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난 내 남편에게 감사함이 솟구친다.
 
  남편이 눈꼽만큼이라도 외조를 해줘서나 근사한 선물을 주어서가 아니다. 내 남편이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그 어떤 공적인 일에도 연관되지 않은 평범한 남자여서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에 연루되어 있다는 강기정의원의 주장으로 화제가 됐다. 몇칠전엔 한나라당 여성의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김여사가 “강 의원의 주장을 접하고 ‘저건 진짜 번지수를 잘 못 짚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같이 기도 열심히 하고, 신앙심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 사람 잘 못 본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사가 오해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도 차고 있던 시계가 고가의 명품 프랭크뮐러 것이라고 알려졌고(실은 7만원짜리 국산브랜드인 로만손 시계라고 한다), 사위들이 환갑 선물로 사줬다는 수천만원짜리 에르메스 켈리백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재산이 수백억원인데 몇만원짜리 시계를 차는 것이 오히려 넌센스이긴 하지만 그저 돈많은 집 사모님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국모이고 구석구석 어렵고 어두운 곳까지 헤아리는 존재인지라 핸드백이건 뭐건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가 된다. 또 최고 통치권자의 아내이다 보니 로비나 청탁의 의혹에도 휩쓸리고 진위 여부를 떠나 온갖 루머가 돌아다닌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인데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 부인이라 오히려 말 한 마디, 옷 차림 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란 작품 때문에 검찰에 출두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홍여사가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어떤 핸드백 제품을 들었는지 알아내느라 기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확인한 적이 있다. 
 바지 정장에 코트, 길게 두른 머플러, 핸드백과 구두를 샅샅이 살펴봤는데 단 하나도 특정 로고가 들어간 제품이 없었다. 눈썰미도 좋고 온갖 명품에 정통한 패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옷은 롤로피아나 제품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핸드백도 국내에 들어온 제품은 아닌 것 같고요. 사실 고위층 사모님들은 촌스럽게 로고가 드러난 제품은 절대 하지 않죠. 누구나 돈만 있으면 사는 제품 대신에 한정판 혹은 특별히 주문한 것,  그리고 로고가 있어 다른 이들이 흉내낼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답니다.”





 몇년전에 홍여사가 원피스나 재킷에 큰 브로치를 단 모습이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브로츠 패션이 유행했다. 리움미술관 개관식에 입던 옷, 행사에 두른 스카프 등이 중년부인들에게 화제가 되고 인기를 얻을만큼 그는 패션아이콘 역할을 한다. 그런데 너무 명품으로만 두르면 위화감을 주고 남들이 다 따라하기도 하니 이처럼 시크릿 패션을 할 수 밖에...

 지난 토요일자 신문에는 박철언 전 장관이 친분있는 무용과 여교수에게 사기 당한 돈을 일부 받게 됐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 돈이 몇만원이 아니라 1백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그런데 그 여교수는 “저와 제 가족은 (그 돈이 박철언 전 장관이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니라서) 그 돈을 유용해도 된다고 판단했다”는 말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몇억원은 커녕 몇십만원도 지갑에서 찾기 힘든 내 남편은 절대 절대 다른 여자에게 돈을 줄 형편이 못된다.(그렇게 믿고 있다)    

 또 얼마전 한 행사에서 재벌가의 며느리를 만났다. 친정도 뼈대있는(?) 집안 출신인 그야말로 현대판 진골 귀족이다. 단아한  옷차림, 감각이 돋보이는 액세서리, 게다가 우아한 말투까지 완벽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여성의 표정에 생기가 없었다. 몸 하나에 아파트 한 채의 고가품을 걸치고, 안목과 센스에 교양까지 갖췄는데 전혀 행복한 표정이 아니었다. 왜 구겨진 실크같은 표정인지 궁금했는데 그와 친분이 있는 한 여성이 전해줬다.

 “돈이 많으면 뭐해요? 남편은 사업으로도 바쁜데 공공연하게 젊은 여자랑 두 집 살림을 하는 걸요. 딸보다 두 살 위라나 뭐라나... 공식 행사에만 같이 참여할 뿐 집에 같이 살지도 않을 걸요? 아이들도 해외에 유학중인데 딸 아이가 집안이 너무 기우는 남자랑 연애를 해서 소동이 벌어졌나봐요. 그래도 자선바자회 등 항상 사모님들 모임에 참석해서 행복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그 속을 누가 알겠어요. 남편과 헤어져도 재산 분할이 잘 될지도 의문이고, 이혼하면 사모님이 아니라 무슨동 아줌마로 전락할거 아녜요? 그러니 뭐 참고 살아야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이처럼 실재했다.

 강남에 병원을 운영하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도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제 병원을 찾는 권력층이나 재벌가 사모님들이 많아요. 그런데 참 불쌍해요. 돈은 많지만 보통 사람의 자유나 행복은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편이 너무 바쁘고, 자식들은 대부분 일찍 유학을 보낸데다 어릴 때부터 유모, 보모, 경호원 등과 자라 부모와 스킨십이 너무 부족해 보통사람들처럼 물고 빠는 정은 없나봐요. 골프에 취미활동에 전념해도 외로움이 해소되나요. 무늬만 부부인 경우도 많고 중년기가 오면 더 공허해져서 우울증약, 수면제를 잔뜩 복용하죠. 그래도 체면때문에 가면을 쓰고 살아 갑니다. 그래도 문제를 인식하고 제 병원을 찾아오는 이들은 건강한 편이죠.”

 내 남편은 돈도 권력도 없다. 예전에 사업이 쫄딱 망해서 내가 돈을 부지런히 벌어야 했다. 그 어느 누구도 “바깥 분에게 이런 부탁을 좀 드려달라”고 찾아 오는 사람도 없고 명절에도 사과 한 상자도 안 들어 온다. 물론 자기 돈으로도 내게 명품옷이나 핸드백을 사준 적도 아직은 없다. 십년전엔가 태국을 다녀 오며 싸구려 헝겊 가방을 잔뜩 사들고 와서 주변에 나줘줬다. 

 그토록 돈도, 빽도 없는 남편과 살며 미움과 분노가 많았는데 살아갈수록 이런 무명씨 남편이 감사하기만 하다. 
 청탁도 안 받고, 청문회에 나가 망신당할 이유도 없고, 선거 유세를 따라 다니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홀연히 먼저 떠나 큰 회사를 내가 떠맡게 되는 부담(?)도 주지 않는 남편이 고맙다. 
 고맙긴한데 단 한 번이라도 남편에게 들어오는 뇌물과 청탁을 단호하게 거절해보는 근사한(?) 일도 체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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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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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율무차를 좋아하는 사람 2010.11.22 2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줄그레하다는 말이 있는데 아십니까?

  2. 명동DJ 2010.11.23 0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기자님의 수다는 역시 일품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닌 잘못되고 더러운것들,
    버려야 할것에 대해 기자님의 윗트있는 수다(?)는
    읽는사람 들에게 공분을 느끼는것들에 대한 잠자는 자아를 깨어나게 하는
    글과 말에 최고의 찬사를 보냅니다.

  3. 고수부지 2010.12.01 1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남편땜시 받는 뇌물이나 청탁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멋진내조를 하고싶지만..기회가없네요~ㅋㅋ

  4. 읽다보니 2011.01.11 16: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틀린 글이 눈에 자주 띕니다.
    눈꼽이 아니라 눈곱입니다.
    몇칠도 며칠이 맞습니다.
    넌센스는 난센스가 맞고요.
    글쓰기에 모범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5. 김양희 2011.02.09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다보니 미소가 지어지네요.
    얼마전 남편이 회사에서 추첨으로 받은 명품지갑을 가져와서 이걸 팔아, 말아.. 고민했었는데 ㅋㅋ
    유인경기자님 항상 행복하세요~ 저도 멋진 남편 둔 것 같아요. ㅋㅋ

  6. 이상은 2011.02.26 0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의 '문득생각이 나네요'라는 분
    '읽다보니'님의 글은
    좁쌀같은 인간의 좁쌀같은 지적이 아니라
    기자님을 생각하여 더 잘되게 하기 위하여 고칠 것을 조언하는
    너무나 귀한 충고입니다.

  7. 선정거사 2011.03.01 1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좁쌀같은 인간의 좁쌀같은 지적!!"이라고? 선임기자다운 금도는 찾아볼 수 없고, 인턴기자만도 못하구먼.

  8. 유인경 2011.03.01 1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좁쌀같은 인간의 좁쌀같은 지적이라고 한게 아니라 "문득 생각이 나에요"란 분의 글입니다.
    글을 전혀 읽지 않고 무조건 비난만 하지는 마세요.
    무조건 이유없이 제가 싫을 수는 있다는것은 이해합니다만...흑흑

  9. 동글이 2011.05.12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네요~~ 흑흑

    좀 여유있는 고마운 남편도 좋은데 무조건 없다고 고마운 남편은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