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가수 조영남씨는 “요리를 배웠다”고 자랑했습니다. 갑자기 요리를 배운 이유는 모 방송사에서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남자의 요리’ 덕분이랍니다. 고마운 사람을 위해 요리를 배워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것이 취지랍니다. 전문 셰프는 물론 아이돌 스타, 심지어 칠순의 조영남씨까지 방송에서는 온통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누가 더 맛있게, 먹음직스럽게 먹는지를 보여주는 ‘먹방’이 대세여서 사랑이 등 어린이들이나 개그맨들이 주류를 이뤘다면 요즘은 직접 음식 솜씨를 보여주는 ‘쿡방’이 방송가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입니다. 시사기획부터 예능,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온통 남자 출연자들이 요리를 합니다.


<삼시세끼-어촌편>에 출연해 놀라운 요리 실력과 순발력을 보여준 차승원(사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며 사극의 주인공을 맡고 광고 출연도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이서진 역시 <삼시세끼 -정선편>과 <꽃보다 할배>에 출연해 허술하지만 나름 요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 후 식음료 광고 모델로 자주 모습을 보입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 중인 셰프들은 팬클럽을 거느릴 만큼 인기를 누려 셰프테이너란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쿡방 출연이 부와 명예를 보장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남자들의 요리는 어떤가요. 아내가 동창들과 여행 간다고 잔뜩 끓여놓은 곰탕에 한숨 쉬고 직장에서 퇴직한 남편이 하루 종일 밥타령만 한다고 ‘삼시 세끼’가 아니라 ‘삼식이 새끼’란 슬픈 신조어가 탄생했습니다. 고시촌에서 취직 준비만 몇 년째인 장기 취준생은 라면도 반개씩 나눠서 끓여 먹고 이 불경기에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야근이나 대리기사 등을 하는 가장, 기러기아빠들은 제때 식사도 못하고 짬이 나면 삼각김밥 하나로 끼니를 때웁니다. 부엌에 들어갈 시간적 여유도 없습니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가 섹시하고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남자들의 요리교실도 만원이라고 하네요. 방송에서, 곳곳에서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남자들이 늘어나는데 그들에게 ‘폼’만 잡지 말고 독거노인의 도시락이나 수준 낮은 식자재로 문제를 빚은 학교급식을 맡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영국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도 학교급식 품질을 개량해 사회운동으로 이끌었지요. 우리는 섹시한 남자보다 책임을 지는 남자를 더 원합니다.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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