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금·토 드라마 <프로듀사>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예능국장 역을 맡은 연기자가 어디에서 본 듯한 얼굴인데 어느 연기자인지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서입니다. 실존 프로그램과 연예인이 등장하기에 진짜 예능국장인가 했더니 서기철 아나운서(사진)여서입니다. <6시 내고향>을 비롯, 교양프로와 스포츠중계에서 아나운싱을 하던 그가 돌연 느물거리는 예능국장역을 맡아 연기파 박혁권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이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서 아나운서는 현 예능국장과 입사동기이지만 오디션까지 받았답니다.


현직인 서 아나운서만이 아니라 요즘은 아나운서 출신의 연기자들이 맹활약 중입니다. 최근 막을 내린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청담동 재벌 사모님 역을 맡은 백지연씨는 백상연기상의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고, 오영실·최은경·임성민·최송현·오상진 등은 카메오가 아니라 이제 프로 연기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상캐스터 출신인 김혜은씨는 <범죄와의 전쟁>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합니다.

아나운서는 사전에 ‘라디오·텔레비전 방송국에 속하여 뉴스 등을 고지 및 전달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는 사람 또는 그 직업. 넓은 뜻으로는 극장·정거장·야구장 등에서 안내방송을 하는 사람도 포함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고지·전달’이 본업인 셈입니다.

그런데 왜 아나운서 출신의 연기자들이 늘까요. 일단 아나운서란 직업 자체가 전처럼 ‘언론인’이라기보다 예능인에 가깝게 활동 영역이 넓어져서 일 겁니다. 김성주·전현무씨처럼 오락프로 진행도 맡고, 패널로도 출연하며 잠재된 예능 끼와 연기력이 드러나게 됩니다. 방송 생리를 잘 알고 연기자들과도 친분이 있어 현장에서 어색함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발음이 정확해 대사 전달이 제대로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옹알이하는 것 같은 몇몇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비하면 목소리와 발성이 연기를 빛나게 해줍니다.

하지만 연기자로 전업한 전직 아나운서의 진솔한 고백은 ‘끼’나 재능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안정된 공영방송 아나운서란 직함이 주던 명예와 보람이 점점 줄더군요. 직급이 높아지면 후배들 관리가 본업이 되고 설 자리는 더 줄어들죠. 직원이다 보니 예능이라도 1회 출연료가 몇만원인데, 연예인은 수백만원이라 상대적 박탈감 등등이 컸어요. 비정규직 연기자라 불안하지만 후회 없습니다.”

왜 1000 대 1의 경쟁을 뚫고 들어간 아나운서들이 방송사를 떠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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