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에 훅~간다!

요즘 유행하는 말이다. 한 마디 말, 한 행동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에 국내외에서 한 방에 훅 가는 이들이 많다.

세계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가 그렇다.
영국인인 갈리아노의 유대인 비하 발언은 지난달 28일 영국 대중지 <선>이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갈리아노가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 테라스에서 술 또는 약물에 취한 모습으로 “나는 히틀러를 사랑한다”고 외치는 모습이 그 동영상에 담겨 있다. 그는 이어 다른 손님에게 “당신들은 다 죽어야 했어. 당신 부모들도 다 가스실로 보내져야 했어”라고 말했다. 그는 술에 취해 엉뚱하게 이탈리아계인 손님을 유태인으로 오인해 그런 모욕을 준 것이다. 카페의 다른 손님이 그 영상을 촬영해 촬영해 프랑스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전 세계로 널리 널리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는 ‘크리스찬 디올’에서 해고됐다. SNS가 전한 진실의 힘이다.

                        존 갈리아노(출처:http://twitaddons.com/pic/detail.php?id=5357519)

그런데 존 갈리아노가 누구이고 크리스찬 디올이 어떤 브랜드인가.
영국인 아버지와 스페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갈리아노는 런던의 자존심인 패션명문학교 세인트마틴에 다닐 때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패션쇼도 그저 옷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듯 드라마틱하게 연출해 패션계에 최초로 ‘쇼비즈’란 개념을 도입한 사람이다. 1987년부터 영국의 올해의 디자이너 상을 네 차례 받았으며, 95년 프랑스로 건너와 지방시에서 일하다 1년 뒤 디올로 스카우트되어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지난해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프랑스 카를라 브루니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할 때, 프랑스 브랜드이면서도 영국 디자이너인 갈리아노가 만든 디올 옷과 가방을 들어 화제가 됐다. 다음 달 29일 영국 윌리엄 왕자와 결혼하는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드레스도 주문받았다. 마돈나를 비롯한  숱한 스타와 명사들이 단골이고 오스카 등 수상식에는 배우들이 그의 드레스를 다퉈 입는다. 그런데 그만 입방정을 떨다 인생을 망치게 됐다.

90세가 가깝도록 미국 백악관을 출입한 전설적인 여기자 헬렌 토마스도 유태인 발언을 해서 언론계에서 퇴출당했다. 그는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 백악관을 출입해 21세기까지 기자 생활을 한 신화적 언론인으로 그가 “굿모닝, 미스터 프레지던트.”라고 해야 대통령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쌩큐, 미스터 프레지던트”라고 말해야 회견이 끝나는 전설을 50여년간 지켜왔는데 말 한마디에 언론인으로서의 명예에 먹칠을 당하고 총총히 사라졌다. 60여년이 넘는 그의 빛나는 기자 경력도 허무해졌다. 오래오래 버티긴 했지만 그 거목도 한 마디에 무너졌다..

한국에서도 훅~간 명사가 있다.
상습적 제자 폭행과 금품수수, 학사비리 등의 의혹을 받아온 서울대 음대 성악과 김인혜 교수에 대해 서울대가 지난달 28일 파면 결정을 내렸다.
그의 이력서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란 찬사가 나올만큼 화려하다. 서울 음대, 줄리아드 음대 박사, 서울대 교수 등 성악가라면 너무너무 부러워할만한 스펙에다 최근엔 SBS TV  ‘스타킹’에 출연해 정식 성악 교육을 받지 못한 재능있는 이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여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노래 솜씨도 탁월하긴 하다.



그런데 수업이나 연습할 때 학생들을 때리고(예전부터 관습법이었다해도)  금품을 요구하는(워낙 맛본 사람이 더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등등 좀 치졸하고 졸렬한 이유로 학생들이 학교 당국에 제보해 일파만파를 거쳐 서울대 사상 최초로 ‘폭행 교수’로 파면이 결정되었다. 1년이 화려하게 채워진 그의 모든 스케쥴은 줄줄이 취소중이란다. 그 화려한 이력서와 재능이 현 단계론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성남시 시의원 이숙정의원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1월 27일 판교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공공근로 여직원 이모(23)씨가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는 이유로 10분 뒤 주민센터를 찾아가 욕설과 함께 이씨에게 구두와 가방을 던지고 머리채를 잡아당겨 피해자 이씨 아버지로부터 고소를 당했었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 의원은 “본인과 상의도 없이 사과했다”며 억울해했고. 자신을 왕따 시켰다던 민주당 시의원 등 동료의원들이 그를 구제해주기로 결정했단다.
이 의원 역시 서울대에서 아동교육과 복지를 전공한 재원이고 성남에서 민노당 소속으로 나와 정치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는데 어린 공공근로 여직원에게 한 행동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앞으로 또 정계에 나온다고 해도 너무나 치명적인 족쇄가 될거다. 나와서도 안되지만 말이다.

타고난 천재적인 능력, 착실히 쌓아온 화려한 이력서, 수십년동안 흘린 땀과 눈물 등등이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거대한 산이 붕괴되듯 무너진다. 당사자들은 너무 억울하고  죽고싶을만큼 괴로울게다. 마치 우연히 지뢰를 하나 밟아 죽음에 이르거나 반신불수가 된 것같은 느낌일게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모욕을 당한 숱한 사람들의 심정은 그들이 헤아리지 못했다. 

이들의 훅~ 가는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
정성껏 나무를 심고 가꿔 열매를 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리고 항상 안전주행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지뢰를 밟지 않고 유탄에 쓰러지지 않는 것이 더더욱 중요한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지뢰를 밟아 훅~가는  이들을 보면... 정작 자신들이 지뢰를 심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절대 남이 던진 수류탄에 아까운 생명을 잃은게 아니라 자기가 뿌린 씨앗을 자신이 거둔 것이다.

갈리아노는 해고되기 전 이미 정직 상태였단다. 그는 지난달에도 같은 카페에서 프랑스인 여성과 동양인 남성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며 시비를 걸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프랑스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디올은 그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 뒤 프랑스의 다른 여성도 경찰에 찾아가 지난해 11월 같은 장소에서 갈리아노가 술에 취해 유대인 비하 발언을 하며 자신에게 고함을 쳤다고 진술했다. 갈리아노는 경찰에서 “나는 상대방을 모욕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문제의 동영상이 공개돼 진실성을 의심받게 됐다. 이미 수시로 유태인을 비롯한 인종 차별 발언을 한 전력이 많았는데 이번에야 제대로 걸린 것이다.

김인혜 교수도 마찬가지다. 그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도 스승에게 맞으며 지도를 받았고, 선물을 강요한 적도 없으며, 학생들이 돈을 모아 선물하는 것을 보고 억지로 모으지 말고 각자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변명을 했다.
그런데 서울대 동료 교수들조차 그 누구도 그를 옹호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김교수의 스승에게 배운 다른 제자들이 “우리 선생님을 모독하지 말라”는 서명서를 제출했고, 학생들도 다른 언론에 김교수의 다른 비리를 줄줄이 알렸다.

예전에 읽은 어떤 소설에 한 중년 가장이 실종된 사건이 등장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가정생활에 충실한 모범 가장이 출근한다며 나갔다나 갑자기 사라졌다. 회사도 탄탄하고, 가정도 원만하며, 원한을 살 만한 사람도 없다. 사립탐정이 추적을 해서 그를 발견한 것은 말타란 섬. 왜 이곳에 왔냐는 탐정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날 집을 나서서 회사로 가는 길이었어요. 갑자기 공사중인 한 건물에서 벽돌이 떨어졌습니다. 바로 내 코앞을 스쳐 떨어진 벽돌은 박살이 났지요. 만약 그 때 내가 0·1초만 빨리 걸었어도 난 벽돌에 맞아 즉사했을 거에요. 갑자기 모든게 불안해졌어요. 내가 아무리 착실하게, 올바르게 살아도 언제 어디서 날아들지 모르는 이런 벽돌을 피할 방법은 없구나... 그리고 지금까지 아둥바둥 잘 살려고 노력한 것 역시 부질없구나.... 그래서 가정이나 회사를 떠나 가장 사고가 없을 것 같은 이 섬으로 온 겁니다. 익명의 삶이 행복해요...”
(이건 절대 그 작품의 원본이 아니라 내가 대충 기억해낸 줄거리이자 문장이다. )

땅에서 밟는 지뢰만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날벼락은 또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그 소설의 주인공처럼 벽돌을 피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가거나 섬으로 도망갈 수는 없다.
 
한 방에 훅~가지 않으려면 평소에 지뢰를 안 뿌려놓을 것, 즉 남들에게 잘못을 저지르거나 말실수를 자주 하거나 등등을 하지 않고 너무 까불거나 튀려고도 말고 그저 자중자애하며 사는게 최선이다.
무슨 말을 할 때 남들에게 상처를 줄지 안줄지 먼저 생각해보고,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겸손하고 나를 낮추면 무시당하는 것 같아도 결국 내가 사는 길이다. 

늘 “왜 난 늘 이모양 이꼴일까. 남들은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친구 아무개는 승진을 하고, 또 아무개는 대박이 났다는데 난 왜 이렇게 찌질하게 사나..”란 푸념을 늘어놓았는데 그런 입방정부터 줄여야겠다.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따진 못했어도 지뢰를 안 밟고 날벼락 맞아 한 방에 훅~가지 않고 이렇게 무사히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운인가. 그런데 남들이 훅~ 보내고 싶을만큼 대단한 인물도 못되면서 왜 이런 고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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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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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춘수 2011.03.07 22: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인경기자님!
    좀 더 큰 글을 써 주십시요.
    아참, 블러그 제목이 "수다의 힘"
    제 생각이 허잡한 것이네요.

  2. 김시내 2011.03.08 08: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맛깔나는 글이네요. 잘 읽었어요

  3. 유인경 2011.03.08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춘수님, 제 글에 대한 애정이 너무 크신가봐요. 흑흑
    저는 큰 것보다 사소하고 조촐하고 작은 것에 관심도 많고
    시야도 좁아요.
    님의 생각이 허접한게 아니고 이 블로그가 '수다'인 한계도 있습니다.
    암튼 채찍질 감사합니다, 아야야...

  4. 라임이 2011.03.08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재밌게 신선하게 잘 보고 있어요.
    현빈씨가 군대간 지금, 여전히 저는 주원에게 사랑받고 싶은 라임입니다.

    한방에 훅가다~ 참 두려운 말이지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남들에게 상처 안주며, 덜 주며....요

  5. 이 진이 2011.03.09 04: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오래전 누군가가 내게 했던 말 한마디가
    오래오래 남아 내 맘을 아프게 하고 반대로 행복하게 하는것 처럼
    (이상하게 맘 아프게 하는 말이 더 오래갑니다만...)

  6. 2011.03.09 09: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7. 파랑새 2011.03.09 22: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방에 훅~~간다는 것은 그만큼 명예로운
    자리에 있다는 얘기이지요.
    이뤄내기 힘들어도 명예는 한순간에 무너질수
    있는것....

  8. 외방이 2011.03.12 04: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유인경기자님글 잘 보고 있습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행하기 전에 잠시라도 한번쯤은 생각을 해보고 행동해야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어요.
    나도모르게 '훅'가는 행동 했다가... '훅'가버리면...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모지란 내 잘못이죠.

  9. 고수부지 2011.03.12 14: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 지진으로 세계가 심란합니다
    밤새 안녕하십니까?입니다
    정말로 한방에 훅~~~~~~~~와닿는 말씀입니다

  10. 김춘수 2011.03.13 0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기자님의 글이 뜨자 일본이 한방에 후-ㄱ 가네요.
    생각이 여러가지 관점에서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힙쓸리기도 하는 새벽입니다.

  11. 써니 2011.03.14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실에서 (정확히는 식탁 위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이것 저것 하다가
    우연히 블로그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아주 혼자서 한바탕 모처럼 배꼽 쥐고 웃었습니다.

  12. 2011.03.14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3. Jenny 2011.03.17 11: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기자님 어쩜 이리도 사람의 맴을 잘도 표현하는지요
    정말 써니님 말대로 글을 읽다가 소리내어 크게 웃었어요
    나~유기자님 팬 되었어요
    다시 한번 속 시원한 글 감사합니다.

  14. 2011.03.29 14: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5. 유인경 2011.03.29 14: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구절절 옳은 지적입니다.
    제가 성질이 급해 생각나면 마구 써서 후다닥 올려서
    오자, 맞춤범에 안맞는 말, 같은 단어 반복 등이 많아요.
    이제라도 정신을 좀 차려볼께요.

  16. 김성은 2011.03.30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글을 읽을 때마다 시~워~원 합니다!!!

  17. 김성은 2011.03.30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글을 읽을 때마다 시~워~원 합니다!!!

  18. 윤명숙 2011.04.15 0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션~합니다...ㅎㅎ

    역시 "수다의 힘" 쵝오~!

  19. 전현철 2011.08.29 1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술~술.. 글이 참 맛깔스럽네요 ^^

  20. memory foam mattresses 2011.12.24 0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자 주연 배우의 첫 번째 사진처럼, 아, 이상한 기분.

    • 강력계 직원 2011.12.24 2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보세요, 혼자 뭐 하는거요?
      댓글을 달려면 남들도 이해가 되어야 정상이지
      혼자 지껄이듯 써 놓는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듯 하네요.
      적당히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