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6일. 홍익대학교를 찾았다.

대학가의 낭만을 찾기 위해서나 예쁜 패션숍을 구경하러 가던 예전과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다. 난 대학생이 아닌 아줌마·아저씨, 아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러 갔다.

문화와 예술의 메카로 알려진 홍대가 요즘 만신창이다. 우아한 옷과 화려한 화장이 벗겨진 민낯이 참 서글픈 모습이다.

2011년 새해가 시작되던 1월 3일, 고용승계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다 일자리를 빼앗긴 홍대 청소부 아주머니, 경비아저씨 등등 노동자 170여명이 그곳에서 35일째 농성중이다. 새해에 일자리를 잃고 농성을 시작했는데 벌써 입춘이 지난 달력으론 봄이 와버렸다.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경향신문DB


탤런트 김여진씨를 비롯해 노동계 인사들이 찾아와 격려도 해주고, 언론사에서도 취재를 하고, 다른 학교 학생들도 찾아와 라면이나 커피믹스 등의 음식도 놓고 가서 생각보다 썰렁하진 않았다. 마침 그날은 ‘소나무’란 별칭으로 유명한 오영애란 분이 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부탁으로 부산식으로 메생이와 굴을 넣고 끓인 떡국, 잡채, 무나물 등을 어르신들께 대접하는 날이었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하필(?) 일찍 그 자리에 있던 나는 본의 아니게 떡국을 나르고, 김치를 담고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 나눠드렸다. 예쁘고 어린 여대생이 부지런히 떡국을 나르기에 “홍대생이에요? 아님 가족?”이라고 물으니 성대 영자신문사 기자인 부경민 학생인데 취재하러 왔다가 덩달아 음식을 나르는 중이라고 했다.

솔직히 내가 이분들의 일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들에게 책정된 ‘밥값’이 ‘하루에 300원’이란 믿어지지 않는 사실때문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야 어디 이분들 뿐인가. 이분들은 지난해까지 한달에 이것저것 제하고 4대보험에 가입해서 75만원을 받았단다. 물론 대한민국 법이 정한 최저임금도 안되지만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낮은 임금으로 심지어 착취까지 당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이분들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온다고해도 그분들께 하루에 배정된 식사비가 300원이라니...더구나 이분들은 계단 밑이건 화장실이건 학생들이 안보이는 곳에서 후다닥 밥을 먹어왔단다.

그 넓고 넓은 학교 캠퍼스와 세련된 건물, 방학이 아니라도 곳곳에 비어 있는 강의실, 그리고 버젓이 학생이나 교직원 식당도 있는데 왜 그 분들은 그 신성한 식사를, 더구나 남의 밥을 훔친 것도 아닌데 죄지은듯 숨어서 드셔야했을까.

알고보니 그분들은 교내에 폐지를 주워 판 돈으로 쌀을 구입해 점심을 해결해왔는데 학교 측이 몇 개월 전부터 폐지판매 대금을 챙겨갔다는 것. 대신 1인당 한달 식대비 명목으로 9000원씩을 줬다는 것이다. 학교측은 폐지값으로 장학 재단을 만들겠다고 대금을 챙기면서 한달에 1인당 9000원을 지급했는데 그것도 (받은 지)몇 개월 안됐다.

이들은 이웃인 연세대·이대의 비정규직원들과 더불어 공공노조에 가입하고, 자신들이 최저생계비(시간당 최저급여인 4300이라도 제대로 받게 해달라는 아주 기본적인 요구)만이라도 들어달라고 했는데 이 엄동설한에 해고 통지를 받았다. 그리고 35일. 유난히 징그럽게 춥고 추웠던 1월에 집이 아니라 학교 건물 1층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서 외부세력이라고 부르는 노조관련 사람들과 연예인들까지 다녀갔지만 학교 이사장이나 총장은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학교에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거나, 이들의 주장은 전혀 들을 가치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이들을 분노케하고 힘들게 한다.

세상 곳곳을 다니고 관심을 갖는게 기자의 임무이지만 난 그동안 우리 회사나 우리 집을 청소해주고 경비를 해주시는 분들께 큰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인사를 하고 명절에 약간의 선물을 드리는 것으로 인간 도리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 분들이 얼마나 급여를 받는지, 식사는 어디에서 하는지, 사시는 곳은 이곳에서 얼마나 먼지, 무엇이 가장 불편한지 내 삶에 바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데 화장실 안에 있는 의자에 청소 아주머니가 앉아 계실 때는 ‘다른 곳에 계시지, 무안하게 왜 화장실 문 앞에 있나’란 싸가지없는 마음도 품었다. 정작 그 분들이 몸은 물론 마음 편히 쉴  곳이 어디인가는 고려하지 않았다. 매일 점심 때 먹을 메뉴를 궁리하면서도 정작 그 분들이 무얼 드시는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그런저런 송구스러움과 자책감으로 그들을 만났는데....아, 그것 역시 나의 오만이었다. 이미 35일간의 단체농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그들은 더이상 청소부 아줌마가 아니라 당당한 노동자였고, 철학자의 경지에 이르른듯했다.

공공노조와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해고를 알리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향신문DB


“한달에 75만원을 받았어도 고맙게 생각했어요. 청소 따위나 하는 사람이니 이 정도만 받아도 되나보다 여겼지요.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지만 8시간 근무로 계산하고 그것도 용역회사에서 30만원 제하고 주는데 그것조차 따질 엄두를 못냈죠. 그래서 우리들도 법이 보장한 최저임금이라도 제대로 받게 해달라고 학교에 요구한건데 들어보지도 않고 해고에요. 제일 힘들고 억울한 건, 돈도 돈이지만 책임자가 우리를 안 만나주는 거에요. 대화만이라도 했으면 속이 풀리겠어요.”  

“우리가 쓰레기를 줍고 청소한다고 이 엄동설한에 쓰레기 버리듯 버리면 어떡해요. 법은 우리가 만든게 아니쟎아요. 우린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인 법을 지켜달라는 겁니다.

“그래도 참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전까지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 투쟁을 통해서 내가 신성한 노동자란걸 알았어요. 청소부 아줌마에서 여성 노동자로 거듭난거죠. 내 권리를 찾고 사람답게 살아갈 방법을 알아갈 거에요. 그래서 이젠 나처럼 소외된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요.”

“노동조합을 알고부터 우리가 인간이 된 것 같아요. 인간다운 삶이 뭔지를 알았으니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공공노조 홍익대분회 분회장인 이숙희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혼자 꿈을 꾸면 그저 꿈일 뿐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더군요. 또 인디안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내린답니다. 그들이 신통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인디안들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래요. 우리들도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단합해 힘을 모을 겁니다. 우리 꿈이란게 별게 아니거든요. 이번 봄에 아들이 군에서 제대하고 딸도 학교를 마쳐 가족끼리 여행이나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겨울을 농성장에서 보냈는데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또 급여를 못받아 여행갈 돈도 없어요.”


정동영 의원과 동행했던 한 시의원이 결의에 찬 눈빛으로 “우리가 어떻게 해결해주면 되냐”고 물었다. 이숙희씨가 “의원님은 시간당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그 시의원은 어물거렸다.

“그것보세요. 우리 사정은 이미 매스컴에 많이 소개되어있는데도 전혀 기초지식이 없쟎아요. 우리 문제를 여러분들이 해결해달라는 것이 아니에요. 이건 홍대 이사장과 총장이 해결할 일이죠. 그저 우리를 비롯한 비정규직 공공노조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시고, 힘있는 분들이니 우리를 대신해 그들을 만나 우리 목소리를 전해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제발 법 제정할 때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주시고요.”


그들은 정치인들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국회의원과 시의원들 앞에서도 놀랄만큼 당당했다.

왜냐면 이제 그들은 자신이 더이상 인간 이하의 삶을 살던 청소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신성한 노동자이자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임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입에서는 억울하다는 한탄이나, 비난의 목소리가 아니라 철학자의 말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이사장의 재산, 혹은 한달 판공비가 얼마이니 우리 급여를 현실해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 홍익대 등록금은 물론 최고예술가 과정 등 특수대학원의 등록금이 엄청나니 그 돈을 고루 나누자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저 대한민국 법이 정한 최저임금만이라도 받게 해달라는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요구 사항인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 대학에서 왜 이들의 목소리를 전혀 안 들으려 할까.

그날, 식사를 대접한 정동영 의원은 부총장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전했단다. 그리고 “조속한 시일안에 해결하겠다”는 긍정적인 답을 들었단다. 왜 홍익대 출신도 아닌 국회의원은 만나 그런 말을 해주면서 당사자들의 면담 요구는 거부한걸까. 

그들이 농성하는 건물 벽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같이 살자.
 최저임금은 받게 하고
 최소한 밥은 제대로, 따뜻하게 먹게 하자.
 아프면 병원에는 가게 하자
 그렇게 같이 살자....

한 아저씨가 그래도 억울하고 답답하다는듯 말했다.

“우리를 벌레 취급하는 거에요. 같은 인간으로 대접한다면 만나줬을 것 아니에요?”

그 어떤 해결책도 없는 나는 그분에게 대책없이 이런 말씀만 드렸다.

“절대 벌레 아니시니 걱정마시고요. 우리 지구 역사가 말해주듯 그 거대한 공룡은 멸망했지만 작은 바퀴벌레는 수만년을 거쳐 아직까지 살아 있쟎아요. 돈과 권력이 문제가 아니니 지혜롭게 버티세요!!! ”


청소부에서 노동자로, 다시 철학자로 변해가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며 새삼 한심하게 살아온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한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쭈그리고 앉아 음식을 담고 국그릇을 날랐더니 엉치뼈가 시큰거린다. 편히 살면서도 바쁘다, 힘들다 궁시렁거린 걸 벌 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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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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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명동DJ 2011.02.07 23: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젊은 날 제게 낭만과 추억이 아련히 새겨져 있는 학교,
    "홍익대에서 만난 철학자들"이란 제목에 무슨 내용일까하며 읽어 내려가다
    어쩔수없이 입술을 짓누르며 가슴속으로 한 울음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기야, 유기자님이나 저나 대강의 우리들은
    " 아! 그렇구나, 이렇게 슬프고 힘들게 사는 분들이 있구나... 어떻게 해" 하며
    한탄조의 몇마디와 동정심의 점벙거림이 겨우 고작임을 시인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삶을 아름답게 정리하며 살아가야할 지도층 인사님들!
    다시한번 우리 인간의 기본은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는것 자체를 망각했었음을 가슴에 일깨워 봅시다.
    저 역시 부동산 테크닉 조금 터득한 기술(?)로 "좀 사네" 하며
    졸부로 사는 미욱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기에 더욱 더 가슴이 저려옵니다.
    제가 이글을 읽고 할수있는 행동은 제 아들에게
    "이 세상은 모두들 서로 어울려 보듬고 베풀며 사랑하며 살아야 살맛나는 세상이 된다"고
    얘기 하는것 뿐인게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정치인이 그자리에 있었고 학교측과 대화를 해 원만한 결과를 도출 하겠다는 말을 들으셨다니 다행이군요....

  2. 정재근 2011.02.07 23: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익대학교 학생들은 동국대학교를 모방이라도 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국대는 학생들이 결연히 모여들어 슬기롭게 해결했는데...

    • cheap flight 2011.08.23 1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홍익대학교 학생들은 동국대학교를 모방이라도 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국대는 학생들이 결연히 모여들어 슬기롭게 해결했는데...

    • diwali sms 2011.10.14 1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홍익대학교 학생들은 동국대학교를 모방이라도 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국대는 학생들이 결연히 모여들어 슬기롭게 해결했는데...

    • sarkari naukri 2011.11.12 0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홍익대학교 학생들은 동국대학교를 모방이라도 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국대는 학생들이 결연히 모여들어 슬기롭게 해결했는데...

  3. 서민 2011.02.08 2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울학교 청소아주머니들의 상황도 비슷할 겁니다. 그분들에게 그냥 인사라도 밝게 하는 걸로 제 할일을 다했다고 생각해왔는데, 부끄럽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4. 한기만 2011.02.09 0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용산참사때 눈물짓던 정동영의원을 우연히본적이 있는데
    그때는 솔직히 쑈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후 한지수씨가 외국에서 억울한 옥살이 할때
    국회에서 당시 외교부장관이던 유명환(자기 딸 특채사건의 주인공)에게
    엄중히 꾸짓으며 논리정연하게 설득하여 외교부가 나서게 해 감옥에서 풀려나고
    결국 무죄를 선고 받게될때
    "아! 내가 정동영에 대한 편견이 많았구나" 하는 감정이 생겼었죠.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며 제 자신이 부끄러운듯한 민구스러움이 생겼읍니다.
    왜냐구요?
    사실 지난 대선때 전 이 분을 고향이 전라도란 이유만으로 찍지않고
    지금 온 나라를 호통치시는 분을 찍었기 때문이랍니다...

  5. 강서방 2011.02.09 2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동문제 우리가 피해갈수 없는 문제이기에 부딧쳐 봅시다.
    그리고 인간애의 발로를 이곳에서 부터합시다.

  6. 이 진이 2011.02.10 1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무슨 큰 대우를 바라는것도 아닌데.....

    부디 저분들이 단비가 내릴때까지 꿋꿋하실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마음 깊이 지지합니다!!

    그리고 사회에 드러나지조차 못하고 그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최소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하는 세상의 수많은 분들을 생각하면
    저 자신부터 부끄러워 집니다

  7. 주리혜 2011.03.02 15: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이~씨~ 눈물만 나는 나는 어쩌라구
    빨리 좋은 정부, 좋은사람 착한사람 정직한 사람들이 많아 저들이 눈물 흘리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8. trivology 2011.10.26 2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

  9. sleeper sofa mattress 2011.12.26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대 벌레 아니시니 걱정마시고요. 우리 지구 역사가 말해주듯 그 거대한 공룡은 멸망했지만 작은 바퀴벌레는 수만년을 거쳐 아직까지 살아 있쟎아요. 돈과 권력이 문제가 아니니 지혜롭게 버티세요!!! ”

  10. Sarkari Naukri 2012.03.20 01: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홍익대학교 학생들은 동국대학교를 모방이라도 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국대는 학생들이 결연히 모여들어 슬기롭게 해결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