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약속을 어기지 않는 것, 세상이 무너져도 변함없는 것. 나이를 먹는 일이다.

마흔살이 될 무렵에는 서른아홉, 만으로 서른아홉, 서른아홉하고 몇개월 등등을 주장하며 마흔을 안 넘기려고 나름 안간힘을 썼다. 

오십이 넘은 후에는... 일단 아무도 내 나이에 관심이 없고 나이를 주장할 일도 별로 없다. 아무리 호모 헌드레드, 100세 시대의 생을 산다고 해도 전반전과 후반전은 삶의 속도도 다르고 의미도 다른 것 같다.

또 나이들어서 편한 것도 많고(잘 포기하는 덕분에), 연륜과 경험이 쌓인 덕분에 쉽게 이해되는 일도 많아졌다.

소노 아야코란 일본 작가가 쓴 계로록, 즉 나이들수록 경계하고 깨우쳐야 할 일들을 적은 책을 보면 그냥 세월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품위있게, 지혜롭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나이드는 것도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얼마전 이런 기사를 보고 좀 충격을 받았다.     

 


--연예인과 정치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온라인 악성 댓글(악플)에 고통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생면부지 타인에게 입에 담지 못할 험담을 늘어놓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국민일보는 최근 3년간 (2011∼2013) 악플로 형사처벌받은 100명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했다. ‘묻지마’ 악플러부터 ‘생계형’까지 그들의 민낯은 예상보다 익숙했고 다채로웠다. 취재팀은 대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서 ‘댓글’ ‘게시’ ‘닉네임’ 등의 키워드로 형사처벌 사례를 찾아 전수 조사했다.

‘악플은 애들이 다는 것’이란 통념과 달리 형사처벌 악플러 100명 중 40대와 50대가 각각 30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대가 20명으로 뒤를 이었고 20대 13명, 60대 5명, 10대 1명, 70대 1명 등이었다. 성별로는 남성(73명)이 여성(27명)의 2.7배였다.

죄명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이 45명으로 다수를 차지했고 모욕죄(33명)와 선거법 위반(21명), 음란물 유포(1명)가 뒤를 이었다. 특히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된 악플러 21명은 모두 남성이다. 직업별로는 무직이 28명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원·자영업자 각각 23명, 전문직 8명, 학생 7명, 주부 5명, 공무원 4명, 종교인 2명 등이었다.

악플러 유형은 크게 네 가지였다. 원한 때문에 남을 비방한 ‘보복형 악플러’, 아무 이유 없이 악성 댓글을 남긴 ‘묻지마 악플러’, 선거 때 특정 후보를 비방하려 자판을 두드린 ‘정치꾼 악플러’, 경쟁 업소를 깎아내려 반사이익을 보려 한 ‘생계형 악플러’로 분류된다.

처벌은 벌금형이 대부분이지만 2명은 징역형을 받았다. 30대 남성은 인터넷 카페에 여성 회원의 사진을 올리고 욕설 등을 적었다가 모욕죄는 물론 협박죄까지 인정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선거법 전과 3범의 50대 남성도 지난해 8월 박근혜 대선후보 비방 글을 올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벌금은 2개월간 52차례 특정 대선후보를 비방한 다른 50대 남성에게 가장 많은 600만원이, 인터넷 카페에서 다른 회원을 비꼰 20대 여대생에게 가장 적은 10만원이 선고됐다.....



간단히 요약하면 인터넷에서 악플을 가장 맹렬하게 다는 이들이 중노년 층이란 것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중 40, 50대가 60%가 넘는다. 세상에...


물론 안녕들하지 못한 세상에 가슴이 답답해서 누구에게 하소연할 길도 없고, 들어줄 사람도 없으니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댓글을 달 수는 있다. 그런데 영감할머니들이 하는 일이 악플달기라니..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며 집요하게 여론몰이를 했던 사람도 50대 후반의 교포였고, 인터넷 매체에 가보면 나이를 짐작할만한 옛스런 말투로 상스럽고 자극적인 댓글을 다는 이들도 너무 많다. 


악플//악플러 이미지(출처 :경향DB)



나이들수록 뭘 꼭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보다는 절대로 이것은 하지 말자는 자기검열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춤을 배우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마라톤에도 도전하는 것 등등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것도 멋지다.

하지만 노욕을 부리지 않기, 편견에서 벗어나기, 지나친 참견을 하지 않기, 심통과 심술을 덜 부리기, 뭔가 피력하고 싶을 때마다 혀를 깨물기, 남을 비난하거나 비방하기 전에 자신의 얼굴을 한 번 들여다보기,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싸우지 않기, 나만 옳다고 착각하지 않기 등등을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올해 프랑스 소르본대학원에서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친 딸 아이는 자신의 교수에 관련한 일화를 들려줬다.

그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그 교수는 수업 첫 시간에 이런 말을 했단다.


“나는 여러분보다 더 일찍 태어났고 공부를 더 많이 한 덕분에 교수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분은 여러분의 생각으로 내 논리나 생각에 반박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진짜 수업시간, 혹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자신에게 따박따박 따져묻고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어린 학생의 이야기를 전혀 흔들림없는 표정과 태도로 다 들어주고 그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단다. 


또다른 여자교수는 “문법 책 사는 대신에 영화나 연극을 보고 전람회, 박물관을 더 자주 가라. 그것이 여러분이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버는 이유고, 우리 어른들이 세금을 내서 너희들이 공짜로 학교에 다니게 해주는 이유다.(프랑스 등 유럽의 공립학교는 대학원도 학비가 없다)”


흰머리에 주름살이 가득해도 이런 근사한 태도를 가진 어른이나 노인들을 누가 무시하겠는가. 존경과 사랑을 보내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해마다 늘어나는 나이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아무리 속상해도 인터넷에 상스러운 악플을 달거나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감각과 편협함으로 마음과 뇌를 돌덩어리로 만들지는 말아야겠다. 


물론 세상의 비열함이나 부조리함에는 흥분도 하고, 어른으로서 목소리를 내야하지만 

정작 우리가 어르신의 지혜로운 한 말씀을 듣고자할 때 기꺼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분들을 참 찾기 어렵다.


새해를 맞는 나의 다짐은... 

젊은이들에게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귀가 두 개이고 입은 하나인 이유처럼 남이 두마디 하면 듣고 나는 한마디만 하고 고개는 세번 끄덕이고

나만 안녕하다고 자족하지 말고, 남들도 안녕한지 긍휼함은 가지는 것이다.


일러스트 _ 김상민(출처 :경향DB)


못마땅한 것 투성이인 세상이지만, 우선 나라도 마땅한 언행을 해야겠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고

손봐주고 싶고 욕해주고 싶어서 손과 입이 근질근질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곱게, 착하게 나이들어야지. 아니 적어도 심술쟁이할머니로 늙어가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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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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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radu 2013.12.27 09: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조금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 리나 2013.12.27 10: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세요.
    다만 저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 보니, 실천하기가 정말 어렵고 힘들죠.
    나이 먹는게 부끄럽지 않도록 '잘 살자'.....새삼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3. 고수부지 2013.12.27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에 늘 감사합니다^^

  4. 써니 2013.12.29 1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정말 아름답게 나이먹을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5. 진우맘 2013.12.31 10: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년을 눈팅만 하다가 남깁니다.나이가 들수록 자기검열을 하시란 말씀 몸으로 느낍니다.항상 생각할 수 있는 글 남겨주셔서 넘 감사합니다.20대 학생때부터 아침마당에서 뵜는데 40대에 이제 동치미에서 보게 되어 반갑구여~~~블로그에 오니 더더욱 좋은 글에 매번 감탄합니다~다음생엔 유기자님처럼 유능한 여성이 되고 싶어요^^이번생은 망했습니다ㅠㅠ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글 좋은 말씀 자주 접하게 왕성한 활동 부탁드려요

    • 리나 2014.01.01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번생은 망했습니다 ㅠㅠ.... 이 말씀에 그만 빵 터졌습니다. 죄송합니다 ㅡㅡ
      완전 공감 되면서 마음이 짠해지네요......

  6. 이수경 2013.12.31 14: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기자님이 벌써 할머니 운운하니까 웃겨서요. 절대 늙지 않을것 같은데 ㅋㅋ 음....나이 드신다 해도 참 곱게 지혜롭게 인기쟁이 할머니가 될거에요 ^^

  7. 김프로 2014.01.02 07: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꼭 챙겨보게 되는 칼럼입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이번 내용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인터넷 댓글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저도 요새 인터넷 댓글에 대한 생각을 하던 중이라 몇자 적으려고 합니다.나중에 한번쯤 이내용에 대해 유기자님이 칼럼에 다루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에 졸필이지만 적어볼게요.요새 TV프로그램,신문 ,방송등을 접하다보면 거대 기획사,방송사,팬클럽,그외 개인 블로그등 많은 의견 피력 공간들이 있는데요.거기서 올려지는 내용들이 너무 거칠고 때론 보이지 않는 폭력이라 느낄만큼 건강하지 못한것 같습니다.그냥 하나의 사회현상이라 넘길수도 있겠지만 그사이에서 나이어린 아이돌 스타들,청소년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기성세대들이 좀더 책임감을 갖고 지켜보고 개선을 해야할것 같습니다.반대를 위한 반대,상대편을 인정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편들기,왜곡들은 어른들의 모습과 너무 비슷한것 같습니다.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상 여러 이익이 얽혀 여러 사건이 있을수 있다 이해도 됩니다만, 뭔가 우리사회가 분노에 가득차고 생각보다 꽤 거칠어지는 느낌이 안타깝고 답답해서요. 꼭 한번쯤 칼럼에서 다루어 주세요.방송쪽에서도 많이 활동하셨었고 나름 그쪽 분위기나 생리,현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인지하고 계시는 분일것 같아서 더 부탁드리게 됩니다. 늘 건강하시구요!

  8. 감추사 2014.01.05 0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에 젊은 동료직원들 8명의 밥을 사고 2차로 가는 카페대신 갈은 원두커피 한봉지씩 돌리면서 2차가서 내가 나이 젤 많다고 입에 게거품 내며 떠들까봐 빨리 퇴장했습니다. 나이들어서 지켜야 할 것 중 한가지는 확실히 실천했습니다.

  9. 이혜숙 2014.01.05 1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인경님. 팬 입니다^^ 동치미 재밋게보고잇구요^^ 우연히 유인경님 블로그 접하게됫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드려요~

  10. 기원섭 2014.01.06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입을 여셨군요.
    그동안 잘 견뎌내셨습니다.
    나도 유 기자님의 이곳과 같이 가입과 글쓰기가 개방된 인터넷카페 카페지기로서, 나쁜 댓글에 참 많이도 시달렸습니다.
    그 댓글에 두 가지 방식으로 대응을 했습니다.
    가까운 주위의 것은 관여하고, 낯선 이들의 것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때에 따라 다투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가까운 중학교 동기동창과 그동안 쌓인 우정에 금이 갈 정도로 심하게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뚝심 하나로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이겨냈습니다.
    이제는 우리 카페에는 부정적 댓글이 실리지 않습니다.
    좀 의아하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나이가 들면서 더 행복한 삶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늘 행복하다는 거지요.
    마음으로 먼저 범사에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을 주위에 말로 공표를 했지요.
    처음에는 가증스럽다고들 하더라고요.
    근데, 끊임없이 그랬어요.
    어느 순간, 실제로 행복한 삶이 되어 있었고, 주위에서도 드디어 인정해주기 시작했어요.
    나를 보고 가증스럽다고 한 핵심 인물 중의 하나가, 곧 제 아내입니다.
    내 삶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랬던 아내가 이제는 자기 자신도 나와 같이 변해 있습니다.
    그 세월, 딱 10년 걸렸습니다.
    논리를 이렇게 세웠지요.
    초등학생일 때, 중학생이 부러웠었던 순간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어서, 중학생일 때 고등학생이 부러웠고, 대학생일 때 직장인이 부러웠고, 직장인이 되었을 때, 장가 간 사람이 부러웠고, 장가 갔을 때 아이들을 가진 사람이 부러웠고, 계속해서 아들딸 결혼시킨 사람, 그리고 손자손녀 본 사람이 부러운 것으로 논리를 이어간 겁니다.
    결국은 죽음을 앞둔 순간을 생각하게 되는데, 나는 그 순간에도 행복해야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내 할만큼 다 한 삶이었다고 자진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행복이 그때 찾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삶의 길목에서 병들어 아프거나 사업에 실패해서 가난해지거나 한 것은, 다 자신이 저지른 것이거나 운명적으로 찾아온 것일 뿐이어서, 삶의 행복과 연결지어서는 안 된다는 거지요.
    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결국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나이 들어 시기 질투를 마음에 담으면 안 된다는 거지요.
    그런 사람들이 나쁜 댓글로 그 표티를 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유 기자님~~
    늘 애쓰시는데, 내 언제 밥 한 번 사드릴게요~~곧 연락이 갈 겁니다.

    • 유인경 2014.01.07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기원섭선생님, 제 블로그를 찾아 항상 아름답고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선생님이야말로 곱게,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대표적인 분입니다. 제가 이번 주말에 외국에 가오니, 다녀와서 만나뵙겠습니다. 새해에 항상 건강하시고 평화로우시길..

    • 바이올렛 2014.01.07 1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이 어릴 때엔 정신적 지주가 나타나주길 꿈 꾸다가, 뒷 모습까지 멋스러운 사람은 없는거구나고 세상을 아는 체 해봤다가
      이제는 맑음과 밝음을 지키려 애쓰는 누군가라면 그 옆에서 그 기운을 받아먹고 싶단 생각을 해봅니다~~
      좋으신 분이시네요^^

  11. -하루- 2014.02.15 22: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십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건...책임을 지는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늘이 부를때 까지 내 삶에 진정..책임을 지고 살아가리라....다짐하는 날이 늘어갑니다.

    기자님....참...좋아요..
    뜽금없지요? ㅎ

  12. 감추사 2014.02.28 1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력단절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를 확 깨버리는 긍정적인면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목조목 아, 맞다. 이런생각을 갖게 해 주시는 그런 똑똑한 글들은 어디서 그렇게 샘솟는지 부럽습니다. 생각은 하는데 글로 표현이 안되는 그래서 정곡을 콕 찔러주시는 유인경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계속 기다립니다.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