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힐러리 클린턴은 퍼스트레이디 시절에 “아이들 키우는데 온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집 밖에서 더 잘 크는 아이들>이란 책을 펴냈다. 코칭전문가이며 전문직여성들의 모임 BPW의 황은미회장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물려줄 가장 큰 유산은 풍부한 인맥”이라고 말했다. 자식의 재능을 잘 살려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데는 주변의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부모는 그저 아이를 낳아 배불리 먹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끝없이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출세와 성공에도 뒷받침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일지도 모른다. 특히 왕조 등 계급사회가 아닌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네트워킹, 인맥이 자산이고 Know Who가 우리들의 ‘노후’를 보장하기도 한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하버드대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명성을 누렸는데 어릴 때 아버지인 배우 남궁원씨가 시로 집에 홍사덕 의원, 정일권 전 총리 등 유명인사들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게 한 것이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고 밝힌바 있다.

딸 아이를 키우면서 이 인맥의 소중함을 절감한다. 어느 학원이 좋은지,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 누구인지 역시 이 방면에 정보가 많은 친구나 학부모를 통해 알 수 있었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과제물을 할 때 유명인사를 인터뷰하거나 기업체의 자료를 쉽게 얻는 것 역시 주변 사람들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 그것 외에도 딸 아이를 이만큼 키운 것은 8할이 각계의 온정이긴 했다.
 
나 역시 주위 부모들의 숱한 청탁을 받는다. 아들이 취직을 못하는데 어디 마땅한 직장이 없는지 알아봐달라, 딸 아이가 리포터가 꿈인데 방송국에 소개시켜달라, 아르바이트라도 좋으니 대기업에 한 자리 넣어달라 등등 나의 능력과 인맥을 과대평가한 지인들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예, 알아볼께요”라고 정중하게 말하지만 말 그대로 알아만 봤지 해결은 못해줬다. 그 부모의 답답함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해결사가 되기엔 내가 너무 무력하기 떄문이다.
 
그런데 이번 유명환 장관과 그 딸의 경우는 이런 주위의 도움과 인맥의 차원을 넘어서 좀 심하게 비유하면 우리 사회에 병리수준에 이르는 것 같다.
경향신문이 ‘사력을 다 했다’는 제목을 붙였을만큼 오로지 그 딸의 채용을 위해 규정을 바꾸고 만점을 줘 당당하게 수석으로 채용됐다. 본인의 실력이 뛰어난데 금상첨화로 부모님도 권력자라면 배는 좀 아프지만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박사나 변호사 등 과거의 규정을 완전히 바꿔 콕 찝어서 그 딸만을 위한 채용을 한 것이 어디 공개채용인가. 사기채용이지.



첼시 클린턴이 아빠 '빽'으로 백악관 직원이 됐다든가, 엄마 도움으로 국무부 관리가 됐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사진은 지난 7월 첼시와 마크 메즈빈스키의 결혼식 장면.



더구나 외교부는 자원외교를 비롯해 FTA 등 국가 이익과 미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서인데 정말 장관이나 외교부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한걸까.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는 이 정부 곳곳에 이런 ‘굉장한’ 사건이 숱하게 일어난다. 물론 이런 변명도 가능할게다.
 
“커다란 교회 목사님들도 다 아들에게 세습을 하고, 정치인도 지역구를 자식에게 물려주쟎습니까. 외교부의 경우 다양한 해외생활과 어릴 때부터 밥상머리에서 늘 외교문제를 거론한 외교관의 자녀가 맞춤형 인재가 아닐까요?  장관을 비롯한 요직의 인사들도 실력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 다 대통령이 평소 ‘아는 사람’으로 채용(?)하는데 아는 정도가 아닌 피붙이 자식을 좋은 자리에 넣어주는건 상식이 아닙니까.”
 
과거엔 사법고시를 비롯한 각종 고시가 신분상승의 기회였다. 지지리도 가난한 깡촌 출신이라도 똑똑하고 야무지면 주위에서 학비를 대주기도 해서 검사도 되고, 의사도 되고, 교수도 가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데 이젠 그런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로스쿨을 가려해도 엄청난 등록금이 들고, 외교관이 되려면 부지런히 외국어나 외교문제를 공부하는게 아니라 외교아카데미 출신이어야 가능하다. 기회의 균등화는 아니더라도 기회의 다양화는 줘야하는데 이젠 이것마저 차단된 셈이다.
 
교사 출신의 커플매니저인 정수임씨는 요즘 세태를 이렇게 전해줬다.
 
“요즘은 무조건 신랑감으로 검사, 의사를 찾지 않아요. 1년에 1000명씩 고시생이 나오고 전국에 의대가 흔해져 의사나 변호사가 평생 부티나는 삶을 보장해주는 시대도 아니쟎아요. 무엇보다 이젠 개천에서 나온 용을 만나면 그 개천으로 끌려간다는게 새 속감이거든요. 본인의 능력보다는 부모의 재력과 권력을 먼저 본다니까요. 우리나라는 계급사회랍니다. 그것도 아주 철저한...”
 
다행히 딸 아이는 내가 다니는 신문사의 기자직에는 아무 관심도 없고, 우리 신문사는 직원 채용의 경우엔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공정한 곳이라 아무 문제도 갈등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이 무능한 엄마에게 부탁을 하는 딸에게 나는 ‘달걀’ 이야기를 해줬다.
 
“힘들더라도 스스로 달걀 껍질을 깨고 나온 병아리는 나중에 훌륭한 장닭이 되지만, 누군가 깨뜨린 달걀은 그냥 달걀프라이가 될 뿐이란다. 뭐든 네 힘으로, 네 능력껏 미래를 개척하거라.”
 
내 딴엔 나름 근사한 비유라고 말했는데 딸 아이는 코웃음을 지었다.
 
“엄마. 지저분한 양계장의 닭으로 자라 병걸려 죽거나 삼계탕이 되는 것보다 럭셔리한 대리석 식탁에 놓인 달걀 프라이가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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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기522 2010.09.08 2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의 자식(딸)자랑이 은은히 묻어 나오네요.
    결국 누구나 다 그런거죠...
    그런데 유명환은 하자가 많아 용서 할수가 없습니다.
    그는 홀로서기를 하며 열심히
    그리고 진취적인 사고를 지닌 젊은 이들에게
    국가의 정책에 대해 비판을 조금 한다고
    그런 젊은친구들은 북한에 가서 살라고 주접을 떨었는데
    바로 그 시간,
    자기 딸을 뒷구멍으로 집어넣기 위해 갖은 못된짓을 다 했었엇죠...
    그러니 이 나라의 외교가 이 모양이라
    대통령이 갑자기 러시아로 날라가고 난리 굿을 피게 되었답니다.
    진정 이 정부가 공정한사회 운운하고
    서민정책 잘 만들어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수 있는세상을 만들려면
    유명환건은 법의 잣대로 엄하게 다스려야합니다.
    그 이유는 세상사람들에게 열심히 벌어서 그런 사람 앞으로 살아가는데 체면유지 시켜줄 돈을 우리 국민들이 낼수 없단 말입니다.

  2. 쏘피 2010.09.09 0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1학년..
    그흔한 미팅도 한번 안하며 철없이 취미생활에 올인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래 그것도 한때다~ 간섭말자 했는 데 저 잘하는 건가요? ㅠㅠ

    • Simon 2011.02.24 12: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것도 본인의 선택이지요.
      어른들이라고 해서 예전의 선택이 항상 옳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때는 나도 어렸지만 결국은 지금 돌아보면 내가 직접 했던 것은 비록 당시엔 초라했어도 지금 나의 자산이 되었으니까요.
      여러 명의 리포트를 빌려 골라서 베껴 내는 방법도 있었지만 밤새워 직접 내가 정리하고 썼던 것들은 누가 가져갈 수 없는 실력이 되었지요. 그 때 점수는 잘 못받았을지라도 지금은 자랑스럽습니다.

  3. 무궁화 2010.09.12 2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님 살아 생전 내가 어머니를 힘들게 했을때
    이따금 하시던 말씀 이 생각나느군요.
    " 이놈아! 네가 애비가 되면 알것이다." 하시며
    돌아서 눈물지으시던 그 모습이 너무도 생각나는 밤입니다.

  4. 고수부지 2010.09.15 1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가의 혜택을 받은 공무원들이 국민에게 감사하는 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특권의식을 가져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공무원은 국가의 녹을받고 국민을위해서 일하는 사람이어야합니다

  5. 엘리사소 2011.04.08 0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인경선인기자님! 안녕하세요?
    좋은 글과 내용이 항상 관심을 갖게 하고, 읽게 하네요. 감사드려요.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재능과 건강이 더 좋은 글로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위로와 긍정의 힘을 주게 되실 줄 믿어요.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기자님의 블로그에 내용들을 복사해서 가져갈 수 없게 해 놓았네요.
    이 좋은 세상 모두 함께 나누고 또 나눌 수 있으면 더 행복해지겠지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ㅎㅎ

  6. 정래환 2011.07.21 18: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전부터 유인경기자님 존경해요 가끔경향신문에 아주좋은글올려주셔서 너무나고맙습니다항상건강하세요

  7. 2011.07.26 1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8. 이진남 2011.11.22 10: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인경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공감 백배 입니다.
    부모 특히 엄마들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는것 같습니다.
    그 욕심 그것이 어느때는 아이들을 위한 채찍이 되고 하지만
    사회 윤리를 멋어난 욕심과 행동은 지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만의 생각이 아니라는데 힘을 얻습니다.
    계속 좋은 글 기다리겠습니다.

  9. liygh 2011.12.15 15: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줄세우기로 고루한 봉건의식에 젖어있는 교육현장도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일부 의식있는 젊은교사들이 혁신교육을 시도하고 잇습니다만은, 봉건적이고 독선적인 교육관료들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요! 지금 혁신교육모델로 가장 선호하는 교육이 핀란드 교실혁명입니다. 핀란드교육의 기본정신은 수평개념입니다. 학생개개인의 가치는 똑같다는 것이죠. 핀란드학교의 교장실은 투명유리로 되어 있습니다. 교장부터 모든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입니다. 염불보다는 잿밥인 한국의 봉건교장들에게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조선조말에 조그만 기득권에 매달려서 나라가 망해도 자기배만 불리는 탐관오리들 처럼 학생이 죽어 나가도 자기와는 상관 없다고 생각하겠죠. 학생들에게는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이 되라고 하면서 자기는 두꺼운 껍질속에 갇혀 있다면 가장 나쁜인간이 되겠지요. 이제는 고루한 수직봉건사상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진정한 수평민주복지국가를 이룹시다.

  10. king size memory foam mattress 2011.12.31 1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의 사진 Haoxingfua을 보시려면! 정말 질투! 나는 또한 그것을 결혼하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