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빠를 부탁해>가 지난주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시간대로 옮겨졌습니다. 젊은 아빠들이 2~4세 개구쟁이를 돌보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달리 <아빠를 부탁해>는 이 시대의 성공남들이지만 정작 아빠 역할은 서툰, 특히 딸들과의 관계에 어색한 50대 아빠들을 딸들이 지도편달(?)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맡는 역할마다 그 인물에 빙의된 듯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는 조재현은 정작 가장 가까운 딸의 마음을 몰라주고 제대로 놀아준 적도 없답니다.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는 개그맨 이경규는 개와 노는 것이 딸과 있는 것보다 더 편해 보입니다. 자타공인 딸바보 강석우는 정작 넘치는 사랑이 딸을 불편하게 만듭니다.(사진) 평소 항상 미소짓는 얼굴의 배우 조민기는 딸이 남자친구와 다정하게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에 치미는 화를 엉뚱한 데 풉니다.


20여년을 키운 딸의 속내를 그들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딸이 한 말과 영상을 통해 겨우 압니다. 친해지려고 다가가지만 여전히 어색하고 민망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딸과 강아지 카페를 가고 요리를 하며 조금씩 서로의 간격을 좁힙니다. 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과 같은 나이 무렵의 아버지가 얼마나 가난하고 고생했는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합니다.

“아빠에게 뭔가 가르침을 받는다는 게 되게 낯선데 기분이 너무 좋은 거예요. 많은 생각이 들게 했어요. 그 순간이.” 24년을 살면서 아빠(조재현)에게 무언가를 배운 기억이 없다는 딸(조혜정)은 철학도, 연기법도 아닌 고스톱을 배우고 무척 감격스러워합니다.

한국의 중년 아버지는 대부분 정글같은 치열한 사회에서 직장형 인간으로 사육되어 정작 가족을 만날 때는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였습니다. 처음은 서먹서먹해도 자꾸 함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서로의 표정을 살피면 아빠와 딸의 배터리가 충전되고 평생 간직될 아름다운 추억이 만들어질 겁니다. 곧 어버이날이 옵니다. 딱딱한 아빠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은 말랑말랑한 자식의 손과 따스한 감사 인사가 아닐까요. 효도에도 햇볕정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유인경 선임기자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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