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과 ‘비유’는 문학적 수사의 한 부분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라거나, 장기가 하나하나 끊어지는 단장의 아픔, 천사 같은 성격에 양귀비 같은 미모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말들을 씁니다.

그런데 요즘 매스컴, 특히 방송에서는 ‘과장’이 너무 지나칩니다.

영화에서 청순한 첫사랑 역할을 한 아이돌 배우에게는 ‘국민 첫사랑’(아니 어떻게 사람들의 첫사랑이 똑같은 모습일까요), 드라마에서 착실한 사위 역할을 하면 ‘국민 사위’(사위도 국가자격시험을 거쳐야 할까요) 등 조금만 돋보이면 정작 국민들의 여론조사나 투표도 하지 않고 ‘국민’이란 타이틀을 부여합니다. 천방지축인 세쌍둥이 아들을 잘 돌보고 삼둥이를 한꺼번에 안아든다고 송일국씨에겐 ‘송도의 성자’라는 신분증명서를 주고 후배 등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적인 일을 많이 한다고 개그맨 유재석씨를 칭하는 ‘유느님’이란 신조어도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인기가 있는 연예인들에겐 ‘갓’(God)이란 접두사가 붙여집니다. 그야말로 도처에 ‘오 마이갓’이죠.

그런데 요즘은 그 과장이 지나쳐 무시무시한 단어들까지 너무 자주 등장합니다. 요리프로그램에서 솜씨가 뛰어난 셰프에게 ‘맛깡패’라는 별칭을 지어주고 자존심이 강하면 ‘핵존심’이라고도 합니다. 깡패의 사전적 의미는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만드는 남다른 재주를 가진 셰프를 깡패라니요. 그리고 핵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 존폐가 걸린 존재인데 툭하면 핵이란 말을 너무 남발합니다. 특히 외모에 문제가 있어 성형수술을 원하는 여성들이 출연하는 <렛미인> 등에서는 출연자들의 불행과 고통을 강조하다 못해 ‘괴물’ ‘프랑켄슈타인’ ‘거대 잇몸녀’ 같은 꼬리표를 붙입니다. 얼굴 구조가 남들과 다르면 ‘괴물’이란 말을 들어야 할까요.

개그콘서트의 코너 ‘핵존심’에서 큰 사랑 받고 있는 이상훈 (출처 : 경향DB)


이런 극단적인 과장의 용어들은 인터넷에서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락프로그램에서 신조어 나 유머코드를 사용하는 것은 젊은층의 공감대를 높이기도 하고, 세대 차이를 좁히는 방법이기도 할 겁니다.

그러나 요즘 방송 제작진들은 얼마나 더 정성껏 프로그램을 만들고 아름다운 방송언어를 구사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자극적인 단어를 쓰는가가 관심사인 듯합니다. 방송에서 나오는 말은 그 사회와 구성원의 품격을 대변합니다. 핵과 깡패와 지존이 넘치는 방송에서 정작 보통 사람들은 비명만 질러야 할까요.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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