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란 타이틀로 또 배낭여행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할 때 “도가니탕도 아닌데 너무 우려 먹는다”고 구시렁거렸습니다. <꽃보다 할배>야 70·80대 영감님들이 힘겨운 배낭여행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고, <꽃보다 누나>는 예능프로에 거의 노출 안된 도도한 여배우들의 조합이 궁금해서 봤지만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 아이돌도 아니고 원로도 아닌 중년 남자가수들을 모아 <꽃보다 청춘>이라니요. 더구나 여행지도 쉽게 따라 가기 힘든 페루라니.

그런데 윤상·유희열·이적 등 세 아저씨들은 청춘이 꼭 10·20대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님을, 꼬질꼬질하고 남루해도 얼마든지 근사한 여행일 수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회의한다며 만난 김치찌개 집에서 곧바로 공항으로 끌려간 그들은 150시간 동안 같은 옷을 입고도 해맑게 웃고, 몇백원짜리 동전 지갑을 사고도 행복해하고 잠자리에 들어서도 마치 수학여행 온 여고생처럼 밤새 “그 노래 기억나?”라면서 키득거리며 수다를 떱니다.

다른 ‘꽃보다’ 시리즈에서는 스페인, 크로아티아 등 여행지가 더 눈길을 끈 반면, 이 청춘들은 세 명의 조합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거지 차림의 그들은 너무 진솔해 더 근사했습니다. 50이 가까운 나이에도 아내를 ‘여보’나 ‘아무개 엄마’가 아니라 ‘혜진아’ 등 이름으로 부를 때는 왜 그리 섹시한지요. 고산병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페루에서 다 해봤다”고 얘기해주고 싶어 용기를 내고, 부모의 이혼이나 아버지의 부재를 고백하며 아버지 노릇을 고민할 때는 그들도 연예인이기 전에 아버지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다가도 또 악동처럼 서로에게 장난치고, 제작진이 도망가버리자 카메라 촬영을 거부하는 담대함도 보여주고 라마 인형을 꼭 껴안고 다니는 소녀(?) 감성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밑반찬이 없어도 잘 먹고, 도우미가 없어도 척척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도 이들이 청춘임을 입증합니다.

tvN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페루> (출처 : 경향DB)


나이가 가장 많아도 형님 대접을 요구하지 않는 윤상, 팀원들을 이끌면서도 귀여움을 잃지 않는 유희열, 막내답게 궂은 일을 다하면서도 불평없는 이적의 환상적 조합은 앞으로 ‘꽃보다’란 타이틀보다 ‘청춘’ 시리즈를 더 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합니다. 확실히 여행은 불쑥 마음이 흔들릴 때 가야지 완벽히 준비했다가 무릎이 흔들릴 때 가는 건 아닌 듯합니다.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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