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각 방송사들이 아침에 방영하는 주부대상 프로에는 별별 사람들이 다 등장한다. 지난 15일에는 계주에게 돈을 떼인 재래시장 상인들의 안타까운 사정이 소개됐다. 채소나 어묵 등을 파는 영세상인들은 그 시장에서 유명한 식당을 운영하는 계주에게 일반은행 이자보다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수년간 곗돈을 부었다. 그런데 그 계주가 돈을 착복하고 식당까지 팔아버렸다. 다른 금융업과 달리 계의 경우엔 법에 호소해도 계주가 돈이 없으면 받아낼 방도도 없다. 한 피해 상인의 하소연은 안타깝기만 하다.

 

“같은 시장에서 일하는 동료인데다가 그 식당이 텔레비전 맛집 프로에도 자주 나온 아주 유명한 곳이라 믿었죠. 텔레비전에 나와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람이 설마 양심없는 짓을 할까 싶어 피같은 내 돈을 맡겼는데…. 이제 우리 아들 2학기 등록금은 어떡해요….”

 

문제는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이다. ‘텔레비전에 소개된 식당’ ‘텔레비전에도 나온 변호사’ ‘텔레비전에 나온 교수’ 등, 대중들은 마치 텔레비젼이 신분과 인품의 보증서로 착각한다. 언젠가 한 식당이 ‘텔레비전에 절대 안 나온 집’이란 간판을 붙였기에 알고보니 보신탕집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다.

 

남대문시장 내 식당에서 시민들이 TV시청을 하고 있다. ㅣ 출처:경향DB

 

그만큼 뉴스건 오락프로건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것이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게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보이기 위해 로비를 하는 이들도 많고, 과장되게 홍보를 하거나 포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 방송사의 프로듀서나 작가들이 가능하면 여러 경로를 통해 검증받은 전문가와 기업, 병원, 식당 등을 소개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

 

수십년 익숙한 저명인사나 연예인들이 알고보니 학력 위조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법정프로에 자주 출연했던 모 변호사의 경우 서울대 학력은 맞지만 의뢰인에게 돈만 받고 사건 처리를 안해주기도 하고, “가정의 행복, 가족의 화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여류명사는 불륜관계의 남성으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이 다단계에 관련되어 피해를 끼치기도 하고 유명스타의 배우자들이 사기를 친 사례도 사회면을 장식한다. 외제차를 훔친 개그맨,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스타도 있지 않은가.

 

텔레비전은 화제의 주인공이 주로 등장하는 매체다. 성스럽고 훌륭한 인물이나 확실히 품질이 보장된 상품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또 수년간의 활동으로 그 분야의 실력을 검증받았다고 해서 인품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신문이나 방송에도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사람이 만지면 “양심없음” “거짓말 잘 함” “실력 부족” “등의 상태를 정확하게 밝혀주는 기구가 있다면 보통사람들의 피해와 상처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하긴 그 테스트를 통과해야 텔레비전에 출연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 자체가 못 만들어질 것같다. 스님들도 술마시고 노름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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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포댁 2012.06.18 2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기자님!
    수채화만 그리지 말고 유화도 그려주시고
    조각품도 만들어 주셔요...

  2. 판교S 2012.06.20 0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부터 내려오는 풍습처럼 되어있는 우리들의 사고가 바뀌어야 할것 같아요.
    테레비에 나왔던데, 혹은 신문에 났던데 하면
    그것이 해답인양 인정 해 버리고 마는 우리들 습관(?)을 정리 해야야 합니다.
    언론인이신 유기자님이 그길에 앞장 서 주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