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에선 프로그램이나 출연자나 모두 ‘소모품’입니다. 시청률이 저조하면 금방 프로가 사라지고 계속 나타나는 신인이나 독특한 캐릭터에 스타들도 퇴장해야 합니다. 그럼 장수하는 방송인의 특징은 뭘까요.

요즘 방송가에서는 ‘유느님’, 하느님같이 고귀하다(?)는 유재석씨(왼쪽 사진)가 화제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장관·검찰총장 후보에게서는 “까도까도 미담만 나온다”며 허풍을 떨어도 결국 비리만 나오지만 유재석씨는 ‘까도까도’ 훈훈한 덕담만 나옵니다.


얼마 전 한 토크프로에서 까칠한 캐릭터의 개그맨 장동민씨가 유느님의 무한한 장점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그는 너무 힘들 때 하도 답답해서 사적 인연도 없는 유재석씨에게 전화해 “아무도 내 이야기를 안 들어주는데 국민 MC니까 내 말도 들어 달라”고 했답니다. 흔쾌히 나온 유재석씨는 특별한 조언도 없이 그의 말을 끊지 않고 다 들어주고 “내가 감히 너를 어떻게 이해하겠냐”란 말만 하더랍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우산을 씌워주고 택시를 손수 잡더니 “택시 타고 남은 돈은 어머니에게 용돈으로 드려라”며 자기 지갑 안의 돈을 다 줬답니다.

한 방송인에게 들은 이금희씨의 이야기도 참 훈훈합니다. 친분이 있는 방송작가의 집에 놀러왔던 그는 그 작가의 휴대폰이 깨지고 낡은 것을 보고 다음날엔가 새 휴대폰을 들고와 조용히 두고 갔답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작 낡은 휴대폰을 바꿀 엄두도 못 내는 지인에게 생일이나 명절도 아닌데 선물을 한 거죠. 이금희씨는 누군가와 만날 때 초콜릿 등 작은 선물을 전하고 방청객의 이야기도 경청합니다. 표정에 진심이 담기니 다들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88세의 송해씨(오른쪽)는 <전국노래자랑>을 30년간 진행하며 가장 힘든 것은 출연자들이 다짜고짜 음식을 먹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여름에 분명 상한 듯한 생선회, 매운 김치 등을 무작정 입에 넣어도 그는 기꺼이 먹습니다. 반갑다며 갑자기 달려든 할머니 때문에 무대에서 떨어져 갈비뼈에 금이 간 적도 있습니다.

전쟁터처럼 치열한 방송세계에서 장수하는 이들은 특별한 재능이나 유행어 덕분이 아닙니다. 출연자나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국 소통과 배려심인데 어쩜 그것이 가장 특별한 능력일지도 모르겠네요. 대통령도 갖기 어려운 재능이니까요.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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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원섭 2015.02.27 1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허~~
    이 글, 이를 또 어쩌나요.
    제 자랑을 하게 만드니까요.
    15년 전으로 거슬러, 관공서에서 과장이라는 직분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점심 때가 되어, 소속 직원들과 함께 인근 음식점으로 곰탕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밥을 뜨기 전에 먼저 곰탕 국물 맛을 좀 보려고 숟가락를 그 국그릇에 집어넣는 순간이었습니다.
    근데, 뭔가 낯선 건더기가 하나 제 시선에 걸려들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봤더니, 거의 녹다시피한 바퀴벌레 한 마리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생각을 굴려야 했습니다.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했지요.
    그래서 제 한 처신은...
    국그릇으로 이미 들어간 그 숟가락으로 그 바퀴벌레를 살짝 떠서 그릇 밑으로 슬그머니 내려놓은 뒤에, 아무 말 없이 밥 한 그릇과 함께 그 국을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점심 식사후에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그 집 주인에게만 조용히 귀뜸을 했습니다.
    제 국그릇 밑을 챙겨보라고요.
    그 뒤의 일은 더 적지 않겠습니다.
    그 집, 지금도 곰탕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유기자님의 글에 등장하는 그 분들도, 바로 그런 분으로 보입니다.
    참 좋습니다.
    따뜻하고요...
    언제 기회가 닿으면, 제가 그 분들에게 밥 한 번 사드리겠습니다.

  2. 한명순 2015.03.01 17: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에 글 올린 분은 내공의 달인이라고 봐야 하나요?
    아님, 무뇌아로 봐야할끼요!
    유인경기자님이 답 좀 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