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16세 때의 아름다움을 당신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이 60세 때도 아름답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혼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일 것이다“



오늘 아침에 한양대 홍성태 교수가 마리 스톱스란 사람의 글을 카톡으로 전했다. 







어제 엄마의 10주기여서 성북동 길상사에 갔다가 단풍이 너무 곱기에 “대체 저 아름다운 빛깔은 누구의 작품이며 단풍은 정작 자기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까”란 생각을 했다.

또 절에 온 분 중에 흰머리여서 분명히 나이가 많은 분인데, 그리고 얼굴에 적당히 주름도 있는데 너무 근사한 여성이 있었다. 이목구비가 선명한 인상도 아니고, 명품 옷차림도 아니었다. 아마도 그 여성의 표정이 너무 평화롭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어서 보는 이들을 푸근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성형수술로 팽팽한 피부와 커다란 눈은 만들 수 있지만, 그 여성처럼 자연스러운 선과 그윽한 표정은 만들 수 없다.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움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인 <아크라 문서>에도 아름다움에 관한 글이 있다.


“아름다움은 신의 창조물 모두에 깃들어 있지만 우리 인간은 ‘신성한 힘’과 종종 단절되기 때문에 타인의 생각에 휘둘릴 위험이있다. 남들이 알아보지 못한다거나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부정하곤 한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주변의 그럴듯한 대상을 모방하려 한다. 남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대상을 닮으며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보년 우리 영혼의 빛은 바래고 의지는 약해지며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은 시들어 버린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 그대로 보인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아간다.”








물론 개인의 자존감이나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움’에 관해서는 주변 상황과 미디어가 너무 악행(?)을 일삼는다.

수시로 누군가에게 “넌 왜 그렇게 눈이 작니?”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못생겼어?” “그 여자, 진짜 예쁘지” 라는 말을 수시로 하기 때문에 그 몇마디에 상처받거나 자신감이 송두리째 사라진다.

또 텔레비젼 등에서 끊임없이 젊고 날씬한 여성들만 등장시키는 것도 문제다.(이건 글을 쓰면 꼭 늙고 뚱뚱한 여자의 심술로 매도하는 이들도 있다. 흑흑) 그들은 마치 나이들고, 주름지고 살집이 있는 것을 죄로 규정한다. 정말 얼굴과 마음이 아름다운 이금희 아나운서가 한 프로의 진행을 맡았을 때 그의 MC 자질보다 체중이 늘었다고 쏟아지던 악랄한 댓글들이라니..






코엘료의 말을 좀 더 소개한다.


아름다움은 같음이 아닌 다름 속에 존재한다. 기다란 목이 없는 기린, 가시 없는 선인장을 어느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우리를 둘러 산 산봉우리들은 그 높이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웅장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중략) 우리를 놀라게 하고 마음을 끌어 당기는 것은 바로 불완전함이다.


나는 사실 열등감 백화점 수준으로 열등감이 많다.

키도 작고, 얼굴은 크고, 팔다리는 짧다. 그런데 눈코입이나 가슴은 크다. 방은 작은데 가구만 큰 셈이다. 

얼굴 피부색은 칙칙하고 살은 무척 두껍다. 게다가 여성미의 상징이라는 다리는 굵고 짧고 휘었고 나는 잘 모르는데 팔자 걸음이란다. 젠장...

목도 짧아 폴라스웨터를 입으면 몇번이나 접어야해서 목이 더욱 굵어보이고 목소리도 옥구슬이 아니다. 예전엔 너무 숱이 많아 쳐내야했던 풍성한 머리카락도 요즘은 정수리 부분부터 비어가고 있다. (엉엉엉....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얼굴과 이 몸이 마음에 든다. 

윤기와 팽팽함이 사라진 대신에 내 얼굴은 많이 평화로와졌다. 수시로 기뻐하고 잘 웃고, 잘 울고, 힘들고 어려운 일에도 잠시 구시렁거리고 찡찡대다가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긴 덕분에 생긴 표정이다. 또 얼굴살이 두꺼워 주름이 잘 안 생기니 이 얼마나 축복인가.

허리가 어느 부분인지 잘 안보이는 두루뭉술한 몸매가 되었지만, 절대로 스키니진이나 미니스커트는 꿈꾸지 못하지만 동대문 시장의 옷이 기막히게(?) 잘 어울리는 전형적 아줌마스타일에 만족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명품 옷은 잘 안 맞아 별로 옷값이 들지 않는다.




난 50대인 내 또래에 비하면 폭삭 늙어보이는 것도 아니고 깜짝 놀랄만한 동안도 아니고 그거 전형적인 중년 여성이다.

난 50세인 황신혜보다 젊어 보이지 않아서 속상하지도 않고, 또래인 이미숙보다 뚱뚱해서 스트레스 받지도 않는다.(물론 동갑인 여성이 나보다 주름이 자글자글하면 은근히 기분좋고 ‘젊어 보인다’는 사탕발림에 혹하기는 한다)

게다가 동안에 관련한 자료를 담은 <수퍼영>이란 책을 보니 나이에 비해 젊어보이는 이들의 조건 중 하나가 몸집이나 키가 작다는 것이었다. 젊을 때야 7등신에 날렵한 이들이 멋져 보이지만, 결국 나이가 들면 땅에서 더 가까운(?) 이들이 더 단단하고 어려보인다는 것이다. 세상은 참 공평하다.

  

또 내가 아름답다고 감탄하고,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이목구비나 몸매 때문이 아니었다.

얼마전 돌아가신 박영숙 선생은 한결같이 올린 흰머리가 참 근사했고, 매우 강직한 분이지만 손님 불러 요리를 해먹이는걸 즐기고 후배 여성들을 잘 챙기는 다정다감한 분이셔서 언제나 멋져 보였다.

그레이스 선생님도 분명히 80킬로그램이 넘는 과체중이셨고 몸에 그 흔한 반지나 목걸이 하나 치장하지 않으셨지만, 언제나 호기심에 넘치는 눈빛에 자신에게 맞는 패션스타일을 고수하셔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책을 몇권 더 읽는다고 내적 아름다움이 깊어 지거나 영혼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관대하고, 자존감을 갖고 다른 이들도 여유로운 시선으로 보고 나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면 난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우아하거나 섹시하지는 않지만 가장 할머니다운 할머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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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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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이올렛 2013.11.13 22: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나도 보톡스 맞고 싶으면 말해"
    동생이 언니들한테 놔주고서 효과에 만족해하니까 저까지챙겨주네요.
    피부과도 한번씩 가보라는 언니의 조언~~~
    언니들보다 더 나이들어 보인다는 말을 듣더라도 제가 좀더 괜찮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근데 어려워요~~
    어떤 분이 여기에 찌질이들이 있대서 화들짝 놀랐어요..한 명 추가!!
    나의 부족함을 늘 느끼지만 어쩌겠어요? 또 살아가봐야죠^^
    열 살 위인 유기자님이 저보다 젊어보이신대도
    기쁘게 마주앉아 좋은 배경이 되어드릴 수 있기를 꿈 꿔봅니다~~

  2. pradu 2013.11.14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은 작고 가구만 큰 또 다른 여인이 위로 받구 갑니당^^

  3. 리다 2013.11.14 1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어머님 길상사에 모셨군요
    5년전 하늘나라 가신 저희 엄마 길상사에 모실까
    언니랑 의논중인데
    선생님 어머님 곁에 모신다면
    저희 엄마도 든든하실것 같아서 빨리 추진해야겠어요
    길상사에 가끔 가는데
    가서 선생님 뵙게 되면 아는척 꼭 할께요 기억해주세요~

  4. 이다정 2013.11.14 2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종종 들려 글을 읽는 데 참 많이 생각할수있게되요
    이런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써주세요~

  5. 감추사 2013.11.15 00: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언제라도 찾아가면 변치않고 항상 그 자리에 서 있는 고목나무같은~

  6. 로사 2013.11.15 0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답게 나이드는법에 관심이 있던차에 좋은글 보고 갑니다.
    얼굴에 영혼이 깃든다는거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이죠?

  7. 이주호 2013.11.15 09: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유인경 기자님의 생각과 글들은 저에게 많은 공감과 배움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 드리겠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하나의 쉼표같은 글 감사합니다.

  8. 똥글 2013.11.15 1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님 지금 모습 너무도 아름다우세요
    전 지금 삼십 중반인데,,나이 들어서 유기자님같으면 너무 좋겠다.
    생각하면서 살아요^^
    엄마 닮아 한 미모 하는 따님까지 두시고,, 부럽습니당!!

  9. 기원섭 2013.11.17 18: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교회를 다닙니다.
    능동 서울대공원 후문 부근의 서울시민교회입니다.
    말이 '집사'이지, 사실은 술도 마셔대고 화도 잘 내고 교회에서 헌신도 잘 하지 않는 무자격에 가까운, 이름만 신도로서, 소위 '잡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주일날 교회 가는 것만큼은 잘 빠지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 교회 담임이신 권오헌 목사님의 말씀에 늘 알맹이가 담겨있어 좋고, 그 말씀으로 제 삶을 추스르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추수감사절인 오늘, '감사하는 믿음'이라는 제목의 말씀도 참 좋았읍니다.
    특히 말씀 도중에 인용한 내용이, 저 지난번 유기자님 글 중에서 '내 안에서 찾는 행복'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는데, 그 글에 담겨 있는 이지선씨의 사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받은 것이든, 아직 안 받은 것이든, 앞으로 받을 것이든,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뭉클한 감동이 다시 한 번 제 마음에 담겼습니다.
    고맙습니다.

  10. 김지연 2013.11.17 2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 따듯해지는 글입니다. 추운날씨 기자님이
    더 생각나는 밤이네요 옷따듯하게 입으시고 멋지십니다

  11. 이수경 2013.11.19 16: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저는 기자님의 이런 면이 좋아요. 겸손함. ㅋ 기자님 글때매 오늘도 웃고 위로 받고 가요 ^^

  12. 박희진 2013.11.20 0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쯤 새 글이 올라와 있지 않을까? 하면서.. 종종 들릅니다.
    기자님의 발랄하고 귀여운?ㅎㅎ 글 읽으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힘을 얻고 에너지도 얻습니다.
    자주자주 이렇게 기자님이 가진 재주, 열정. 글로써 전파해주세요~~
    감사해요^^♡
    기자님의 책을 모두 섭렵한 오랜 팬입니다~~~ㅎ

  13. 호산나 2013.11.21 14: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헛~!!! 열등감이라뇨.. 미인이신데요, 뭘.. 존경스러워요~^^

  14. 송가영 2013.11.24 0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른 새벽 가슴에 새겨 지는 글 잘 읽었어요!
    단골집 찾듯이 들어오는 골드미쓰랍니다.

  15. J2J 2013.11.25 2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세상이 뒤숭숭할때..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자고 글을 올려 주시는
    유인경기자님께 감사함을 표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16. 은주 2013.12.08 17: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관대하고 자존감을 갖고 다른 이들도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나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면 난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을 것 같다."좋은 말씀 새기며..

  17. 가을 2014.01.27 17: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인경 기자님 ~^^ 시부모님 똥다받아내고 돌아가신 친정엄마한테 가끔 옆에 있는것처럼 대화하고 딸밖에모르는 저희엄마 너무닮으셨어요 ~평소 지적이고 미모까지 겸비하신 기자님을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저희엄마두 팬이에요 항상 건강하세요 ㅎㅎ

  18. rica065 2014.12.14 1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언니!!
    언니의 글을 읽거나 말씀을 들을때 마음 속 개화되지 않던 봉오리가 톡 톡 터지는 느낌을 받아요..
    오늘도 한껏 터뜨리고 가요. 건강하게 앞으로도 좋은글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