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엔 연예정보 관련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KBS 2TV <연예가 중계>를 비롯, 지상파에서도 간판 프로그램이 있다. 오전 10시대 주부 프로그램에서도 연예특집 프로그램을 하는데, 대부분 연예인이 출연해 근황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케이블채널까지 생기면서 그야말로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넘치고 넘친다. 특히 케이블에서는 매일 프로그램도 있고, 이를 몇 번씩 재방송한다.


이처럼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보니 당연히 수준이 하향 평준화할 수 밖에 없다. 고영욱 사건 등은 그가 연예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다룰 만한 범죄사건이지만, 특별한 사건이 없을 때는 연예계 엄친아·엄친딸 베스트 10 등을 선정해 누가 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는지를 소개하기도 하고, 연예인이 아닐 때에 비해 가장 많이 얼굴이 변한 연예인 베스트 10도 알려준다.


그러다보니 연예인 집 근처 가게에 가서 “요즘 여기 자주 들려요” 등 질문을 한다. 무작정 동네 주민을 붙들고 “아무개씨가 이혼한다는 데 평소 그 부부가 어떤 모습이었나요” 등을 진지하게 물어보는 장면도 방송에 내보낸다. 연예인들이 그렇게 동네 가게를 자주 들르고, 친척들도 알기 어려운 이혼 전의 징후를 동네사람들이 정확히 알까.


지난 토요일 한 연예관련 프로그램에는 걸그룹 ‘원더걸스’ 멤버 선예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로서는 드문 결혼에다 임신이라 뉴스감이긴 하지만, 선예 큰아버지 인터뷰를 매우 비중 있게 다뤘다. 큰아버지는 “절대 혼전 임신은 아니다. 선예는 아이를 많이 나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선예 임신·출산으로 인한) 원더걸스 해체는 없을 것이다”란 말을 했다(사진).






선예 큰아버지는 연예 관련 일을 하는 분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시민이다. 그런데 그 분 입을 빌어 원더걸스 장래와 해체 관련 소식을 신빙성 있는 정보인 듯 전하다니 어쩌면 원더걸스 소속사 박진영 대표보다 큰아버지가 더 당혹스럽지 않았을까.


물론 보다 성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다양한 전문가들, 보다 많은 관계자들의 분석이나 증언을 들어봐야 한다. 하지만 동네 아줌마가 전하는 연예인 부부의 애정 변화, 큰아버지가 분석한 걸그룹 존속 여부 등이 대중에게 무슨 유익한 정보이며 도움이 될까.


“연예인은 공인이며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전하는 것도 월권 행위다. 연예인은 공적 업무를 하는 공인이 아니다. 알권리는 연예인 사생활보다 국가가 얼마나 공정하게 정책을 집행하는지, 대기업이나 금융권의 부당행위로 시민이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는 없는지 등을 정확히 알려줄 때 충족된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이 연예인 사생활 관련 가십을 즐기지만, 적어도 지상파 프로에서만은 품격을 지켜주길 바란다.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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