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경향신문의 ‘B급 질문을 하다’의 주제는 “드라마 ‘복면검사’는 ‘복면가왕’ 인기 편승한 걸까요”였습니다. ‘TV전상서’에서도 C급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혹시 방송사들은 모범 답안지나 트렌드 보고서를 같이 공동구매해 보는 걸까요.”

수년 전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프로모스틸’이란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 시즌에 유행할 패션경향을 색상·디자인·소재·장식 등등으로 나눈 후 트렌드북을 만들어 각국의 패션회사에 판매합니다. 넬리 로디, 페클레, 트렌드유니온 등 트렌드분석회사에서 제안한 자료를 활용해 각 브랜드에서 약속한 듯 비슷비슷한 옷을 만들어내더군요. 그런데 방송사는 대체 어디에서 자료를 받기에 같은 시기에 똑같은 장르나 주제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가 복제품처럼 나올까요.


KBS <복면검사>에 이어 다음주 SBS는 수목드라마 <가면>(사진)을 선보입니다. <가면>은 진짜 가면을 쓴 것이 아니지만 가난한 백화점 판매원이었던 수애가 자신과 꼭 닮은 국회의원의 딸이 갑자기 죽자 그를 대신해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립니다. 6월부터 방송되는 tvN 월화드라마 <신분을 숨겨라>는 신분을 숨기고 위장 잠입수사로 사건을 해결하는 경찰들의 이야기랍니다. 이러다가 뉴스시간에도 앵커가 가면을 쓰고 등장해 작심한 듯 정부나 갑질하는 이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닐까요.

레이블을 가리면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모르는 비슷비슷한 기성복처럼 방송 드라마나 오락프로가 똑같은 포맷의 복제품 같은 작품들을 만드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이 분야는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장르가 아닌가요. 26일 <백상예술대상>에서 나영석 PD는 TV부문 최초로 드라마가 아닌 예능 프로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실버 예능 <꽃보다 할배>, 음식 예능 <삼시세끼> 등 ‘창조 예능’ 프로를 만든다는 평가를 듣는 그와의 인터뷰를 다른 제작진에게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창조, 크리에이티브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다. 그것들이 끝나고 난 다음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당연히 되는 거야’라고 하지만 현실로 보여지기 전에는 아무도 이해 못하는 게 창조다. 그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작업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게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한다. 그 뚝심은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를 잘 알아야 한다. 그것만 알아서도 부족하고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 교집합을 찾는 것, 그게 창의성의 원동력이자 핵심이다.”

프로듀서, 작가님들. 남들의 취향을 궁금해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주세요.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