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수퍼스타 K에 심취해서 매주 금요일 밤을 꼬박 밝혔다. 이 나이에 유치찬란한 짓인줄 알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후보자에게 휴대폰으로 한표를 던지기도 했다. 올해도 다시 금요일 밤마다 MBC TV의 <위대한 탄생>을 흥미롭게 본다. 비슷한 포맷이라 “케이블 흉내낸 프로그램이 뭐 볼게 있으랴” 했는데 그게 아니다.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감동적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가수 선발대회가 기본틀이다. 심사위원들 앞에서 각자 개성과 역량을 발휘해 노래부르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 간단한 노래 경연대회가 엄청난 감동을 준다. 난 그 이유를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기업가들이 직접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

Mnet '슈퍼스타K 2'


내가 이들 대회에서 매번 감동하는 이유는 참가자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과 노래 실력만이 아니다. 구구절절한 사연도 이젠 좀 식상하다.  난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들으면서 가수가 되는 길이 아니라 대중들과 소통하는 비결을 배운다.

수퍼스타 K의 윤종신, 이승철, 엄정화 그리고 이번 위대한 캠프의 이은미, 김태원, 김윤아, 방시혁 등은 대론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지적을 하지만 애정이 깃든 심사평으로 참가자들의 영혼을 일깨우는 말을 해준다.

“음악은 음학이 아니에요. 너무 그렇게 감정없이 정확하게만 부르려고 하지 마세요.”

“심사위원들의 눈을 봐요. 그렇게 시선을 위로만 하면 노래의 느낌이 전달되지 않아요.”

“(음정과 박자는 좀 틀리는데) 절실함이 느껴져요.”

“왠지 자꾸 눈길이 가요. 대중을 끌어 모으는 힘이 있어요.”

“지난번 지적한 사항들을 하나도 고치지 않았어요. 왜 심사위원의 이야기를 안듣죠?”

“기교를 부리지 말고, 그냥 자기 목소리로 정직하게 부르세요.”


이런 말들이 비단 노래에만 해당하는 지적들일까.

노래의 가장 큰 힘은 듣는 이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아름다운 노래를 들었을 때, 슬픈 사람은 위로받고 피곤한 사람들은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고 뒤엉킨 머리가 깨끗하게 청소되는 느낌, 치유의 기능까지 한다.

60대 영감님들이 불러준 <쎄시봉> 시절의 노래들을 다시 들었을 때 그 감동이 여전한 것은 그들의 아름다운 선률이 주는 진정성 덕분이지 그들의 명성 때문은 아니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공통점으로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참가자들의 간절함과 진정성이다.

지난번 수퍼스타 K에서도 매력도에서 본다면 존 박이 압도적이었지만 허각의 실력과 그 간절함은 따라갈 수가 없었다.

불우한 가정 환경을 딛고, 남루한 현실을 넘어서 자신의 노래를 대중들에게 불러주고 싶다는 그의 간절함은 별다른 개성도 없고 중학 졸업장이 전부인 허각을 최종 우승자로 만들었다.

허각은 그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즉 실직당한 아버지, 비슷비슷한 수준의 형제들, 노력해도 노력해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한 이들에게 커다한 위안과 희망을 주었다. 실력만 있다면, 꿈을 크게 꾸고 간절히 원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또다른 신화를 믿게 만들었다. 국민들은 그에게 기꺼이 지지의 표를 던졌다. 바로 우리 민중들과의 소통이자 교감이다.


정치인들이 노래를 잘 부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런 무대에 선 참가자들처럼, 노래하듯 감동을 줘야 한다. 심사위원들의 지적 사항은 스타 지망생에 대한 충고가 아니라 우리나라 위정자들이나 기업가들에게 주는 충고이기도 하다.

경향신문 DB

우리는 우리의 눈빛을 보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지도자를 원한다. 시장에 가서 순대나 붕어빵 먹는다고 서민을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길거리에 나가 장외투장한다고 국민을 찾아가는 정치가 아니다. 오히려 국민들은 그렇게 여려명의 호위부대를 이끌고 와서 사진 몇장 찍고 가는 이들이 반갑기는 커녕 얄밉단다.

저출산대책 세운다고 나이든 남성 학자들과 세미나를 백 번 한다고 아이들이 쑴풍쑴풍 나올리 만무하다. 출산이 가능한데도 아이 낳을 엄두가 안난다는 여성들을 직접 만나 눈을 마주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육아휴직을 2,3년 줘도 유아원비며 사교육비가 이렇게 많이 들고 학벌사회에선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자신이 생기지 않는단다. 2,3명의 아이를 대충(?) 키우느니 아예 안낳아 내 삶을 풍요롭게 하거나, 한 명만이라도 제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급식도 마찬가지다. 매일 급식을 먹을 아이들의 의견도 수렴해야한다. 내가 만난 한 학생은 “학교 급식비 못내면 선생님들이 종례시간에 야단치는게 싫어요 근데 다 무상이면 가뜩이나 먹을것 없는 급식 반찬이 더 저렴해지는건 아닌가요”란 걱정을 했다. 반찬수준부터 안심시켜주는 배려도 필요하지 않을까.

수퍼나 시장에 가보면 돈이 바스러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가가 너무 올라서 10만원을 들고 가도 바구니가 넘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농민들이나 어민들이 잘 살게 된 것도 아니다. 기름값도 너무 올라 생계형으로 자가용을 타는 이들은 물론 택시 기사들도 울상이다. 그런데 이집트처럼 민중들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정치를 잘해서가 아니라 거리에 나가서 싸울 힘도 없기 때문이다. 너무 아프면 아프다는 신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노래 부르는 자세도, 정치나 기업을 하는 태도도 정직함이 최선인 것 같다.

대중들은 진정을 담아 하는 말에는 다소 무리한 요구도 들어준다.

유난히 착한 마음의 대한민국 사람들은 외환위기 때 자신의 영광스런 금메달, 돌반지까지 꺼내와서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 외환보유고가 너무 적으니 금이라도 팔아서 국가재정을 복원해야 한다는 진심이 전해져서였으리라.

“우리 회사가 형편이 어려우니 이번엔 임금을 동결해야 합니다. 우선 저부터 올해는 월급 안받겠습니다. 그러나 다시 형편이 풀리면 반드시 회복시켜드릴겁니다”라고 회사 재무재표 보여주고 동의를 구하면 그때도 “안된다, 우리 월급부터 올려라”라고 투쟁할 노조회원들은 없다. 회사가 잘 돼야 나도 잘산다는 것, 다 안다.  

사과도 진심으로 하면 그 어떤 과오도 용서해준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란 말 한마디에 마음이 녹아내려 “아유, 괜찮아요. 다음엔 꼭 잘 하세요”라고 다독거린다. 한국인들은 유난히 잘못했다는 사과에 약하다.

경향신문DB


그런데 우리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은 너무 일방적으로, 자기 식으로만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내 실력이 뛰어나니까, 내가 스타이니까 내 노래를 무조건 들으라는 식이다. 그러니 감동이 없다.

트로트건, 발라드건 상관없이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노래,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노래에 열광하듯 우리 마음을 알고 우리와 눈을 마주 보는 그런 정치인과 기업가를 만나고 싶다. 그래서 온 국민이 자연스럽게 행복을 노래하는 나라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비명과 한탄과 신음소리가 절로 나오는게 현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노래가 흘러 넘치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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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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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기522 2011.02.14 2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아는 절치인이 몇명 있는데 읽어보라고 권유할 것입니다.
    참으론 가슴에 와 닿기에...

  2. 희망기쁨 2011.02.15 10: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먹고 싶지도 않으면서 서민들 위한다는 쇼하기 위해
    오뎅 먹는 모습에서 악어의 눈물이 느껴지는 것은
    저혼자만의 느낌일까요..
    저분한테 퇴임전까지 최소한 진정성을 한번이라도
    느껴봤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어쩌다 저런 인간이
    대통이 되서..참!!한숨만 나옵니다..

    • 막핀꽃 2011.04.25 01: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때는 그대 아니면 나라 망할것같이
      시레파끌고 동네 여자,직업여성 다 들고 나감

  3. 바이올렛 2011.02.15 1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먹는 모습과 '저런 인간이~'가 겹쳐져서 묘하게 슬프네요.
    제가 먹을 때도 누군가 "밥이 잘 넘어가냐?"할 것같고...

    요즘은 노래부르기가 쉽지 않아요.
    수퍼스타 K와 위대한 탄생 때문인지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에
    이은미씨의 목소리가 들려와서요 ' 끌지 말고 그 음을 바로 내셔야죠~~'
    ' 호흡법을 더 배우셔야 해요' ㅋㅋㅋ
    참 우째 그리 노래 잘하는 인간들이 많은지?

    어제는 몇 년 전 두 딸들이 노래하는 동영상을 다시봤어요.
    하하하 어찌나 잘 하는지,
    막대한 오디션엔 못내보내지만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모습이더라구요!

  4. 한우리 2011.02.15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용은 백번 공감이지만
    사진들이 좀 그러하네요.
    글 내용대로라면 대한민국 정치인 모두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 같은데
    막상 올려진 사진들은 한쪽만을 겨냥...ㅋㅋ
    의도가 보이는 이런모습 실망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 중에 여야 가릴것 없이 모두에게 하고싶은 말 아닌가???

  5. 파랑새 2011.02.15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진정성이 있으면 좀 부족해도 이해를 하게 되져.
    다 사람이 하는일이니...


    오뎅 ..아주 맛있게 드시네요
    가끔 먹으면 정말 맛있더라구요^^

  6. 2011.04.22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7. 경인선 2011.05.06 10: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습니다. 당신의 촌철살인을 좋아합니다.

  8. 감나무골 2011.11.12 03: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즈음, 나라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닙니다.
    특히 청와대 사람들의 오만 방자하기 이를데 없는 자세에는 두소 두발 다 들 정도!
    이 사람들 이 글 한번 봤으면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