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과 미래를 바꾸었다는 스티브 잡스.
숱한 수식어와 찬사가 따르지만 인간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는 호평보다는 비판이 더 많았다.

그토록 많은 부를 축적하고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처럼 공개적인 기부를 하지 않았다거나, 친아버지를 인지하고도 전화 한 통 걸지 않았다거나, 대학생 때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딸을 10여년이 넘도록 인정하지 않았다거나 등등...

하지만, 엄청난 예지력과 상상력과 미래를 보는 혜안을 가진 스티브도 결국 친아버지에게 마지막 보낸 메일은 “감사합니다(Thank You)였고 가족들에게 남긴 말도 사랑한다, 고맙다였단다.

미국의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애런 소르킨은 뉴스위크에 스티브 잡스와의 추억과 일화를 공개했다.
 
“스티브 잡스를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우린 전화로 친해졌다. 어디선가 인터뷰를 하면서 ‘맥이 나은가, PC가 나은가’라는 질문에 내가 ‘나는 모든 글을 맥에 쓴다’라고 답했는데 그 말이 언론에 인용됐을 때였다.

잡스는 내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며 부탁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달라고 했다. 그후 그는 이따금씩 전화를 걸어 내가 쓴 TV드라마나 영화가 매우 좋았다고 칭찬해줬다.(중략)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받은 잡스의 전화는 내 TV시리즈가 취소된 날 걸려왔다.

“절대 실망하지 말라고 전화했어요” 라고 그가 말했다. 왜 낯선 사람이 자기 시간에서 60초라도 내서 그런 전화를 할까. 너무도 좋은 사람이라는 이유 외엔 없다. 큰 좌절의 쓰라림이 어떤지 그 자신도 잘 알기 때문이리라....”

소르킨의 글을 읽어보면 절대 스티브 잡스로부터 신형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선물로,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받았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는 그저 스티브 잡스가 걸어준 감사와 위로의 전화만으로 그가 만들어낸 모든 제품보다 더 감동하고 더 행복해했다.

어떤 이들은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는 시나리오 작가가 대중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잡스가 ‘관리’ 차원에서 전화를 걸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파워가 강한 스타들도 많은데 그가 작가에게 일일이 감사 전화를 걸고, 실의에 빠졌을 때 위로의 전화를 걸 이유가 있을까. 겉으로 보기엔 매섭고 야멸차게 보였을지라도 적어도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건 아니건 타인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고마와요” “감사합니다”란 말은 말을 배우면 아기들도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말이지만 정작 우리 입에서 잘 나오지 않는 말이다. 그런데 이 쉬운 말을 말로 직접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인생이 달라진다. 미안하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시사지 편집장을 지낸 한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정권 말기가 되면 대통령이나 고위 관직자들에 대한 비리 정보 문건을 들고 오거나, 말로 전하려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무슨무슨 게이트다 뭔 파일이다가 등장하는거다. 그들은 이 정권이 탄생하기까지 자신들이 큰 역할을 했는데 정작 대통령이나 고위직들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거나 감사하다는 말을 듣지 못해 억울한 마음이 분노로 변해 폭로를 하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장차관 자리가 아닌데 도와줄 땐 감싸다가 권력을 잡은 후 모른 척 토사구팽 하는 것이 더 분하다고 했다.” 

최근에 둘째 며느리를 본 친척 언니도 ‘생큐’의 중요함을 전했다.

“첫째 며느리는 진중하긴한데 대체 속을 모르겠어. 며느리 생일이라고 선물을 챙겨줘도, 김치를 담가줘도 그냥 당연한듯 받기만해. 아들말로는 마음으론 감사한데 표현력이 서툴어 그렇다고 하지만, 말을 안하면 그 마음을 어찌 아니? 근데 둘째는 뭘 하나만 줘도 ‘어머니, 고마와요. 너무 예뻐요, 너무 좋아요, 정말 감사합니다”란 말을 달고 살아. 그러니 나도 자꾸 둘째한테 떡 하나라도 더 챙겨주게 된다니까. 그렇다고 둘째가 특별히 나한테 잘 하는 것도 없거든. 아직 살림솜씨도 엉망이고... 그래도 자꾸 ‘어머니, 너무 감사해요’란 말을 듣고 싶어 브로치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전문경영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비슷했다. 그는 직장을 옮길 때마다 마치 패키지 상품처럼 데리고 다니는 부하가 있다.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영민해보이는 인상도 아닌데 20년을 같이 했다. 그 비결 역시 감사의 말이었다.

“그 친구는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압니다. 무엇보다 내가 잘못을 나무랐을 때 다른 직원들은 서운해하거나 불쾌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친구는 나중에 ‘바른 지적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같은 실수는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란 말을 해요. 그게 면피용인지 아부인지는 표정이나 말투를 보면 아는데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탁월한 천재의 조언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내 가치를 인정해주는 부하가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그동안 만나 숱한 명사들, 혹은 뭔가 이룬 이들의 공통점은 성공의 비결을 물었을 때 입모아서 “어머니 덕분이죠” “재능을 일찍 발견해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묵묵히 참아준 아내에게 감사해요” 등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기사를 쓴 후에 취재원이 “기사 잘 봤습니다. 잘 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거나 “아픈 지적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주셨어요. 고맙습니다”라고 피드백을 해주면 호감도가 수직상승한다. 그런데 덕담을 써줘도, 비난의 글을 써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이들은 다음에 기사 제안을 하면 심드렁해진다.

내게 큰 은혜를 베풀었을 때, 커다란 선물을 받았을 때, 필요한 정보를 주었을 때만 감사해야할까? 

그저 내 곁에 존재해주는 것, 내 말을 들어주는 것, 내게 전화나 문자라도 보내주는 것 등 아주 사소한 일들에도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그걸 말로 직접 전하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다.

부부나 가족 관계,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다. 내게 필요한 것을 해주는 것만큼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안해주는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훨씬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남편이 내게 명품백을 사주지 않아도 내가 싫어하는 담배를 끊어준 것에 감사하고, 내 딸이 공부 1등을 하지 않아도 내가 걱정하는 밤늦게 들어오는 일을 하지 않고, 친구가 내게 칭찬을 해주진 않아도 “넌 대체 왜 살을 안 빼니?” 등의 인신공격을 하지 않아주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그저 나와 만나주고 나를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아마도 스티브 잡스가 생부에게 보낸 마지막 메일, 단 한 문장이 그 모든 것을 함축한 말이었으리라.

“감사합니다... 제가 직접 말로 표현을 못했지만 아버지 덕분에 생명을 얻었고, 아버지 덕분에 책임감과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양부모 밑에서 무사히 자랐고, 태어날 때의 결핍과 어려운 상황이 제게 세상에 도전할 열정과 상상력을 키워줬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았어도 항상 제게 관심을 보여주시고 사랑을 전해주는 것, 감사합니다...”

눈부시게 화창한 가을날, 참 많은 사람들과 많은 사물들이 감사하다.
비온 후 개인 눈부신 하늘에, 자신들이 얼마나 예쁜지도 모르고 가을바람에 살랑이는 코스모스의 몸짓에, 커피 향에, 친구가 보내준 안부 문자에, 너무 재미있어 훌쩍 읽기 아까운 책에, 그리고 아직은 무사한 나의 자리와 곧 들어올 월급에....

 

그리고 나 역시 가장 쉽지만 제일 안쓰게 되는 감사합니다란 말을 마구마구 전하련다. 감사합니다. 제 블로그에 들어와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복받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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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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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민우 2011.10.24 1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수사 필요없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유기자님^^

  3. 김민우 2011.10.24 19: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수사 필요없이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유기자님^^

  4. 이윤주 2011.10.24 20: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독자입니다.
    좋은 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5. red poppy 2011.10.24 2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니, 감사해요. ^^

  6. 안개꽃 2011.10.25 14: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7. 문은영 2011.10.25 1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읽으며 감사드립니다^^♥

  8. 문은영 2011.10.25 17: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읽으며 감사드립니다^^♥

  9. 삐경이 2011.10.25 18: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오늘 월급날이거든요.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ㅎㅎ
    유인경기자님 맛난거 사드리고 싶어요
    전업주부로 4년을 뒹굴다 오늘 첫월급날입니다 행복해요^^

  10. 유인경 2011.10.26 09: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삐경님, 첫월급 축하드려요. 저도 3년간 전업주부로 살다 경향신문에 입사해서 월급을 받던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네요. 부모님 계신다면 빨간내복 꼭 사드리세요..

  11. 노외현 2011.10.27 2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히 기자계의 김수현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유기자님 전업 주부로 살때 그끼는 모르고 계셨나요? 아니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계셨나요? 그능력, 끼, 유감없이 발휘하사 모든 사람의 공감과 재미, 막판의 깔금한 한방으로 어우러진 드라마 한편 쓰시면 대박 작가되시는것 시간문제라 생각되는데 어떠신지요? ^^

  12. 자운영 2011.10.29 1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으로 작은것애서 위대함과 소중함이 함포되어있는데 말이죠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표현할 줄 아는 자체도 하나의 지헤인데 말이죠 그쵸, 인경님?

  13. 이문영 2011.11.11 17: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님
    그 어떤 책보다도 더 깊고 넓은 성찰이 있는 양질의 수다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하나의 이슈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럽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언론이 썩었다 하지만 유인경 기자님 같은 분이 계셔서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늘 감사해요~~

  14. 전현숙 2011.11.20 1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기자님 아침방송에 출현 하실때 부터 팬 입니다. 이제 삶의 여유가 시작 되어 블러그를 만나 행복 하게 글을 읽고 있습니다. 기자계에 김 수현 딱 맞는 표현 공감 합니다.^^ 사랑 합니다. 그리고 이 블러그 글을 읽을 수 있는 이시간과 올려 주신글에 감사 감사 드립니다. 행복 하세요~

  15. 이성재 2011.11.21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치 곁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푸근합니다. 잘 읽고 잘 실천하겠습니다.

  16. 김민경 2011.11.22 19: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유인경 부국장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정말로 감사드려요 히히
    아마 올 한해 부국장님을 만나게 되서 너무나 기쁜 한해가 될거에요
    알파레이디 강의 통해서 매달 뵙게 되니 그 얼마나 큰 행복인지요 ㅎㅎ
    다음 중에도 뵙도 다음달에도 뵙게 되다니!!!
    앞으로 계속 뵙고 싶습니다
    글을 읽으며 다시한번 감사의 큰 힘과 제게 지금 주어진 환경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건강하게 지내며 지금 이렇게 글을 읽고 댓글 달을 수 있음에,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그리고 그 모든걸 가능하게 도와주시는
    부모님 계심에, 얼마전 군입대한 동생에게 편지를 쓸 수 있음에,
    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유인경 부국장님께 전할 수 있음에,
    수다의 힘에서 글을 공유할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찾아뵙고 환하게 인사드릴게요^^

  17. 쥬쥬 2011.12.21 02: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감사합니다

  18. 겨울나그네 2011.12.28 14: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들어와서 좋은 글 , 사람 냄새 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참 .. 따뜻한 분이시군요..
    감사합니다.

  19. M 2012.01.15 1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0. 류명진 2012.01.23 2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21. 정은주 2012.01.27 1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평소에도 존경하는 유인경기자님...너무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