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쓴다는 것은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일입니다. 드라마에는 그 당시의 사회상이나 가정의 고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오래전의 일을 그린 사극도 그 시대의 정확한 풍속사를 알려주기 위해 인물의 성격은 물론 작은 소품까지 철저한 고증이 필요합니다. 드라마의 완성도는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이나 맛깔스러운 대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미국의 범죄드라마를 보면 법의학자, 수사관 등이 직접 참여하기도 하지만 작가들이 정말 치밀하게 자료를 조사한다는 점에 감탄합니다. ‘드라마의 여왕’으로 불리는 칠순의 김수현 작가도 항상 새로운 트렌드(주부의 안식년, 동성끼리의 사랑 등)를 제시하고 각 직업군의 특성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보조작가들이 현장 취재를 한답니다.


MBC 주말극 <여왕의 꽃>은 작가의 상상력과 열정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장 취재나 자료 조사 등은 몹시 부족해 보입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주인공 김성령(사진)이 요리사이고 그의 친딸 이성경도 요리사인데 요리사답게 청결한 머리손질 등의 기본도 되어 있지 않다는 비난이 많습니다. 또 음식 레시피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닌데 비슷한 레시피를 사용했다고 중국 계약권이 취소되고 언론에서 매장되는 것도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힐링레시피>란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악의적으로 김성령에게 모욕을 주고, 방송 중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을 직접 읽어보라는 등 어이없는 진행을 하는데도 담당 프로듀서나 작가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습니다. 요리사인 김성령과 진행자 양정아는 그 프로에서 요리가 아닌 옷타령만 합니다. 자신이 돋보이려고 출연자에게 형편없는 옷을 입히는 등 유치찬란한 싸움, 인신공격만 이어지는 요리 프로가 어디 있는지요. 방송 관계자들이 방송 프로를 어찌 그렇게 엉성하게 다룰 수 있는지….

취재나 공부가 부족하면 항상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것이 악녀들입니다. 악녀들이 악행을 일삼고 술책을 부려 사건이 꼬이면 어느 정도 시청률은 담보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아들을 협박하는 김미숙, ‘김성령이 재수없어 싫다’며 프로그램을 망치는 양정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악마와도 거래를 하겠다는 주인공 김성령이 모두 악녀의 면모를 보입니다. 제대로 조리법을 배우거나 연구하지 않으면 음식에 인공조미료만 잔뜩 부어 감칠맛으로 포장할 수밖에 없듯, 작가의 취재나 공부가 부족한 드라마에는 악녀들만 가득하게 됩니다. 주말극은 그 방송사의 상징적 드라마인데 적어도 성의는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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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08 1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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