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그를 만든 후에 은근히 신경쓰이는게 있다. 오늘의 방문자 수다.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신문 기사가 아닌 나의 생각과 관심을 나누는 수다에 가까운 글을 올리면서도 맨 오른쪽 부분에 있는 오늘의 방문자 수에 은근슬쩍 눈길이 간다. 그리곤 아직 빈약한 숫자에 힘이 살짝 빠지고 때론 “과격하거나 도발적인 글과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어 볼까”란 음모도 꿈꾼다.
 
“MB 최고, 짱!!!”(산악자전거가 정말 좋다는 뜻) “만삭의 고소영”(그의 단골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의례적인 인사를 나눴고 정작 예의를 차리느라 부른 배에는 눈길을 주지도 못했음), “신상훈 은행장의 진실은?”(얼마 전 만났는데 무척 억울해 했으나 그 진실은 아직 나도 몰라 궁금하다는 뜻)...
 
같은 블러그를 운영해도 방문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이들을 보면 부럽다. 그 방문자들에게 1만원씩만 회비를 거둬도 수억원일 텐데, 그럼 은행 융자금도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 텐데...란 망상을 해보다가 ‘멋지게는 못살아도 치사하게는 살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래도 기사 성격의 글을 올리는 블러그는 낫다.

초 단위로 새로운 소식들이 쏟아지는 트위터는 요즘 전쟁 수준이다. 최근에 트위터를 하는 이들은 ‘팔로워’의 수에 따라 트위터계에 서열이 나눠지는 것 같다.
인기 작가인 이외수, 개그맨 김제동은 물론 두산의 박용만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등 기업 CEO들이 참여하면서 수평적 소통이 아니라 좀 과장하면 교주와 신도의 관계가 이뤄지는 것 같다. 파워 있거나 유명한 이들을 중심으로 계급화되고 팔로워 수가 그들의 권력을 상징한다.
 
요즘은 트위터에 유명인들이 ‘미용실 이용권을 드릴테니 선착순 10명 손 드셔요’ ‘무슨무슨 행사에 같이 가실 분’ ‘공연 티켓 드려요’ 등의 선물을 준다는 내용을 올리는 이들이 많다.
이들이 정말 정이 넘치고 뭔가 나눠주고 싶은 착한 마음의 소유자여서 순수한 마음으로 그랬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팔로워 숫자를 의식한 마케팅 기법같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은 실시간으로 자신이 뭘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무얼 먹었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인증샷’이라고 불리는 사진도 올린다. 상대방을 만나 나눈 대화나, 음식의 맛이 문제가 아니라 누구를 만나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만 널리 알려주면 되나 보다.
 
트위터에 팔로워로 신청해서 대기업 CEO들, 그리고 다른 유명인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가졌다는 한 여성은 “트위터가 나의 인간 관계 퀄리티를 높여줬다”고 자랑했다.
 
“만약 트위터란 SNS(Social Network Servise)가 없었다면 제가 그런 분들을 어떻게 만나고 식사를 하겠어요? (모 기업인의 경우) 그 분을 만나려면 아마 회사 경비실부터 차단당했을 거에요. 트윗팅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인맥이 넓어져 정말 좋아요. 트위터가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그런 분들이 뭘 하는지 알고, 또 애쉬튼 커쳐 등 헐리우드 스타들과 관심사를 나누겠어요. 트위터 덕분에 세상이 훨씬 가까와지고 평평해진 것 같아요.”
 
그 여성은 하루에 2~3시간 정도는 트위터와 미니홈피, 그리고 페이스북 관리를 하는데 할애한다고 했다. 덕분에 스마트톤에 저장된 지인들의 숫자도 1000여명에 육박한단다.
 
2010년의 트렌드는 TGIF다. Twitter, Google, I phone, Facebook. 다루는 도구와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목적은 소통이고 네트워킹이다.
과거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큰 문제가 생길거라고 우려했다. 집을 나와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방이나 사무실에 혼자 앉아 차가운 인터넷 모니터만 보면 인간 관계는 물론 인간성에도 문제가 셍길거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집 안에서도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친구를 만들고 때론 오히려 얼굴 붉히지 않고도 얼마든지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에 감사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옛 친구도 다시 확인해 연락하고, 지구 저 멀리 있는 외국인들과도 글로벌한 소통을 하며 인간관계는 무한확장됐다.
 
온두라스에서 무고한 살인누명을 쓴 한지수씨의 소식도 트위터를 통해 알려졌고 국회의원들이 청문회나 국정감사를 할 때도 트위터의 팔로워들이 시시각각으로 정보를 전해주고 날카로운 질문도 대신해 트위터가 이젠 기자와 정치인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순기능만 있는게 아니다. 팔로워 숫자와 유명세에 연연하는 이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인맥을 넓혀보려고 은근히 접근하는 이들이 만드는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와 언론도 한 몫 거들었다. IQ, EQ보다 NQ가 더 중요하다면서 인맥만들기, 인맥 관리 요령을 강조하고 인맥의 달인 등이 소개한다.
이와 관련한 책들도 수백종에 이른다. 또 트위터 열풍을 다루면서 거의 모든 언론이 이외수 작가의 팔로워가 몇명 등등 마치 인기 가요 톱텐 순위처럼 만들어 버렸다..





물론 인맥은 소중하다. 사람들 많이 아는건 그 어느 정보보다 소중한 재산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를 팔로잉한 이들이 과연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나의 슬픔과 고통도 나눠줄 수 있을까.
 
난 차가운 컴퓨터 화면이나 스마트폰 액정으로 연결된 이들 수만명을 관리하는 것보다 내가 그들의 호흡을 느낄 수 있고 내 어깨를 다독거려줄 수 있는 따뜻한 친구 몇명을 잘 보살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쁘더라도 안부전화를 해서 목소리를 듣고, 시간을 쪼개 직접 만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눠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나를 아는 사람의 숫자보다 나를 이해하는 이들의 애정의 질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이런 말을 하면 ‘호박이 넝굴채 굴러온 이를 부러워하는 깨알 아줌마의 심술’이라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호박은 깨지기 쉽지만 영양이 풍부한 깨알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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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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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옥실 (목화엄마) 2010.09.15 0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제 주변 후배분들이 많이들 하는데 부작용도 많은것 같아요..
    저는 이제 늙어서 생각없어서
    이런 말을 하는것은 절대 아니며
    특히 문화인이라 일컷는 분들이 이글을 모두 읽어봤으면 합니다.

  2. 장수임 2010.09.15 1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옳은것이 좋은것입니다~~~~~~~짝짝짝!

  3. K.K.K. 2010.09.24 0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엉덩이 사진은 데미무어 엉덩이가 맞는건가요?
    기자님의 설명이 있었으면합니다.

  4. 유인경 2010.09.24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 데미 무어가 자신의 트위터에 자기 엉덩이라고 올린 사진입니다.
    데미 무어는 노출증이 있는지 비니키 수영복, 목욕 가운 등의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더군요. 몸매에 자신있어 가능한 일이지만요...

  5. 선정거사 2011.03.02 22: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엉덩이'가 아니고 '궁둥이'입니다.
    엉덩이와 궁둥이와 볼기가 어떻게 다르다는 것은 아시지요?

    • 문득생각이나네요 2011.03.03 20: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정거사란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겠다
      인간아, 아니 거사야!
      엉덩이면 어떻고 궁둥이면 어떻냐?
      그러니깐 내가 널 좁쌀이라 불렀단다...
      내 물음에 답좀 해줄래?
      거시기와 머시기를 이분법으로 잘 정리좀 해주라

  6. 유인경 2011.03.03 11: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엉덩이는 허리의 잘룩한 곳에서 허벅지까지의 옆 부분과 허리뒤 바로 아랫부분을,
    궁둥이는 주저 앉을 때 바닥에 닿는 부분을 주로 가리킵니다.
    영어로도 엉덩이는 히프(Hip), 궁둥이는 버톡스(Buttocks)등으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데미 무어가 보여준 부분이 꼭 궁둥이라고 볼수만은 없지 않은지요?
    허리의 잘목한 부분도, 허벅지도 보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관심갖고 지적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7. Claire 2011.04.22 14: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기자님처럼 마음은 초월하고 싶으나 자꾸만 집착하게 되는 '방문자 수' 또는 '댓글 유무'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1인입니다. 기자님 글 읽을 때마다 늘 마음이 시원해지고 가려운 데 해소하고 가는 터라 용기를 내서 댓글을 달아봅니다. 방문자수와 상관없이, 데미무어보다 훠얼씬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을 하고 계시니 힘내시고 계속 좋은 글 포스팅 부탁드려요. ^^

  8. 2011.06.07 0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ㅇㅁㅅ 2011.07.24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님 최근 블로그 읽고 이전것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ㅎㅎ 앞으로도 좋은 글 계속 기대할게요!

  10. 백야의땅 2011.10.22 06: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님의 글 을 첨으로 봤어요.인터넷 공간이 참으로 넓어서.이제야 보게 되어 영광 입니다.
    앞으로 자주 보십시다.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티비 에서는 알죠..당연히.

  11. craftmatic adjustable beds prices 2011.12.28 2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번째 사진은, 두 여자는 뭔가, 하, 지원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