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순발력, 젊음, 발랄함, 신선함으로만 승부하려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연령 차별이 심한 영역도 드물다. 대부분의 출연진이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다. 물론 중견 연예인도 등장하지만 거의 ‘병풍’ 수준이다.

 

대부분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10~20대 아이돌을 앉혀놓고 이런 얘기를 한다. “눈·코만 살짝 집었다” 등의 성형 고백이나 “5년이나 기나긴(?) 연습생 시절을 보내 마음 고생이 심했다” “돈 많이 벌면 부모님께 집 사드리겠다” 등 개인담을 마치 엄청난 애환인 듯 늘어놓는다. 아무리 굴곡이 심한 삶을 살아도 20여 년의 생에 무슨 대단한 스토리가 있겠으며 독서량이 풍부하고 말주변이 좋아도 전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적인 수사를 하기는 무리다. 더구나 일부 아이돌 스타들은 하도 숱한 토크프로에 출연해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그것도 부족하면 자신이 얼마나 무식한지를 자랑해 ‘백치 아이돌’이란 장르까지 등장했다.

 

최근에 예능프로에도 ‘경륜의 힘’이 보여지기 시작했다. 김응수, 윤여정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카리스마 가득한 연기력에, 평소에도 깐깐하고 과묵할 것 같은 어른들이 입담의 진수를 보여준다. 김응수는 MBC TV <라디오 스타>를 비롯한 각종 예능프로에 출연해 영화 뒷이야기, 아끼는 자가용을 위한 애차송, 빼어난 미모가 아닌데도 연기자를 꿈꾸는 초등생 딸에게 “(미모가 안 되니 공부 해서)서울대부터 가라”는 충고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유머감각을 발휘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고쇼>에는 윤여정과 최화정이 초대손님으로 등장해 그야말로 “시청자들을 뒤집어 놓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촌철살인에 맛깔스러운 입담을 과시했다. 칸 영화제에 두번이나 초대받은 국제적 배우에다 65세인 윤여정은 스스로를 “화려한 싱글이 아니라 화려한 독거노인” “89세 엄마와 65세인 내가 사는 우리 집은 귀곡산장” “영화 <돈의 맛>에서 김강우와의 베드신은 성폭행신” 등 스스로를 낮추다 못해 비하하면서도 유머와 위트의 진수를 보여주는 말을 이어갔다. 52세인 최화정 역시 “내가 연하남 킬러라고 하는데 나 때문에 죽은 연하남자는 아무도 없다” 등의 톡톡 튀는 대사를 남겼다.

 

중견 연예인들에게는 무궁무진한 소재가 있고 오랜 연예 생활을 거쳐 이를 표현하는 수사력이 있다. 농담처럼 던진 말에도 교훈이 있고 웃으면서 말해도 콧등이 시큰거리는 감동이 있다. 지난 <고쇼> 방영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윤여정 선생님 나오면 완전 믿고 본다” “<고쇼> 윤여정 최화정 편 진짜 레전드” ““윤여정 님 입담에 진짜 빵 터졌다” “<고쇼> 보는 내내 엄청 웃었다. 나도 (나이 들어) 저런 사람이 되고싶다” 등 찬사가 가득했다. 나이 먹는다고 누구나 내공이 생기고 연륜에서 오는 깊은 매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나 세월이 그저 공짜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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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수경 2012.07.20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맞아. 저도 윤여정, 최화정 나온다길래 고쇼 봤어요. 평소에 잘 안보거든요. 정말 재밌더라고요. 윤여정 선생님이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았어요.

  2. 한경수 2012.07.20 2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윤여정씨의 연기는 명품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거라 생각됩니다.
    혼자 사신지도 오래된것 같은데 그 어떤 루머도 하나 없는 고운 분이것 같아요.
    조영남씨는 여친이 어떻고 하면서 말도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