그 인간 정말...”이라고 흉을 보면서도 여비서의 엉덩이를 주무르는 제2, 제3의 윤창중이 존재한다.

 

아버지나 삼촌뻘되는 중년의 남성, 직장 상사거나 거래처 관련자, 겉으로는 지성인에 성공한 사람이란 모자를 쓰고 있지만 속에는 세포 마디마디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르테론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입으로는 북한 핵 문제나 기호학, IT 관련, 그리스 신화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곁에 있는 젊은 여성의 붉은 입술을 핥듯이 바라보고 어떤 순간에 손을 잡을지 노리느라 전전긍긍하는 Dirty Old Man이 수두룩하다.

 

한 20대 여사원은 더 조건이 좋은 직장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환송파티 자리에서 상사가 은밀하게 “그동안 널 너무 좋아했는데 차마 표현 못했다. 다른 회사에 가면 본격적으로 사귀어 보자. 요즘 나 많이 외롭다” 라고 말을 하더란다.

 

“그 상사보다는 언젠가 회사 야유회에서 본 착하게 생긴 그의 부인이 떠올라 그냥 무시해 버렸어요. 그래도 참 기분이 더럽고 남성관까지 바뀔 정도였어요”

 

지금은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그 여사원은 “성교육은 청소년만이 아니라 중년남성들에게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향신문 DB

그런데 왜 고위직, 권력층 남성들이 성추문을 일으키는 것일까. ‘부적절한 관계‘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의 추문은 클린턴의 행정력을 모두 뒤엎을만큼 충격적 사건이었다. 당시 의회가 조사에 나섰지만 그 수장인 깅리치 미 하원의원장도 마찬가지로 비서와 6년간 불륜 관계였습니다. 깅리치의 변명은 이랬다.

 

“나랏일을 열정적으로 너무 열심히 하다가, 부적절한 일이 생겼습니다.”

 

70대에도 미성년 여성들과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변명은 커녕 자부심에 가득해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젊은 여자들이 나와 결혼하려고 줄을 섰어요. 여자 대하는 법을 내가 잘 알기 때문이죠.”

 

신경정신과 전문의나 사회학자들은 이처럼 권력층의 성범죄에 대해 막중한 결정을 자주 내려야 하는 극도로 긴장된 삶에서 해소 방안을 찾는다는 게 비뚤어진 일탈 행위로 이어진다고 분석한다. 권력층에 있기 때문에 안 좋은 방식, 하지만 즉각적인 해소를 할 수 있는 성, 도박, 마약 같은 것들에 쉽게 빠진다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누구든지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권력자의 우월감은 일탈행위를 스스로 합리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미성년자 성매수 등 끊임없이 추문을 만들어내는 이탈리아의 총리나 호텔 여직원을 느닷없이 범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스트로스 칸 총재가 여기에 해당한다.

 

막강한 권력과 모든 것을 가진 자신은 처벌 받지 않는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다가선다는 것이다. 권력에 오르는 과정에서는 기반이 됐을 담대함과 적극성이 이후 제대로 통제되지 않으면 권력자를 파국으로 이끄는 독이 되기 십상이다.

 

얼마전 종편 프로그램 <썰전>에서 성희롱 발언으로 문제가 됐던 강용석 전 의원은 “마약 중독을 치료하려면 도박을 시키면 되고, 도박 중독을 끊으려면 정치를 하게 하면 된다”는 말을 했다. 우스개소리 같지만 권력 중독은 마약이나 도박보다 더 심각하고, 일단 자신이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도덕성과 윤리도 마비되는 것 같다.

 

강용석씨. 출처 : 경향신문 DB

대부분 남성들인 학자들은 남성의 바람기를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 즉 수컷이란 종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 남성>이란 책을 쓴 독일의 학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남자들에게 바람은 부정이나 배신이 아니다. 그저 남성 특유의 종족 번식과 씨 뿌리기의 일환이다. 그래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의 성관계 역시 다른 밭에 씨를 뿌린 정도의 개념일 뿐, 부정을 저질렀다는 죄의식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학자들은 역사의 자료를 소개한다.

 

18세기 모로코의 절대군주인 물라이 이스마일 왕에겐 정실(正室) 외에 첩이 550여명 있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만 888명에 달했다. 가히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정력남’에 꼽힐 만한 숫자지만 칭기스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지난 2003년 한 연구팀이 옛 몽골제국이 있던 지역의 남성 2123명을 대상으로 Y염색체를 분석해 추정한 결과 칭기스칸의 직계손만 총 1600만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상의 남성 200명 중 한 명이 칭기스칸의 자손인 셈이다. 헐!!

 

다산(多産)여성이 평생 8~9명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반면 남성은 하루 몇 번씩이라도 정자를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 현실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짝짓기 기회가 그처럼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신과 육아에 따른 시간과 노력이 남성에 비해 훨씬 많이 드는 여성은 배우자 고르는 데 그만큼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남성들에게 금욕과 절제라는 것은 매우 어렵고 낯선 근육이란다.

 

여기에다 권력이란 왕관이 씌워지면 나르시시즘이 강해져 성적일탈을 이끌어낸다는 주장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나르시시즘(자기도취증), 마키아벨리즘, 정신질환 등 세 가지 요인이 권력자들의 성적일탈을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유세 도중 성추문으로 사퇴한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이 한 TV 인터뷰에서 “자기중심주의, 자기도취증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한 것이나 스트로스-칸이 2008년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여기자 성폭행 사건이 언급되자 “나는 여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라고 한 것은 자기도취증이 부각돼 성적일탈이 나타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권력과 명성을 누린 이들 가운데도 인생 후반부에 평화롭게 명예를 지키며 사는 이유는 삶을 좀 더 균형있게 꾸려가는데 필수적인 규율과 자제력을 함께 배웠기 때문일게다.

 

부디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임기를 마치려면 자신의 취향이나 직관에 의존하기 보다, 그리고 화려한 언변에 현혹되기 보다 그 사람의 자제력이나 성품도 검증하기를 바란다. 현역 정치인만이 아니라 권력층의 남성들 가운데 윤창중이 재수가 없어 걸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텐데. 언제 어디서 지뢰밭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그들이 숱한 지뢰를 몸소 뿌려놓았기에...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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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손성원 2013.05.14 19: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봤습니다. 다만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하나 있어 질문드려봅니다.

    2003년 옛 몽골제국이 있던 지역의 남성 2133명을 조사했는데, 직계손의 숫자가 어떻게 1600만 명이 나올 수가 있는 거죠?

  2. a 2013.05.16 1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호 합의에 의한 성적 일탈과 성추행을 비롯한 성범죄는 따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성범죄에 있어 테스토스테론이 끓어넘쳐 그렇다는 것은 결코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3. 여경진 2013.05.19 06: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가의 명예를 눈꼽만큼이나 생각하는 인간이었다면
    워싱턴 밤거리를 발정난 숫개처럼 헤집고 다니며 자식보다 더 어린 여학생을
    그것도 타국에서 조국의 대통령이 방문했을때 팀원으로 일할수 있다는 그 순수한기쁨(외국에서 사는 교포들에겐 이루 말할수없을 정도의 자부심이 생긴다 함)까지도 농락한 천하의 더러운 개자식의 모습을 보여준 윤창중은
    미국법에 의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참혹한 형벌을 받아야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발탁하면 안된다고 그렇게도 말했건만...
    *난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란 착각속의 대통령은
    내가 하는 일에 토 달지말고 따르기만 하라는 암묵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 더러운 자에게 대변인이란 자리를 안겨줘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그를 배부르고 등 따시게 해준
    당신께서는 아직도 근본적인 걸 모르고
    어떻게든 피해 가려고만 하는 모습이 정말 아닌것 같습니다.

    다시는 통치가 아닌 정치로
    국민들과 소통하며 낮은 자세로
    대통령의 임무를 마치겠다는 진정성 있는 결단을 보여줘야
    상처받은 국민들과 교포들에게 위로를 해 주느것이라 생각합니다.

    • 김진원 2013.05.19 06: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내가 추천을 해서 들어와 읽어보곤하는데
      오늘 이분의 댓글이 제 마음을 정확히 짚어낸듯한 글이라...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속시원하게 다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