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공인중개사를 안 만나본 사람이 있을까. 동네마다 있는 공인중개사 사무실, 월세건 전세건 살 집을 구하려면 대부분 만나야 하는 이들이 공인중개사다. 현재 8만8000여명에 가까운 공인중개사가 있고, 7월 29일은 ‘공인중개사의 날’이기도 하지만 정작 그들의 전문성과 역할에 대해서는 잘 아는 이들이 드물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방침이 밝혀진 후 주목을 받고 있는 공인중개사협회 이해광 협회장을 만났다.


대부분 국민들의 관심은 중개보수 인하일 겁니다. ‘반값 복비’란 말까지 등장했죠.
 
“정부안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 권고안이긴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면서 주택매매가 6억~9억원 미만은 ‘0.9% 이하 협의→0.5% 이하’, 전세보증금 3억~6억원은 ‘0.8%→0.4%’로 가이드라인을 정했습니다. 또 협의요율로 운영되는 ‘고가구간 기준’을 상향조정하고 주거용 오피스텔의 요율을 매매 0.5% 이하, 임대차 0.4% 이하로 하도록 신설했습니다. 사실 우리 협회와 공인중개업계 입장에서는 1986년 협회가 만들어진 이후 30여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형국입니다. 그렇잖아도 정해진 수수료율을 다 받는 경우가 없고 거래 당사자와 협의를 통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왔는데, 일부 고액구간 수수료율을 절반으로 낮추고 다시 협의를 해서 받으라고 하는 것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수수료율이 15년 전 만들어져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거래 자체가 과거보다 줄어들고 중개업소는 늘어나 ‘레드오션’에 빠진 업계로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말이 쉬워 ‘반값 복비’지 월급을 반으로 깎는다는 것 아닙니까. 물론 정부 정책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하’는 수용하지만 ‘요율’을 고정화하는 등 우리 공인중개사들의 요구도 수용해달라는 겁니다.”

중개사분들은 열심히 노력한 대가인 중개보수가 월급인 셈이겠지만 이용자로서 집을 사고팔 때는 솔직히 중개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랫동안 수시로 공인중개사가 드나든 것이 아니라 전화 몇 통과 한두 번의 방문으로 거래가 성사돼 수백만원까지 중개료를 줘야 할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집을 산 경우 정부에 낼 세금도 만만치 않은데, 중개료로 거액이 나가면 내집을 마련했다는 기쁨보다는 국가나 중개인에 대한 ‘짜증’이 나기도 한답니다.

 “일반 소비자분들은 당연히 그런 오해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가 그저 전화 몇 통 걸고 집 몇 번 보여주고 서류 작성하는 것이 모든 일이 아닙니다. 부동산 거래는 재산이 담보돼야 해서 어느 하나 간단히 쉽게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집이나 땅이나 파는 이들은 하자를 감추려 하죠. 다들 내집이나 상가 등을 장만할 때 공인중개소를 이용하면서 등기권, 국세나 지방세 압류 등을 다 꼼꼼하게 따지고 상가의 경우 상용수익이나 유동인구, 교통과 주변상권에 대한 정보와 안내를 받아보셨을 겁니다. 또 전·월세의 경우 전구, 도배장판, 밀린 공과금 등을 따지고 해결해주는 것도 다 확인하셨을 겁니다. 매매가 결정나도 중도금, 잔금이나 최종계약에 이르기까지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몇백원에서 몇천원이면 각종 공문서나 신분증을 위조하기 때문에 탐정 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하루 종일 상담과 조사를 해도 100건 중 1건 정도가 성사됩니다. 제가 최근에 <부동산 거래시장에 대한 정책 제언>이란 책에서 밝혔듯 공인중개사는 변호사나 법무사, 감정평가사, 의사, 약사, 회계사나 세무사와 함께 지식 관련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동산 중개보수는 단순히 물건을 소개하고 받는 비용이 아닙니다. 등기부등본상의 각종 권리관계, 인감증명 등 진정한 권리자를 확인해야 할 절차들이 많으며 향후 투자가치, 금융권 대출 관련 조언, 등기, 이사 및 인테리어 업체 소개 등 부동산 거래 관련 종합서비스가 포함됩니다. 또 공인중개사의 불법 중개로 손해가 발생할 때에는 손해를 배상하는 책임 또한 막중하지요. 중개료가 그렇게 터무니 없는 금액도 아닌데 ‘반값’을 받으라고 하니…. 경제학자들이나 소비자단체에서도 우리가 제안하는 요율제 주장이 맞다고 공감하면서도 결국 국민의 정서를 감안해서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땅값이나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 커피숍이나 식당은 문을 닫아도 공인중개사 사무실은 그대로 있는 곳이 많던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의 경우 지역 차이가 엄청나게 심합니다. 인구 유입이 많은 곳에는 당연히 거래가 활발하지만 지방 등은 1년에 몇 건 거래가 되지 않습니다. 최근에 주택은 물론 토지 등 부동산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는데 무슨 거래가 있겠습니까. 아파트 등이 많이 지어져야 주택, 상가 등의 거래가 활성화되는데 이명박 정부의 경우 부동산정책은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우리 회원 가운데 사무실을 유지할 수 없어 포장마차를 하거나 대리운전을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거래가 준 것이 아니라 거래가 실종된 곳도 많습니다.”


공인중개사 시험이 있을 때는 공공도서관은 물론 동네 독서실까지 만원일 만큼 자격증 시험 열기가 뜨겁습니다. 얼마 전에 팔순의 어르신도 도전하는 것을 봤고, 각 대학에도 부동산 관련 학과가 많이 생겼더군요. 현재 9만여명에 가깝던데 왜 이렇게 회원들이 많습니까.

“공인중개사 1인당 국민 250명 정도의 비율인데, 일본의 두 배입니다. 변호사는 2만명, 회계사도 1만여명인데 너무 많죠. 이렇게 포화상태를 보인 이유는 아마도 IMF사태 무렵에 중개사 자격증 발급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일 겁니다. 해마다 8000~1만5000명이 자격증을 땄습니다. 2004년에 4만여명이었는데 10년 사이에 두 배가 됐지요. 다른 자격증 시험에 비해 그렇게 부담이 없어서인지 누구나 도전합니다. 하지만 중개사 사무실을 하나 열고 유지하려면 5000만원 정도는 필요합니다. 자칫 가산을 탕진할 수도 있어요. 변호사와 달리 우리 공인중개사는 상담료를 받지도 못합니다. 계약이 코앞이다가 허탕치는 사례도 허다하죠. 또 소비자들이 중개사 사무실을 한 곳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물건을 내놓아 경쟁도 치열합니다. 올 상반기 자료에 따르면 중개사 사무실의 계약이 전국 평균 1건 정도입니다. 시골은 아예 개점휴업 상태이고요. 2014년에는 15%가 폐·휴업을 신청했습니다. 참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데 왜 유독 각 정부마다 부동산정책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까요. 해마다, 아니 분기마다 부동산정책을 부지런히 내놓아도 강남 집값만 올리거나 오히려 부동산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입니다.

“무엇보다 각 정부마다 고유의 특성을 살린다며 고집을 부린 탓입니다. 자연스럽게 시장경제에 맡겨야 하는데, 탁상행정으로 법안을 만들고 강제규제가 너무 심했습니다. 어느 정부는 임대주택을 잔뜩 만들고, 어떤 정부는 재개발을 막고…. 우리 회원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은 IMF 때보다 리먼브라더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등 외국의 불경기 여파로 국내 경기까지 어려워졌을 때입니다. 특히 주택과 관련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에는 정말 부동산시장이나 주택·상가 매매가 뚝 떨어졌습니다. 2013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때 제가 참고인으로 국회에 갔습니다. 현오석 장관이 참석했는데 저는 서너 시간 동안 기다려야 했죠. 기다리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기재부와 새누리당에서 취득세 인하를 소급해서 하기로 잠정합의했다는 기사가 났더군요. 그래서 제가 발언할 때 ‘부동산시장은 중환자다. 모든 규제를 다 풀어도 회생이 될까말까다’라며 현 상황과 공인중개사들의 어려움을 설명했습니다. 당시 국감 때 가장 길게, 아무 제지도 없이 오래 증언했다고 들었습니다. 강길부 위원장이 다른 사람에게 ‘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더랍니다. 회장이라면 회원이 생계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런 말을 했을 뿐입니다.”


그럼 이번 정부의 중개보수 인하에 대해 회장님과 협회는 어떤 대안이 있습니까.

“우리 밥그릇만 챙기거나 우리만 잘살자는 것이 아닙니다. 중개사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편의도 중요합니다. 다만 정부 권고안이 요율을 낮추면서 ‘이하’라는 문구까지 달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0.4% 이하에서 협의면 0.1%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상한요율이 절반 깎이는 것도 모자라 그보다 더 내려갈 수도 있는데, 이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입니다. 또 막연히 ‘~% 이하에서 협의’라고 돼 있는데, 이러다 보면 고객들과의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고 결국 상한요율도 받을 수 없게 되죠. 예를 들어 지금 2억원짜리 아파트를 월세로 돌리면 서울의 경우 보통 월세전환율이 6~7% 정도기 때문에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면 딱 맞습니다. 전세계약을 맺을 때는 2억원에 0.3% 적용하면 중개보수 상한이 60만원이 되지만 월세로 전환하는 순간 33만원으로 떨어집니다. 금리인상폭을 생각하면 환산보증금 계산할 때 월세에 250을 곱해야 맞지만 200이라도 곱해달라는 게 우리 주장인데, 국토부에서는 이야기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제가 단식이나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쓰는 방법도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연구해도 중개보수는 ‘자율화’가 맞다는 생각에 헌법 소원을 고려 중입니다. 시장경제에 맞겨 자율화가 되면 돈(중개보수비용)이 아깝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할 겁니다.”





그래도 예전에 공인중개소라면 복덕방, 그리고 동네에서 장기나 바둑을 두던 복덕방 할아버지를 떠올렸지만 요즘은 공인중개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저는 일반 직장에 근무하다 1985년 첫 공인중개사 시험 때 합격했습니다. 아시안게임, 서울올림픽 등으로 당시엔 부동산경기가 활발해서 돈도 제법 벌었지만 최근 베이비붐 세대들의 공인중개사 영입, 부동산경기 위축 등으로 회원들의 살림이 팍팍해져 가슴이 아픕니다. 물론 지난해 회원들의 30년 숙원인 공인중개사법이 제정·공포된 후 협회 회원들의 전문성이 인정받고 언론의 시각이 달라진 것은 사실입니다. 복덩방 아저씨, 부동산업자 등 우리만큼 호칭이 다양한 직업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위상이나 규모도 확연히 커졌죠. 제가 3년 전, 최초로 직선제 회장으로 뽑혔습니다. 그 후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 투어를 하면서 회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습니다. 모바일시대이니 이제 협회 차원에서 모바일앱도 만들어 회원들이 편히 정보를 파악하고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물론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떴다방’이나 한 건을 노리거나 투기를 일삼는 기획부동산업자 등을 제어할 수 있도록 제도와 단속도 철처히 할 생각입니다. 물론 자격증 대여자나 무등록자 등은 자율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셋값이 계속 올라가고 올가을에는 재건축이나 알짜 분양도 많다고 합니다. 전세 살면서 내집 마련을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겠습니까.
“공인중개사협회 회장으로서는 당연히 ‘집을 사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웃음) 요즘은 집이 소유의 개념에서 이용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고, 젊은층에서는 내집 마련보다는 자동차나 명품 구입에 돈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한 인간에게 내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내 가족이 편히 살 수 있는 평화의 공간입니다. 금리인상이나 다른 경기 등이 다 복합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주택경기여서 이런 내집 마련이라는 개인의 행복도 정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해광 공인중개협회장은 “서비스 시장의 경우 시장경제에 맡겨둬야 하고, 소비자들도 공인중개사무실을 쇼핑하듯 다니기보다 ‘단골’을 정해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옷이나 구두의 유행보다 더 자주 바뀌는 것이 교육과 부동산 정책이다.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한다며 마구 주택 구입을 부추겨 ‘내 집 마련’이 아니라 ‘내 짐 마련’을 만든 경우도 많다. 창조경제보다 중요한 것이 신뢰와 책임경제가 아닐까.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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