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비정규직 미스 김으로 살고 싶어요!”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사무실로 달려가 실장 자리에 앉는 기업 회장의 외동딸이 직장 여성들의 로망이었다면 요즘 직장 여성들의 이상형은 KBS 드라마 <직장의 신>의 비정규직 미스 김(김혜수)이다. 가장 여성 비하적인 ‘미스 김’이란 호칭에, 아슬아슬 파리 목숨인 비정규직이 롤모델이라니…. 하지만 드라마에서 미스 김이 당당하고 똑 부러지는 말과 행동을 할 때마다 직장인, 특히 여직원들은 “막힌 속이 뻥 뚫어지는 것 같다”며 환호한다.



미스 김은 자발적 비정규직 인생을 살고 있는 ‘슈퍼갑’ 계약직이다. 전투복이란 이름으로 매일 똑같은 블랙수트 정장 차림으로 출근해 칼출근과 칼퇴근, 조금만 늦으면 가차 없이 계약서를 내보이며 시간외 수당을 요구한다. 심지어 부장의 간청으로 참석한 회식자리에서 고기 자르기, 노래방에서 탬버린 흔들기에도 각각 20만원, 40만원을 요구했다.



KBS2 ‘직장의 신’

아이가 아프거나 내 몸이 아파도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관습법에 따라 회식장소에 따라가야 한다. 아이 걱정으로 뒷골이 땡기고 속이 쓰려도 술을 마시거나 블루스 추기를 강요 당하는 직장 여성들에게 “몸 버리고 간 버리는 자살 테러와 같은 음주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미스 김은 거의 영웅 수준이다.


더구나 정규직 제안을 받아도 “회사에 속박된 노예가 될 생각이 없다”고 다부지게 말하는 그는 직장이란 사슬에 묶여 장기판 위 졸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드라마 속 대사이지만 대리 만족을 준다. 44세의 김혜수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디테일한 연기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직장의 신’을 표현한다. 직장 여성들은 “드라마인 건 알지만, 한번이라도 미스 김처럼 상사 눈치 안보고 당당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다”며 한숨을 쉰다.



‘직장의 신’ 김혜수




하지만 124개란 어마어마한 자격증을 갖고 마징가제트처럼 무한 변신하는 미스 김이 아니라 그와 대척점에선 정주리(정유미)의 88만원 세대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명문대 지방 캠퍼스 출신으로 수십 차례 입사시험에 떨어진 그는 조국 통일이나 지구 평화보다 정규직 사원이 가장 큰 소원이다. 자기 이름도 모르는 상사,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한달을 버텨 첫 월급을 받지만 입금되자마자 학자금 융자금이 빠져나가 1만3000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청춘은 밥이 아니라 꿈을 먹고 살아야한다지만 꿈이 영양제는 아니지 않은가.


불륜, 출생의 비밀, 복수와 나쁜 사람 등 한국 드라마 공식을 모두 깨고도 <직장의 신>은 높은 시청률과 더 커다란 시청자의 응원을 얻고 있다. 일본 원작이 있긴 하지만, 회사의 노예라는 자괴감보다 가족이란 동지애로 버티는 요즘 직장인들의 애환을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 건전한 드라마가 제발 ‘미스 김이 이 회사 사장의 딸이거나. 회장 아들과 결혼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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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성규 2013.04.25 0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랑하는 내 아내가 바로 비정규직입니다.
    태어날 2세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한푼이라도 벌어야 된다고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며 아내가 손뼉까지 치는걸 보고 방으로 들어가 눈물짜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유인경기자님!
    우리내외는 지금은 힘들지만
    내일의 행복한 삶을 생각하고 설계하며 항상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아닌 실제 비정규직(월급125만원)인 제 와이프 김수영에게 박수를 쳐 주세요...

    우리는 열심히 살아서 우리 2세들(2명 예상)학교 다닐땐 지금의 셋집이 아닌 우리집에서 보낼겁니다.
    그땐 유기자님도 초대할께요.
    아내가 유기자님 강의를 듣고 열렬 팬이 되었기 때문이죠.
    항상 건강하셔서 우리들에게 좋은 글 많이 써주십시요.

    • 유인경 2013.04.26 2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내를 사랑하는 홍성규님의 마음에 제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언젠가 좋아지겠지란 막연한 희망고문이 아니라 부인께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꼭 꿈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태어날 아기와 함께 더욱 평화롭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 최민영 2013.04.26 2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러그에 들어와 낙서하는 인간을 추방합시다.
    정말 짜증나요!
    수선화란 이름으로 댓글을 올리던 주부인데 보다못해 제이름으로 정식으로 의견을 전달하는거예요.
    어떤분이 뭐라고 나무랬더니 더 하는것같아 정말 밉네요...
    신문사에선 이런 저질스런 사람들 글은 삭제해 줬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