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양성평등시대, 아니 여성시대인가보다.

 각 분야에서 1호 여성이 등장하고 이제 사법고시나 3군 사관학교에 여성의 수석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긍정적이거나 건설적 분야만이 아니라 부정적 의미에서도 양성평등 시대가 열린 것 같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과거엔 음주 단속의 대상조차 되지 않던 여성들이 음주운전으로 많이 걸리고 온갖 범죄나 비리에도 여성들이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최근에 나와 친분이 있는 캐리어우먼들이 고소 당하거나 구속되거나 자리를 떠났다. 모두 내가 잘 아는 여성들이어서 놀랍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한 여성은 30대에 외국계 기업의 이사가 되어 업계의 신데렐라로 회자되던 사람, 또 한 사람은 대기업의 임원으로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뽐낸 사람. 그리고 마지막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벤처 기업의 여성 임원이다. 또다른 사람은 출판계의 여걸로 불렸는데 홀연 물러났다. 주변에서는 돈과 관계있다고 한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공금을 유용하거나 횡령한 비리, 불법 회계 등의 혐의로 쫒겨 나거나, 검찰이 수사 중이거나 한 명은 구속까지 당했다. 정글과 전쟁터로 불리는 기업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희생양도 아니고, 유병언을 돕는 무슨무슨 엄마처럼 자신의 주군을 돕다가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적인 욕심으로 돈을 빼돌리고 불법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장부 조작 등을 한 것이다. 

     

 한 때는 화려한 스펙, 탁월한 재능, 현란한 화술에 나름 미모를 갖춰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던 이들이다. 각자 성공담을 담은 책을 내거나 기업이나 젊은 여성들을 위한 강의를 자주 해서 20대 여성들의 워너비, 혹은 롤모델로 추앙받기도 했다.


 그렇게 유능하고 일중독일만큼 열심히 일한 이들이 왜 그런 비리를 저지르고, 범죄자가 되었을까.  


 적어도 내가 만났을 때 그 여성들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프로였고, 자존감도 강하고, 재벌 2세나 명망가의 딸들이 아니라 자수성가한 이들이라 더더욱 그들의 성취와 성공에 박수를 보냈는데...


 물론 사회에서 남성들은 더 많이, 더 크게, 더 치사하게 나쁜 짓을 한다. 어쩌면 이 여성들이 순진해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비해 더 가혹한 비판을 받는지도 모른다....는 시각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우월한 점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깨끗하고 청렴하고 순수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직장에서의 돈 문제에 관해서는 그랬다. 가끔 경리 담당을 하는 여직원이 남자 친구의 뒷바라지나 사치품을 사느라 돈을 빼돌리는 등의 사건은 있었어도 ‘명예’가 있는 캐리어우먼들은 그런 비리에 연류된 이들이 극히 드물었다. 더구나 현직에 있을 때 말이다.


 어린 여직원들이 나이 많은 남자 상사로부터 당하는 직장내 성희롱이 한창 화두였을 무렵에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진 <폭로>가 회제였다. 영화에서는 데미 무어가 여주인공을 맡아 부사장으로 취임해  부하인 전 애인이 마이클 더글라스를 희롱하는 모습이 충격을 던져줬다. 당시엔 “우리 나라도 곧 여상사들이 젊은 남자 부하들을 성희롱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걱정어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제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부와 명예를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고 탐욕을 누리는 것에 죄책감을 안느끼게 된 것일까. 아니면 남성들이 숱한 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지켜 보며 “나는 왜 안돼?”라고 생각한 것일까.


 이처럼 재능있던 여성들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화가 나는 것은, 비리는 개인이 저지르는 것이지만 여성이 저지르는 비리는 전체 여성을 대표하게 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갑돌이와 을식이가 사이가 안 좋고 사사건건 대립을 해도 사람들은 “두 사람이 사이가 나쁘다”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갑순이나 을미가 서로 말을  안 하거나, 관계가 좋지 않아 보이면 다들 “여자들은 꼭 그래, 밴댕이들이라니까”라고 전체 여성을 싸잡아 비난한다. 


 조금만 그들이 탐욕에 눈 멀지 않았어도, 잠시만 자신이 지금 하는 일이 옳은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 봤어도, 아니 적어도 매일 한 번이라도 현재 그들이 누리는 부와 명예가 얼마나 감사한 일이며 자신을 존경하고 닮고 싶어하는 여성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했다면 그런 치졸한 짓은 하지 않았을게다. 


 더구나 어떤 여성은 아이도 있다. 여성에게는 자신의 자녀가 종교이자 법이다.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기꺼이 더러운 거래나 불의에 고개를 돌리는데 왜 그들은 그랬을까....


 괴테도 <파우스트>에서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성취되었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라고 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란 아름다운 모성애, 맑고 밝음만이 아니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더러움을 정화하고 죽어가는 것을 살려내는 능력이 아닐까. 연약하기에 더더욱 위대한 여성의 힘. 


 여성들이 강인해지면서 더 오염되는 것 같아 속상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정말 열심히 일하지만 제 실력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정상에 오른 이들이 그런 실수를 한건지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


 하긴 나도 버젓한 법인카드만 한 장 있어도 가족회식에 쓰는 등의 치사한 비리를 저지를지도 모르지만... 비리조차 저지를 처지가 못되는 것이 행복인지도 모른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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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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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기숙 2014.09.09 2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요즈음 같은 여자지만 섬뜩 놀라울때가 한 두번이 아니예요.
    왜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지...

  2. 기원섭 2014.10.25 1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요일인 오늘, 저는 지금 사무실에서 이렇게 유기자님의 글에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아내는 청양산으로 단풍구경 갔습니다.
    이른 아침인 오전 6시반쯤에 서초동 집에서 강남역까지 아내를 태워줬습니다.
    근데, 바로 그 강남역에서 너무나 흐트러진 풍경을 봤습니다.
    뉴욕제과 뒤쪽인가, 그 골목에 영업용택시들이 꽉 차서 빠져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그 시간에 술집에서 나오는 젊은이들 때문이었습니다.
    그 풍경, 정말 안 됩니다.
    특히 여성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자여서 남자를 봐줘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의 잉태와 모성,
    그게 없으면, 적어도 내게는 여성이 필요 없습니다.
    또 정말 어려운 댓글 하나 달고 갑니다.

  3. 동치미 2014.12.16 1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자들은 군대가서 나라를 구햇는대..뭐 남자가 쓸데없는 존재로 생각하는 분이라면 아버지도 그렇케 생각하겟죠..제발 여성우월적인 마인드는 버리세요..시대가 어느시대인대..참나

  4. 김의숙 2016.01.03 2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인경기자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