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연예오락 프로 진행자만이 아니라 출연자들의 개성도 ‘유행’과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엔 300년쯤은 살아온 듯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를 자랑하던 조형기나 신상품을 ‘우리 아기’라고 부르며 쇼핑중독을 자랑하던 서인영 등 4차원 같은 엉뚱한 매력을 보여주던 이들이 인기였습니다. 요즘은 단연 음식도 잘 만들고 뭐든 잘 먹고 마냥 소탈해보이는 이들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물론 각종 요리프로가 늘어나면서 ‘음식’이 화두인 이유도 있겠지요.




<삼시세끼·사진>에 출연했던 최지우·박신혜 등은 김치를 담그고 각종 요리 솜씨를 선보인 데다 여배우답지 않은 털털한 모습을 보여 호감도가 급상승했습니다. “깨를 손으로 부수어 뿌리는 것을 보니 진짜 요리를 안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살림솜씨도 수준급” 등 찬사가 쏟아지고 덕분에 새로운 CF도 몇 개나 찍었더군요. 반면 음식솜씨가 별로이거나 조금 까다로운 면을 보이면 ‘밉상’으로 찍힙니다. “예쁜 척만 해서 얄밉다” “음식을 다루는 모습이 어설프기 짝이 없다” “다른 출연자들에게 거만하게 굴더라” 등등 온갖 욕을 다 먹습니다.

그런데 평소 평균 섭취 칼로리의 반도 안 먹는다는 걸그룹들이 ‘몰래 카메라’에서는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는 모습이 과연 진실일까요. 기호식품이 따로 있듯 본인들의 식성이나 취향도 있을 텐데 아무리 방송이라도 모든 음식을 다 먹음직스럽게 먹어야 할까요. 평소 매니저에 스타일리스트 등의 도움으로 왕자나 공주같이 생활하던 이들이 갑자기 너무 소박하고 넉살좋은 태도를 보이는 것이 더 부자연스럽지 않을까요. 또 그들의 본업은 연기, 노래 등인데 그런 이들이 요리까지 잘해야 하는 것이 필수 덕목일까요. 물론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음식도 잘하고 뭐든 잘 먹는 이들은 사랑스럽습니다. 뭐든 열심히 하려고 하고 밝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칭찬할 만합니다.

이런 프로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대형기획사 소속입니다. 그것도 몇몇 특정 기획사가 대부분이죠. 기획사에서는 재능과 실력을 키워주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지’와 ‘캐릭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의 원래 성정과 이미지가 동일할 수도 있지만 그런 기획사들이 만든 이미지만 보고 찬사만 보낼 일은 아닐 듯합니다. 요리솜씨가 좀 없거나 잘 안 먹는다고 국민 밉상으로 전락할 이유는 더욱 없겠지요. 정말 연기나 노래실력이 뛰어난 이들은 설 무대도 없고 수입도 없는데 ‘이미지’ 덕분에 수십억원의 광고모델 수익료를 받는 이들을 보면 세상은 확실히 불공평합니다.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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