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만 따르는 게 미워서 친어머니가 6세 아들을 묶은 뒤 물에 빠뜨려 살해, 말다툼 끝 흉기로 아들 여자친구 살해한 60대 구속,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들이 아버지 살해 시도….’ 최근 매스컴을 장식한 사건들이다. 극단적인 사례들이기는 하지만 최근 일어난 이런 사건들은 사랑과 헌신의 부모상을 의심케 한다. 또 최근 빅데이터 자료조사에서도 ‘부모’ 하면 떠올리는 단어는 ‘감사’나 ‘사랑’보다 ‘힘들다’가 1위였다.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추석에 고향집에 가고 싶지 않다는 이들도 많다. 인터넷에는 부모를 미워하는 아이들이 카페를 만들어 자신의 부모에 대한 원망과 욕설을 쏟아내고 있다. 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과 함께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는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전국을 다니며 부모교육을 펼치고 있는 김금선 하브루타 부모교육연구소장을 만나 이 시대에 바른 부모로 사는 법을 물었
다.






한류스타나 정치인들보다 인터뷰 시간을 조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왜 그리 바쁜가요.
 “전국 방방곳곳에서 요청이 오면 부모교육을 하러 달려가서 그렇습니다. 올 7월부터 인성교육법이 시행되면서 초·중등학교에서도 교사들을 위한 강의 요청이 오고, 구청 및 공공기관 교육센터 등에서는 부모교육을 주로 강의합니다. 사실 교육기관들이라 높은 강사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먼 시골까지 다니자면 몸도 피곤하지만 부모교육이 너무 중요하고, 아이들의 인성교육은 더더욱 절실해서 부지런히 다니고 있습니다.”

특별히 부모교육법을 배우고 강의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저는 25년간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사교육에 중심을 둔 극성엄마였습니다. 사교육의 중심인 대치동에 살면서 각종 학원이나 공부법 등에 관심을 가졌죠. 그런데 아무리 학교 성적이 뛰어나도 성격이 뒤틀린 아이들, 왕따 학생 등 청소년 문제, 대학입시에만 올인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청소년 문제와 부모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다 하브루타를 통해 사교육보다 공교육이 탄탄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학교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이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많이 누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혼자 알기에는 너무 아까와서 연구소도 만들고 유치원부터 지자체까지 다니며 부모교육을 합니다.”

‘하브루타’는 유대인 교육법이 아닌가요. 정확한 뜻은 뭡니까.
 “하브루타는 5000년 유대인의 지혜와 처세를 담아 낸 ‘탈무드’에 담겨 있는 공부법을 뜻합니다. 탈무드는 히브리어로 ‘연구’와 ‘배움’이라는 뜻을 담고 있죠. 하브루타는 ‘짝’이나 ‘친구’를 의미하는데, ‘둘이 짝이 돼 끝없이 터득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말합니다. 탈무드 교육법을 비롯, 유대인들에게 세계인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들의 독특한 공부법과 놀라운 효과 때문이죠. 인구로 보면 유대인이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2%에 불과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178명으로 전체의 22%에 달합니다. 특히 물리 47명(26%), 화학 30명(20%), 의학 53명(28%) 등 과학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고요. 또 전 세계 벤처투자의 31%가 몰리고, 세계 100대 하이테크 기업의 75%가 연구소나 생산기지를 이스라엘에 두고 있으며, 유럽 전체와 맞먹는 창업을 만드는 지식경제산업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댄 세노르와 사울 싱어가 공동집필한 <창업국가(Start-Up Nation)>라는 책에는 이스라엘이 반세기 만에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두뇌 강국으로 성장한 비결을 ‘어느 조직에서든 (심지어 군대에서조차) 나이와 계급에 관계없이 상대가 누구라도 당당히 의견을 밝히며 질문하고 토론하는 유대인 특유의 정신 때문’이라고 강조했어요. 이스라엘 대학에서는 교수든 학생이든 서로 의견이 다를 땐 몇 시간이고 ‘끝장토론’을 벌입니다. 이게 ‘하브루타’예요. 학교나 직장, 심지어 도서관에서도 사람들이 2~3명씩 짝을 이뤄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이 흔한 풍경이에요. 누구와도 질문과 토론을 통해 맞붙을 수 있는 배짱과 용기로 무장한 유대인들은 난상토론을 통해 자신의 관점이나 주장을 펼치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능력을 체득하게 됩니다. 이것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다양한 관점을 보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집단창의력으로 이어지는 비결이고요.”

이스라엘에서는 모르지만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요. 학생이 선생님에게 질문을 퍼붓거나 논쟁을 벌이다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테고,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 간에 토론과 논쟁이 가능할까요.

“대화법을 바꾸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대개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오면 ‘학교에서 뭐 배웠니’부터 묻지만 유대인 부모들은 ‘학교에서 넌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묻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도 ‘알아들었냐’가 아니라 ‘네 생각은 뭐니? 왜 그렇게 생각해’랍니다. 하브루타는 대화-질문-토론-논쟁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부모들이 아이에게 하는 대화는 일방적 지시형 대화나 확인사살형이 대부분입니다. ‘공부해라’ ‘학습지는 다 풀었냐’ 등등이죠. 자녀와 대화를 하거나 공부법을 전하려면 부모가 어마어마한 지식이나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합니다. 또 유대인의 학습이나 교육법일 뿐 종교와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동화책도 좋고 신문도 좋습니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 하나를 가지고 대화하면서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인문학은 별것이 아닙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인문학이에요. 사람 이야기에 무슨 정답이 있습니까. 답이 없으니 더욱 재미있고, 무한한 가능성이 확장돼 상상할 수 있죠. 일단 아이에게 질문을 한 다음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다시 어머니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토론하고 생각이나 관점이 다르면 논쟁도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일단 겸허하게 들어주는 자세가 기본입니다.”


김 소장은 가정에서 어떻게 실천하고 있습니까.

“저는 10년 전부터 아침식사 시간을 활용했습니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정확히 30분간 식사를 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났구나, 네 생각은 어떠니’란 질문을 던졌죠. 시험기간이어도 꼭 30분은 그날 시험과목과 상관없이 이런 대화를 했어요. 꼭 이렇게 시사문제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이야기로 시작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전래동화에 나타난 ‘효’의 개념은 아픈 부모를 위해 한겨울에 산에 가서 산딸기를 찾아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21세기의 효도는 뭘까요. 슈퍼마켓에 가면 한겨울에도 수박을 팔고 한여름에도 귤을 먹을 수 있는데, 요즘 아이들에게 겨울산에 가서 딸기를 찾으라면 찾겠습니까. 지금의 효도는 자기가 자고 일어난 잠자리를 스스로 개는 것, 엄마가 바쁘면 동생을 대신 돌봐주는 것 등 직접 실천할 수 있지만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 많다는 것을 대화를 통해 아이가 깨닫게 해야 합니다.”






교육이나 상담현장에서 만나본 한국 부모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요.

“자녀들에게 ‘내가 다해줄게’라는 태도입니다. 아이 방 청소부터 모든 것을 다해줄 테니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힘든 일은 내가 다할 테니 넌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고 억압을 하는 거죠. 그러니 아이들은 자신의 사소한 실수나 실패에도 못 견뎌 좌절합니다. 언젠가 한 식당에서 아이는 숙제를 하고 엄마가 곁에서 밥을 떠먹여주더라구요. 식당 주인이 그 가족을 잘 아는지 ‘아유, 5학년인데 엄마가 밥을 먹여줘요?’라고 하니까 아이가 너무 당당하게 ‘난 숙제하잖아요’라고 말하더군요. 또 화장실에 갔더니 ‘엄마, 치워줘’란 아이의 소리가 들려 봤더니 밖에 있던 어머니가 아이가 변을 본 것을 닦아주러 들어갔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식물인간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고마워하지도 않습니다. 성인이 돼 실패를 하거나 좌절하게 되면 부모에게 ‘끝까지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날 왜 이렇게 키웠냐’고 원망합니다. 강의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머니들이 ‘바로 제가 다해줄게 엄마예요’라며 한숨도 쉬고 눈물도 흘립니다. 그런 자각이 진정한 부모교육의 시작이죠.”.


개선책은 있나요.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는 겁니다. 무슨 일을 하건 대화를 하고 토론을 한 다음에 아이가 결정하게 합니다. 실수나 실패도 하겠죠. 그런데 진짜 경쟁력은 적절한 실패를 겪으면서 생깁니다. 생각이 깨지고 다시 생각하며 사고력과 대응력이 키워져요. 어릴 때 넘어지면 큰 상처가 아니니 그냥 넘어지게 해주세요. 지난 7년간 우리나라 청소년 1000여명이 자살했어요. 실패나 실수를 모르던 아이들이 작은 상처에도 생명을 던집니다. 아이가 넘어지면 혼자 일어서게 해주고, 스스로 생각하고 책임지게 하도록 엄마는 기다려주고 지켜봐주면 됩니다.”


아버지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어머니들의 교욱법과 태도가 아버지와 자녀 사이의 갈등을 만듭니다. 아버지들도 환경이 되면 아이들과 대화하고 놀아주고 싶은데,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아버지를 아이 공부하는 데 방해되는 존재로 규정해 버립니다. 자녀교육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 ‘당신이 교육에 대해 뭘 알아’라고 나무라다가 정작 아이가 자기 말을 심하게 안 듣거나 너무 커서 육체적으로도 제압이 안 되면 그때서야 아버지에게 SOS를 보냅니다. 최악의 장면에만 아버지를 등장시키니 아이들은 ‘아빠는 왜 이제야 내 인생에 끼어드냐’고 반항할 수밖에요. 평소 어머니들이 아버지에게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도 문제입니다. 대부분 어머니들은 귀가한 아버지에게 ‘오늘 아무개가 학원을 빼먹고 PC방 갔어. 못살아’라거나 ‘또 성적이 엉망이야’ 등 아이의 잘못이나 나쁜 점만 고자질합니다. 제발 아버지에게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점, 잘한 점, 귀한 점을 먼저 알려주세요. 그래야 아버지의 사랑도 솟아납니다. 또 식사시간에도 ‘우리가 이렇게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버지 덕분이란다’ 등 아버지에 대한 감사도 전하면 평범한 된장찌개도 더 맛잇게 느껴지고 가족사랑도 깊어질 겁니다. 밥상머리 교육은 이렇게 작은 대화로 시작된답니다.”


국회를 통과한 인성교육법이 7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대학입시만을 위한 주입식 교육만이 아니라 인성교육에 관심을 두는 것은 몹시 바람직합니다. 짝을 지어 대화하고 서로가 생각의 다름을 알게 하는 하브루타 교육법이 적용되면 왕따나 학교폭력도 점차 사라질 거예요. 1년 내내 친구의 뒤통수만 바라보는 교실이 아니라 한 시간 동안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친구가 있고, 계속 짝을 바꿔가며 서로 소통하는 분위기에서 왕따가 생길 수 없죠. 그러나 인성교육의 담당자는 일차적으로 부모입니다. 학교 캠프에서 모닥불 피워 놓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라고 하면 다들 눈물바다가 됩니다만 다음날 아침이면 다 잊어버립니다. 아이를 낳으면 다 부모가 되지만 부모교육은 제대로 못 받습니다. ‘사랑만 많은 부모보다 지혜로운 부모가 되자’라는 게 교육현장에서 많은 부모님들과 학생들을 만나면서 절실하게 다가온 생각입니다. 사랑이 지나치면 역효과가 나는 것을 많이 봐 왔습니다. 지나친 사랑 때문에 애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면, 사랑도 완급 조절을 하고 가끔은 자제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공100행, 부모가 10년 공을 들이면 100년이 행복하답니다.” 김금선 회장은 ‘넌 출세해라’ ‘넌 아빠가 못 이룬 꿈을 이뤄야 한다’며 자녀의 꿈까지 대신 꾸는 요즘 부모들에게도 ‘꿈은 각자 자신의 꿈을 꾸자’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나 세계적 부호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과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아이의 말을 경청해 봐야겠다.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김영민 경향신문 사진부 기자 viola@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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