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한국 전쟁나는 것 아냐?”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뉴스가 소개된 후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외국에 사는 조카, 친구들에게 안부 전화가 걸려왔다. 솔직히 그 당시엔 나 역시 군사전문가도 아닌데다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확전은 안된다’ ‘된다’ 등의 지시 사항 공방도 있어 뭐라 답하기도 어려웠다. 그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50여년간 무사히 살아온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요망 사항을 말했다.

“괜찮을 거에요. 북한이 우리에게 겁을 주는 걸 거야. 호국 훈련을 하지 말라고 했거든.”

어제 만난 특급 호텔의 여직원은 한숨을 쉬었다.

“CNN 등 외신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완전히 비상사태고 전쟁이 곧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에요. 벌써 예약 취소 전화가 많이 걸려왔어요. 목숨걸고 한국에 오고 싶겠어요? 그런데 신기한건 우리 나라에서 근무한지 3년째 되는 이사는 아주 태평한데, 2개월전에 미국에서 부임한 직원은 공포에 떨고 가족과 전화하고 난리에요. 얼굴이 완전히 하얘졌다니까요.”




23일 오후 북한군의 해안포 공격을 받은 인천 옹진군 연평도 곳곳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고 있다.
북한군은 이날 연평도와 인근 해상을 향해 해안포와 곡사포 약 100발을 발사했다.
이 사진은 포격이 있은 직후 인천행 여객선을 타고 연평도를 떠난 시민 최용문씨가 제공했다.


분단 국가, 그것도 정말 대책이 서지 않는 북한과 대치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항상 이런 긴장과 공포에 시달린다. 완전히 전쟁이 끝난 ‘종전’이 아니고 ‘휴전’ 상태이며 바다에서, 육지에서, 하늘에서 어떤 무기와 핵이 날라올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여와 야, 진부와 보수 등도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대북 대응 태도가 너무 차이가 나서 대체 어떤 말이 옳고 어떤 것을 따라야할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많다.

내가 답답한 것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숙명이 아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나 지도자가 확실하고 명확한 비젼을 제시하고 결단을 내려주면 좋을텐데 정작 국민들은 그걸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네티즌들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위기에 대처하는 3단계 모드,  가죽점퍼를 입는다- 지하 벙커에 들어간다-미국에 전화한다”란 우스개 말까지 만들었을까.

국군의 전술과 전력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 특히 대통령과 각료들은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를 해소해줘야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역대 위정자들은 항상 이런 공포를 선거나 정략 등에 도구로만 삼았지 해소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다.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도 그렇다. 본질은 “광우병 걸린 소고기를 먹고 사람이 죽었다”가 아니다. 미국에 분명히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고, 그 위험성이 제기된 바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육이오 때처럼 “초코렛토 기브미”하며 구걸하던 시대가 아니라 우리가 제 돈을 지불하고 정당하게 구입하는 것이니 구매자의 권리를 당당히 요구해서 조금이라도 광우병의 우려가 있는 나이든 소나 뼈는 절대 국내에 수입되지 않도록 조항을 제대로 만들고 검사를 철저히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이 잘못된 정보이건, 오해이건간에 ‘광우병에 걸릴지도 몰라’라는 불길한 두려움과 공포를 제공한 것은 국민들이 아니라 ‘30개월 이상의소라도 괜찮다’고 관대하게, 아니 비굴하게 협상하려한 정부의 책임이다.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미국 쇠고기를 식탁에 올리는 것은 마치 수류탄을 식탁에 놓고 맘편히 밥 먹으란 것과 같다. 수류탄은 절대 안전핀을 뽑지 않으면 터지지 않지만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불안하고 공포심이 든다. 그러니 그 수류탄을 상에서 치워달라는 것이다.

미국의 영화 감독 우디 알렌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확실한 불행이 아니라 막연한 공포”라고 말했다. 차라리 암에 걸리면 담담히 받아들이고 치료를 하면 된다. 부도가 나면 재산을 정리하고 다시 일어서면 그 뿐이다.

하지만 암 선고를 받는 순간보다 병원에서 ‘난 암에 걸려 죽을지도 몰라’라며 결과를 기다리기까지가 더 피마르게 초초하고, 누가 날 한대 때리는 것보다 눈을 부릎뜨고 주먹을 들었을 때의 공포심에 심장이 죄어든다.
가혹한 고문 역시 몽둥이로 때리는게 아니라 천천히 천천히 압박을 가하는 것이란다. 실제로 냉동실에 사람을 집어넣고 “여기가 냉동실이다.라고 겁을 준 다음 냉동실의 전원을 꺼서 정상기온으로 해도 그 사람은 추위에 얼어죽는 것이 아니라 공포심에 의한 심근경색으로 죽는단다.




“엄마, 강아지가 날 물면 어떡해요?”


어린 아이가 아주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보고도 이런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릴 때 부모가 해줄 역할과 이야기는 뭘까.

“야, 저 쪼그만 강아지가 뭘 물어? 넌 왜 그렇게 겁이 많냐?”고 나무라야할까.

우선은 강아지로부터 아이를 떼어놓고 “저 강아지는 네가 때리거나 해코지를 하지 않으면 안 문단다. 너랑 친구도 될 수 있어”라고 다독거리며 안심을 시켜줘야하는 것이 아닐까.

이젠 공포심조차 무뎌져셔 연평도에서 포탄이 떨어지고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했어도 라면이나 생수 사재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여전히 누가 확전 금지 지시를 했다, 아니다 등으로 말바꾸기를 하고, 대통령의 말을 또 마사지 했다는 기사도 나오고, 국방부는 여전히 무기가 부족하다는 등의 변명만 하는 모습을 보며 공포보다 더 무서운 절망감이 든다.

이제 전쟁이 나면 나 혼자만 살 수도 없고, 또 나 혼자 살아남아도 행복한 것도 아니다.

내 가족은 물론 내 국민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고 싶다.  부디 대통령과 지도자들이 현명한 대처를 해서 우리 국민들의 막연한 공포감을 없애줬으면 좋겠다. 국민소득 3만불이 뭐가 중요하고, 전국민이 스마트폰을 갖는게 뭐가 자랑거리인가.

그저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조국에서 밥 한까라도 편히 먹고, 군대에 보낸 아들 걱정하지 않고 사는게 행복이 아닐까. 그런 공포심도 없애지 못하고 우왕좌왕해서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정부라면 단 돈 한푼의 세금도 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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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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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명동DJ 2010.11.25 2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흔히들 이런 말을 하죠.
    " 때려 잡을수 없으면 그냥 살살 잘 데리고 놀라고"

    이명박 대통령님! 아니 국군 최고 통수권자님!
    곰 새겨 보세요..
    그동안 3년을 북한과 어떤 대처를 했던가를 말입니다.

    저 김정일 괴뢰 도당놈들은 지독히도 나쁜 깡패, 아니 양아치같은 놈들입니다.
    하지만, 어쩔거유? 별수없잖아요!

    그리고 밑에서 간신처럼 조잘거리는 쓰레기님들
    전쟁나면 도망 갈 궁리만 하지말고 제대로 보좌를 하게나
    민간인 사찰이나 하면서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추잡한 짓거리들 하지말고...

  2. 아리랑 2010.11.26 0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명박 정부가 지지율 50%가 넘는다는 조사기관을 운영하는자들의 양심을 열어보고 싶은 밤이다.
    우라질 놈들아!

  3. 허순동 2010.11.27 0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물의 연평도"라는 가요가 있답니다.

  4. 돌쇠 2010.11.28 1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대중도 싫고 노무현도 싫으면 노태우의 북방외교라도 되새겨 보시길 바란다.
    국민의 한사람으로 현 정권이 성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5. 경향일보 2010.11.30 2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향신문이 놓여있는 식당에 들어서면 난 발걸음을 돌린다 주인이 자리비었다고 하면 난 경향신문을 보면 밥을 못 삼킨다고 하며 냉정히 뿌리친다 늘 유인경기자에겐 미안해하지만 매사에 비판적글을 쓰기보단 시비성글을 즐겨쓰고 희망과 비전으로 미래를 추구하기보단 목카라 잡아땅기며 앞서가려는 자들은 나쁘고 미친자로 보는 대다수의 경향일보(?) 기자나으리들 때문에 사회가 병들어가기에 그래선지 내주위사람들도 점점 경향신문을 이제 무가지보다 못하게 여기는듯 하다.... 님아 당신만은 정말 정말 아직 많이 존경한다.

  6. 유인경 2010.12.02 2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신문에 대한 조언의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 신문은 경향일보가 아니라 경향신문이랍니다.
    그리고 꼭 비판만 하지는 않는답니다.
    격려와 칭찬도 하는데..... 할거리가 좀 부족하군요, 흑흑흑

  7. 수선화 2010.12.11 2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유기자님 블러그 방문을 했는데 역시...

  8. ㅉㅉ 2013.10.01 0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대에 대해 잘도 써놓으시네...
    제가 군대에 있을때 연평도 터졌는데 전쟁나면 어쩔까 생각하다 님이 토론에서 게소리하던게 먼저
    생각나더라구요.
    아마 실제로 전쟁터졌으면 기자님은 남한개하고 북한개 양쪽 피해서 도망치셔야 될듯하네요.
    무임승차 해놓고 내릴때 욕하지는 마시죠 ㅉㅉ

    • 유인경 2013.10.01 14: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게소리'는 어떻게 내는지요? 새벽 3시에 잠못 이루고 제 수다의힘에 들어와 조목조목 읽어내는 님, 제발 국가 걱정하지 마시고 저에 대한 분노와 오해도 풀고 푹 주무세요. 무엇보다 제가 토론 프로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전체 맥락에서 다 기억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님이 쾌면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국군의 날에 군인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