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문화계의 가장 큰 화제이자 스캔들은 신경숙 작가의 표절입니다. 그의 작품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에서 문장을 그대로 따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급기야 사과에 나섰고 이외에도 그의 몇 작품에 대한 표절 의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누리꾼들로부터 ‘표절의 기쁨’을 아는 작가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문단에서 형사소송이 제기되고 신 작가에게 절필요구 선언이 이어집니다. 또 그동안 받은 인세 등 수익을 반환하란 요구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처럼 표절에 대한 엄격한 잣대나 법적 제재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기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의 시청자 게시판을 보니 ‘KBS는 언제 이 프로를 따라 할까’라는 글이 올라와 있더군요. 조금만 화제가 되면 포맷이건 줄거리건 상관없이 마구 베끼기와 표절을 일삼는 방송제작 관행을 꼬집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방송가에서 이 같은 표절은 관행화됐고 만성화됐습니다.

 

MBC <복면가왕> (출처 : 경향DB)

 

개그맨 유민상이 그동안 사이가 소원했던 동생과 출연할 예정인 <우애를 위해>란 프로그램은 <아빠를 부탁해>와 같은 구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만약 신경숙 작가가 표절작품으로 벌어들인 돈을 사회정의 차원에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방송에도 적용된다면 방송사는 아마도 천문학적인 돈을 토해내야 하지 않을까요.
 
표절과 도용은 가장 편하고 쉬운 콘텐츠 제작 방법인 동시에 가장 비열한 행위입니다. 또 새롭고 열정적인 창작을 가로막는 독소이기도 합니다.

 

하늘 아래 새로울 것이 없다지만 적어도 남의 창작물을 그대로 가져오는 행위는 사라져야 합니다. 아무리 채널이 늘어나도, 방송되는 프로그램 수가 늘어나도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그저 투정은 아닙니다.

 

백번 양보해 신 작가는 표절 작품이 수십년 전 작품이라 읽은 기억이 잘 안 난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달 전, 혹은 현재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아무렇지도 않게 베끼는 방송제작진들은 어떤 핑계를 댈까요. 참고만 했을 뿐 독창적인 내용으로 구성했다고 주장하며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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