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 세대(1955~1963)로 불리는 이들이 봇물 쏟아지듯 거리로 나오고 있다. 은퇴,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 각종 사연을 담고 직장에서 나왔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너무나 길고 긴 잔여수명. 그래서일까. 너도나도 “음식장사나 한 번 해볼까”라며 생계형 창업으로 식당을 차린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프랜차이즈 통계(16개 업종)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치킨집은 3만6000곳으로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다. 김밥집, 칼국수집 등까지 합치면 엄청난 숫자다. 전문적 지식이 없이 ‘장사가 잘된다더라’는 말만 듣고 무조건 뛰어들었다가 100명 중 90명은 실패한다. 문제는 사업 실패로 퇴직금을 고스란히 날리는 것은 물론 빚더미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한 신규대출은 51조9000여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다. ‘자영업은 월급쟁이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20년간 음식 관련 컬럼을 쓴 푸드 컬럼니스트이자 식당 창업 컨설팅을 해주며 ‘맛집 조련사’로 불리는 김유진씨를 만났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식당, 장사의 신들만 만난 그에게 혹시나 ‘절대로 망하지 않는 음식장사의 비밀’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매스컴에서 수시로 자영업자들의 현상을 전하고 두 집 건너 한 집이 망하는데도 별 재주나 전문성이 없는 이들은 여전히 식당 창업의 꿈을 버리지 못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실수나 실패하지 않는 식당 창업의 첫 지침을 알려주신다면.
“퇴직금을 마지막 보너스로 착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돈은 여러분의 생명줄입니다. 그걸 잊지 마셔야 합니다. 식당을 차리자마자 망하는 이들의 3대 공통점은 대출을 많이 얻었다는 것, 사전 공부가 부족했다는 것,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선 창업자금은 아무리 많아도 보유자산의 50%로 시작을 해야 합니다. 나머지는 어딘가에 묻어서 잊어버리세요. 창업자금이 만약 2억원이라면 5000만원으로 시작할 식당을 연구해야 합니다. 즉 25%만 갖고 시작하라는 말이죠. 나머지 5000만원은 6개월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돈입니다. 또 직장 다닐 때의 직함은 잊으세요. ‘내가 은행 지점장이었는데’ ‘내가 대기업 간부였는데’ 등 전직에 연연하면 절대 안 됩니다. 전력에 상관없이 손님들에게는 식당 주인일 뿐이니까요. 일본의 경우 은퇴 노인들이 공공기관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흔한 모습인데, 우리는 너무 과거 명함에 연연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식당을 열기 전에 어떤 공부를 얼마나 해야 하나요.
“창업을 결심했다면 적어도 1년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첫 3개월 동안 벤치마킹하고 싶은 몇 가지 아이템을 골라 전국의 유명 맛집을 순례하는 것이 공부의 시작입니다. 하루에 꼭 한 가지 메뉴만 시식해야 합니다. 만약 순댓국집을 열고 싶다면 삼시세끼 순댓국만 먹어봐야 맛의 변별력이 생깁니다. 또 단점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장점을 찾아야 해요. ‘내가 만들어도 이 정도는 만든다’ 등의 비판의식보다 한 식당에서 10개의 장점을 찾는 훈련을 해야 나중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어요. 내 입맛이 아니라 고객이 왜 좋아하는지를 파악해야죠. 하다 못해 이쑤시개 품질이 좋다 등등 사소한 것부터 장점을 찾아야 합니다. 다음 3개월은 식자재 공부입니다. 주재료로부터 양념까지 시장과 산지 등을 다 돌아보는 게 중요해요. 전화 한 통이나 인터넷 주문이면 다 배달되기는 하지만 재료의 미묘한 차이로 음식맛이 달라지고, 안정된 직거래가 정말 식당 운영의 필수요소입니다. 그 다음 3개월은 가게를 보러 다니는 시간입니다. 상권분석보다 자신의 예산에 맞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중소기업청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 ‘상권분석 시스템’을 보면 우리 동네나 마음에 둔 지역의 업종들이 다 소개되어 있어요. 그 동네에 설렁탕집이 없다고 설렁탕집을 차리면 안 됩니다. 그건 아마도 지역주민들이 설렁탕을 별로 안 좋아하거나 혹은 설렁탕집이 있었어도 계속 망한 경우일 겁니다. 5000만원 정도면 지하나 2층을 노려볼 만합니다. 권리금도 없고 임대료도 싸니까요. 마지막은 기기나 그릇 등 용품을 구입하는 시간인데, 중고시장을 돌아다녀서 보석을 찾기를 권합니다. 예쁜 접시 때문에 그 식당을 찾는 손님은 드뭅니다. 장사란 퇴직금과 가족을 담보로 한 도박입니다. 절대 쉽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옵니다. 아마 그래서 손쉽게 프랜차이즈를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사의 가맹점이라도 다 잘되는 것도 아니더군요.

“프랜차이즈 회사만 돈 벌고 가맹점은 적자인 곳도 많죠. 장사는 ‘브랜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김밥집이어도 자기가 직접 창업한 곳은 음식 맛이며 인테리어 차별화, 서비스 등에 엄청난 정성과 노력을 들이는데,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그저 물건 받아다 파는 것에 익숙해져 별 노력을 안 하니 게을러지고 나른해집니다. 프랜차이즈점의 경우 밑반찬을 하나 더 달라고 하면 주인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더군요. 그분이 인심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규정상 받아온 식자재에 여유분이 없어서 그래요. 손님들이 보기엔 야박하고 성의없어 보이죠. 그래서 프랜차이즈를 선택할 때는 계약 2년 후에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는 각오로 시스템을 하나하나 익히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곳에 주는 돈도 수업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죠. 그보다 먼저 프랜차이즈 가운데 마구 광고를 하고 방송에도 협찬을 해서 브랜드만 띄워놓고 가맹사업자들의 돈만 거둬 도망가는 먹튀 브랜드도 있습니다. 그런 곳에 속지 않으려면 인터넷 검색을 해야 합니다. 2013년, 2014년 등등 해마다 그 브랜드와 관련한 기사들의 숫자와 내용을 살펴보면 그 브랜드가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 혹은 점점 관심에서 멀어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방송이나 강의를 통해 ‘식당은 처음도 끝도 디테일이다’라고 했는데요.

“손님들에겐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인테리어나 소품, 작은 배려도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메뉴판의 설명 하나로도 식당의 매출이 차이가 납니다. 같은 동네에 칼국수집이 있는데, 어느 한 집은 ‘칼국수, 만두’ 등 그저 음식 이름만 적었어요. 다른 집은 ‘우리밀로 만든 손칼국수, 한돈 돼지보쌈, 초당두부를 써 소가 맛있는 만두’라고 적으면 어느 것을 먹고 싶을까요. 글자 몇 개만으로도 손님들의 관심과 마음이 달라집니다. 메뉴판도 이렇게 친절해야 해요. 또 무심코 드나드는 식당 출입문이나 유리창도 훌륭한 광고판이 됩니다. 예컨대 삼겹살집이라면 그냥 메뉴판에 ‘국내산’이라고만 쓰지 말고 그날 고기와 함께 배달된 도축증명서를 붙여놓거나 ‘구미축협에서 올라온 한돈’ 등을 수용성 매직펜으로 적어둬도 근사한 인테리어가 됩니다. 장부에만 기재하지 말고 창문을 활용해도 됩니다. 저는 최근에 ‘기특한 간판’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식당에 컨설팅을 해드립니다. 상호만 적힌 간판이 아니라 손님을 부르는 간판, 매출을 올리는 간판, 친절한 간판을 추구하죠. 영상시대에 맞게 간판에 영상물을 도입한 것인데, 그 식당의 식자재,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 등을 영상물로 만들어 계속 틀어줍니다. 무심코 거리를 걷다가 유기농 채소를 청량감 있게 다듬는 모습에 들어오는 이들도 있고, 흡연 남성들의 경우 담배 피우러 식당 밖에 나왔다가 그 영상물 간판을 보고 ‘다른 음식도 더 먹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한 겁니다. 제가 16년간 프로듀서로 일해 영상 제작이 전문이라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드립니다.”






20여년간 음식의 맛을 글로 써서 ‘김유진이 선택한 곳은 소위 대박집이 된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잘되는 집의 특징은 뭔가요.
“하루에 1000만원의 매상을 올리는 대박 식당들의 90%는 한두 개의 단일메뉴로 승부합니다. 메뉴가 단출할수록 음식에 전력투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 종류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식재료 관리가 그만큼 까다로워집니다. 육개장이 전문인 집은 소고기와 숙주, 그리고 대파, 고사리 정도의 재료만 관리를 하면 되니까 재고부담도 작고 회전율이 아주 빠르지요. 반면에 육개장, 닭볶음탕, 뚝배기 불고기에 삼겹살까지 내는 식당은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그것도 냉장과 냉동 따로 구분해서), 신김치, 감자, 대파 등 이 모든 재료가 최고의 맛을 유지한 상태에서 요리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당연히 전자가 힘이 덜 들겠죠. 또 주방만 한 번 휙 둘러보면 주인장의 손맛을 70~80%는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요리를 만드는 분들의 마음가짐은 주방에도 투영되기 마련이니까요. 지저분하고 너절한 주방에서 혀를 놀라게 하는 감동의 요리가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성공한 이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따라하기는 어렵습니다.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주변에서 관찰한 ‘창업 후 곧바로 망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요.

“소질이 없는 이들이 무턱대고 시작하면 망합니다. 음식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기를 즐겨야 식당에서 기쁨을 느끼고 자신이 건강해집니다. 음식도 주인이 하는 말을 들어서 ‘아이고 오늘 참 맛있다’고 칭찬해주면 더욱 더 깊은 맛을 내지만 투덜거리고 욕하면 맛이 사라진답니다. 또 근면성이 없는 이들은 망합니다. 장사는 마라톤입니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손님이 안 오는 날도 있고. 메르스 사태 등이 생기면 잘되던 식당도 타격을 받아요. 그럴 때일수록 메뉴 개발도 하고, 다른 식당도 찾아가보고 음식 관련 학원이나 강의도 들어봐야 합니다. 인터넷만 뒤져도 식당이나 마케팅에 대한 온갖 정보와 자료가 넘쳐납니다. ‘감각교차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무거운 식기를 들고 식사하는 이들이 가벼운 식기로 식사한 이들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도 있고, 커피솝에서 피아노 곡을 틀어주면 쓴맛과 단맛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된다는 음파연구 자료도 있어요. 남들이 수십억원의 돈과 시간을 투자한 자료들이 넘치는데, 그걸 안 봅니다. 저는 상담하러 온 분들에게 매일 식당일지를 일기를 적듯 써보라고 합니다. 나중에 그걸 바탕으로 책을 낼 생각으로 꾸준히 꼼꼼하게 적어보라고 해요. 1년 뒤에 읽어보면 자신이 얼마나 고생을 했나, 실수를 했나 등의 눈물겨운 기록을 확인할 수 있죠. 무엇보다 망망대해에서 내가 어디쯤 항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또 망한 이들은 ‘맛은 이 정도면 됐어’라고 본인 요리에 대해 과신하거나 본인의 식당을 궤도에 올리기도 전에 프랜차이즈를 먼저 염두에 두고 맛에 신경을 안 쓰기도 하고, 잘되면 내 덕, 안 되면 손님 탓, 직원 탓으로 돌리더군요.” 모든 일이 그렇지만 식당도

창업하자마자 대박이 나기는 힘들 텐데, 최소 몇 년을 참고 기다려야 할까요.
 “우선 창업 후 6개월은 돈 남길 생각하지 말고, 1년 안에 300명의 단골 확보, 3년 안에 장사 근육 완벽히 키우고, 5년이 지나면 평생 이 업종을 끌고갈 것인지 냉정히 분석해야 합니다. 장사도 근육이 생겨야 잘됩니다.”

‘맛집 조련사’로서 느끼는 최고의 보람은 무엇입니까.

 “저는 감히 제가 식당업계의 SM이나 YG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사에서 연습생을 키워 아이돌이나 스타로 만들 듯, 저 역시 작은 식당을 발굴해 메뉴 선정부터 간판, 콘셉트 등을 코치해주면서 그들이 전국 규모의 맛집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가슴이 뜁니다. 물론 상담료로 제법 큰돈을 받죠. 하지만 학교·교도소 등에서는 무료강의도 하고, 방송을 통해 원하는 분들을 코칭해주면서 재능기부도 합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준비 없이 식당을 차렸다가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피폐해지는 것을 막고, 정말 맛있고 훌륭한 음식인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기존의 식당을 다시 다듬어서 성공시키면서 저야말로 ‘맛있는 인생’을 사는 것 같아 행복합니다.” 20년간 전국의 식당을 답사한 김유진씨는 “마누라한테 잘하는 남자가 식당사업에도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아내와 사이가 좋아야 음식맛도 좋아지고 손발이 잘 맞아 영업도 순조로울 뿐더러 직원과 손님이 떠나도 최후에 남을 사람은 아내이기 때문이란다. 김유진씨로부터 금과옥조, 수천만원짜리 조언을 들었는데, 왜 이 말만 귀에 남아 있을까….


<글·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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