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가 자신의 토크쇼 2011년 ‘오프라윈프리 쇼’에서 물러난단다.

오프라쇼는 그저 단순한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아니다.

톱스타와 정치인을 비롯한 화제의 인물을 초대해 궁금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물론 건강과 재무 상담, 집 인테리어 개조해주기, 패션감각이 형편없는 여성들을 아름답게 꾸며주기 등 온갖 정보를 다 담았다. 자가용이 꼭 필요한 이유를 써서 응모한 여성들에게 자동차를 나눠주고, 뉴올리안즈에 카탈리나 태풍이 엄청난 수해를 몰고왔을 때 자원봉사했던 이들을 초대해 상상을 초월한 선물을 안겨주기도 하는 산타 클로스 역할을 했다. 

원들어주기 캠페인을 벌였을 때는 사고로 불구가 된 소년이 뉴욕 양키즈의 광팬인을 알고 갑부 도날드 트럼프의 자가용 비행기를 빌려 그 시골 소년을 뉴욕에 데려가 양키즈 선수들과 만나게 해주었다.

트럼프의 자가용 비행기에 소년이 타는 장면에서 오프라는 “능력있는 친구가 있다는건 좋은 일이죠”라고 말했다. 오프라 윈프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AP연합뉴스 제공.


 
오프라의 팬들에게 그는 방송 진행자가 아니라 종교지도자였고 치유의 능력을 가진 힐러같다. 

오프라가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면 전국에 베스트 셀러가 됐고, 오프라가 입어보니 편하다고 자랑한 청바지는 완판됐다. 
오만하거나 내성적이거나 신비주의자이던 이들도 오프라 앞에서는 귀신에 홀린듯 자연스럽게 속내를 털어놨다. 국회의원 시절에 출연한 오바마에게 “당신이 대통령에 출마했으면 좋겠어요”라면서 지지선언을 했어도 누구도 편판 방송이라도 성명서를 내지도 않았다.

음식의 유혹에 무너지는 자신을 한심해하기도 하고, 딱한 사연을 들으면 함께 눈물을 흘렸다. 여러차례의 결혼 실패로 집안에 틀어 박혀 집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어 놓은 한 여성에게는 “이봐요. 당신은 병이에요.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말고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 받아요”라고 나무라기도 하고, 뭔가 숨기는 이들에게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정말인가요?”라고 물어 답을 이끌어냈다. 

그건 말솜씨나 파워가 아니라 산전수전 시가전 공중전을 다 겪어 풍부한 인생 경험을 해온 오프라만이 가진 내공의 힘이다. 

오프라는 최근에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을 초대해 인터뷰를 하면서 부와 명예를 가진 여성들의 고뇌와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조앤 롤링은 사람들이 “언제 신작을 발표하나요? 해리 포터를 능가할까요?”란 질문을 받을 때 당혹스럽다고 했다. 반드시 전작을 뛰어넘는 작품을 쓰겠다는 야심도 없고 자신은 그저 좋아서 소설을 쓸 뿐이란다. 다만 돈이 많아서 좋은 것은 ‘쇼핑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백화점에서 옷을 고를 때 예전엔 하나만 골라야 해서 고민하고 망설였지만 이젠 마음에 드는 옷을 다 살 수 있는 자유(?)가 큰 기쁨이란다. 하지만 바깥에서의 명성과 시선과 자연인으로서의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 사생활 보호에 신경을 쓴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는 도심의 아파트가 아닌 성에 산다. 말 그대로 캐슬!) 



 
오프라는 조앤에게 자신이 토크쇼를 그만 두는데 마이클 잭슨의 죽음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마이클 잭슨은 죽기 전에 새로운 앨범과 세계 투어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 은둔하다가 다시 무대에 선다는 설레임, 그 보다 큰 두려움으로 마이클은 신경안정제 등 약물에 의지했다가 결국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1982년, 30년 전에 만든 음반과 뮤직 비디오인 ‘스릴러’의 세계적 히트가 마이클에게는 부와 명예를 주었지만 그만큼 큰 멍에이자 십자가였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최고의 뮤직비디오로 선정된 스릴러의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해 마이클 잭슨은 부지런히 곡을 쓰고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 노심초사하다 죽음에 이른 것이다.

“어떻게 정상에만 머무러 있을 수 있어요? 또 한번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온 사람이 왜 다시 정상에 올라가야 하죠?  나도 다이어트에 성공해 날렵한 몸매로 비키니를 입은 적도 있지만 요요현상으로 다시 살이 쩠어요. 사람들은 내게 언제 살을 뺄 거냐고 끝도 없이 물어요. 왜 내가 30대처럼 날씬해져야 하죠? ”

오프라는 마이클 잭슨처럼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고 평화로운 퇴진을 하기로 결심했단다.

 
물론 그 프로그램만 그만 두었을 뿐 방송계에서 은퇴하거나 속세를 떠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450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하는 등 사화공헌 사업에 열심이고, 자신이 세운 하포 프로덕션에서 다른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다만 매일 시청률 경쟁에 피를 말리고, 끝없이 자신의 삶을 노출해야하는 토크쇼에서만 내려 온다는 것이다.
바바라 월터스도 주요 프로그램에서 물러났고, 인터뷰의 달인이란 래리 킹도 올해 래리킹 라이브를 그만 둔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70~80대의 고령인데 비해 오프라는 겨우(?) 54세다.  

난 시청자로서 오프라 윈프라쇼를 계속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그 누구도 오프라처럼 진솔하고 푸근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방송 진행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여성 연예인들이 툭 하면 “오프라 윈프리같은 방송인이 되고 싶다”고 밝히지만, 과연 오프라처럼 미혼모의 사생아로 태어나고, 삼촌과 사촌에게 강간당해 임신을 하고 그 아이가 사산되고 마약중독인 애인 때문에 마약도 하고 살을 빼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온갖 구설수에 시달리고 아직 결혼도 못하는 삶을 똑같이 살라면 동의할까.
오프라는 '“독서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할만큼 엄청난 독서광이고 수시로 기부를 하고 좋은 일에 앞장서는데 그저 오프라의 명성과 인기만 닮고 싶다는 이들이 참 안쓰럽다.

이제 그 무서운 시청률 전쟁에서 벗어나 자연인의 자유를 누리려는 오프라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오프라는 지난 25년간 너무나 많은 업적을 이루었고 너무 커다란 기쁨을 주었기에 그의 결정에 박수를 보낼 뿐이다.
그리고 여전히 인기를 누리는데, 너무나 많은 팬들이 아직도 뜨겁게 환호를 보내는데 과감히 내려올 수 있는 용기가 부럽기만 하다.
그건 어지간한 자신감과 주제파악이 안되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오프라는 자신의 부와 명예를 충분히 알고 즐겼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내적인 풍요와 만족에 더 비중을 둔 것 같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보기엔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사람들, 떠나야할 사람들은 왜 안 내려올까. 하긴 그들보다 더 무서운 이들은 절대 정상에 올라서는 안될 이들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정상을 향해 오르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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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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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수부지 2010.12.20 15: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감&주제파악^^정말 중요합니다

    오프라 윈프리에게 박수 짝짝짝!!

  2. 정성기 2010.12.21 2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프라 윈프리 이름만 들어도 묘한 생각이 든답니다!
    올해 난 이분과 묘한 인연을 간직한 사람이겠기에...

    어쨌든, 우리나라에도 이런 영향력있는 사람이 있었으면합니다.
    욕심같아선 나의 LOVER가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같은 "ㅇ"로 시작되는 아나운서(?)랍니다.

  3. 오색이 2011.01.25 08: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해 한해 나이를 먹을수록
    인품의 포용력을 생각하게 됩니다.
    오프라는 이루고 내려오는데
    저는 아직도 꿈을 펼치지 못했네요.
    포기는 없어요.
    그저 평범하게 글 읽고 쓰고 경험하면서
    큰 포용력은 꼭 욕심내고 싶습니다.
    그녀의 토크쇼를 보면서
    저도 내면적으로 글로벌하게 많이 성장한 기간이었지요.
    Thank you, Oph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