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용씨는 우리 경향신문에 <미스터M의  사랑받는 요리>란 컬럼을 연재하는 요리 컬럼니스트다.


요리에 대한 컬럼을 쓰게 된 것은 평소 그가 요리를 좋아하고, 손님들을 자주 초대해 요리 솜씨가 소문난 덕분이다. 하지만 수십년에 걸친 그의 요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만으로는 요리 컬럼니스트가 되기에 부족했다.


어느날, 평소 친분이 있던 김승용씨와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아이패드를 보여줬다.


혹시 이거 사용하세요? 전 이걸 만나 인생이 달라졌답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아이패드를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았다. 대학원 시절에 컴퓨터 관련 전공을 하긴 했지만 그 후에 그의 삶은 아날로그적이었다. 더구나 60이 가까운 나이가 되고부터는 스마트폰조차 활용하는데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도 좋은 기기를 방치할 수는 없어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이것저것 탐색하기 시작했다. 평소 관심있던 요리와 여행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고, 자신이 가족을 위해 직접 만든 요리를 사진을 찍어 보관해 두었다.


'쉬운요리 연구가' 김승용씨와 그의 부인 송영미씨. /경향신문 DB

"어머니가 암으로 몇년간 투병하시다 돌아가셨어요. 그동안 집사람이 어머니를 위해 삼시 세끼를 마련했죠. 그게 너무 고마와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사람에게 이젠 음식을 만들지 말라고 했어요. 주부여서 당연히 식구들 밥 준비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자유와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으니까요.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그동안 크게 사고를 치진 않았으니 나쁜 남편은 아니었는지 몰라도 감동을 주는 남편은 아니었더라구요. 그래서 아내를 위한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작은 감동을 주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른 후, 그는 식사 준비를 맡았다. 직접 메뉴를 정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했다.

장을 보면서 가락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흥정하는 법, 쇠고기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좋다는 것, 발품을 팔아야 가장 좋은 식자재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그리고 칼질 등 솜씨가 필요하지 않아도 쉽게 만들면서 온가족이 먹을 수 있는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도 있는 메뉴를 연구했다. 그리고 아이패드에서 음식을 만드는 법을 메모하기도 하고, 각종 정보를 발견했다. 


김승용씨가 직접 만든 요리를 먹어보고 난 그에게 ‘쉬운요리 연구가’란 이름을 붙여주고 컬럼 연재를 의뢰했다.

고령화 시대에 남자가 혼자 살며 요리를 해먹어야하는 생존 무기로서의 요리만들기도 중요하지만 아내나 자녀, 혹은 친구나 지인들을 위해서 요리를 만들 줄 알아야 사랑받는 존재가 될 것 같아서였다.


그 후 직접 요리를 하고, 사진 촬영도 하며 컬럼을 연재하기 시작해 이제 15개월에 이른다.

예전같으면 고급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촬영법을 배우거나, 사진작가에게 부탁해야 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이런 아이패드 등으로 편하게 사진을 찍어 자꾸 연습하며 수정도 하고 각도 연구도 한다.

 

그의 컬럼을 보고 “우리에게도 요리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중년 남성들이 모여 들어  얼마전부터 남자들을 위한 요리 교실을 마련했다. 정년 퇴직 후 식당을 열려는 이들이 아니라 얻어 먹던 요리를 직접 해보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그냥 그의 집 부엌에 모여 소박하게 요리법을 배우고, 만든 요리를 그 자리에서 함께 먹고, 싸준 재료를 들고 집에 돌아가 다시 그 요리를 만드는 과정이다.  강좌는 무료이고 재료비는 원가만 받는다.

김승용씨가 매주 목요일 스포츠경향에 연재하고 있는 요리 칼럼. <미스터M의 사랑받는 요리>


50대 이상의 가장들, 전문직 남성들도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며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딸이 수험생인데 학원을 마치고 늦게 돌아왔을 때 그날 배운 요리를 해줘서 딸에게 칭찬을 들었다고 마냥 즐거워하더군요. 이젠 시키지 않아도 집에서 직접 만든 요리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어 보내줘요. ”


김승용씨는 “가장 원초적인 음식과 가장 최첨단인 아이패드 기기가 만나 내 인생의 후반부를 풍요롭게 만들어줬다”고 행복해했다. 


그는 요즘 한 대학에서 조리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기도 하고, 보다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 미국의 요리학교에서 개최하는 여름방학 코스도 다녀오고 각국의 유명 레스토랑 쉐프들에게 비법을 취재해 요리전문지에 기고도 한다.


환갑이 넘어 이젠 남은 삶을 부록처럼 조심조심 살아야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한걸음 한걸음 도전한 덕분에 그는 제2의 삶을 즐기고 있다. 아내와 자녀들도 활기찬 모습으로 변한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프랑스에 사는 여동생은 멋진 로고를 만들어 명함을 선물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이런 기기로 음란동영상을 보거나, H양의 사진을 퍼나르거나 이상한 악플을 달며 시간을 보내지만

나이들어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세상, 더 많은 정보, 더 커다란 일을 발견할 수가 있음을 김승용씨는 보여준다.


컴퓨터나 인터넷단말기 등이 꼭 첨단 내용을 담을 필요는 없다. 손뜨개 연구가는 인터넷에 손뜨개 교실과 손뜨개 소품 쇼핑몰을 열어 연 십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하고. 80대의 할아버지도 블로그를 열어 젊은이들과 생각을 교류한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자세, 그리고 태도이다.


때론 그 도구나 남들을 인격살인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고 청소년들을 야동이나 폭력, 자살선동 등의 사약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더 넓은 세상을 알려주고, 더 많은 이들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새로운 삶과 심지어 직업까지 만들어주는 구원의 명약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구 저편, 프랑스에 사는 내 친구에게 새로 자른 내  머리 모양의 사진을 메세지로 보내며 난 혼자 중얼거린다.


“세상이 아무리 징그럽고 사악한 이들이 많아도 그래도 좀 오래 살아야겠다. 자꾸 편해지고 경이로운 일들이 많아지니 말이다. 또 조금은 모험과 도전을 해볼 일이다. 혹시 아는가, 내가 컴퓨터로 끄적거린 그림이 노인 만화의 지평을 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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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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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꽃사슴 2013.05.20 0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마트폰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나름 아날로그적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아이패드로 멋진인생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도 괜찮네요.

  2. 리다 2013.05.20 1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배우자에게 음식 만들지 말라고 하셨던 부분은 잊혀지지 않을것 같네요.
    결혼한 우리 언니가 그러더라구요. 언니는 무척 화목한 가정생활을 꾸리고 있는데 가끔은 "내가 언제까지 밥 세끼를 다 차려야 하나?"생각하게 된대요.
    솔로인 저도 저 혼자 먹을 밥 챙기는게 자주 귀찮은데 중년의 남편이 그런 배우자의 노고를 이제라도 내려놓으라고 내가 하겠다고 하는 부분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장면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 이수경 2013.05.21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승용씨 같은 남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우리 신랑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참 건조하고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자기 감정이 어떻든 표현을 잘 안하고 떽떽거리기는 또 일등입니다. 저는 세상 부부가 션과 정혜영 같은 줄 알았는데 저희 부부 처럼 대면대면하며 사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군요.

    김승용씨 처럼 다정다감한 남자는 요리로 아내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 할 뿐 아니라 생활하는 모든 부분에서 가족과 아내에게 친절할꺼에요.

    우리 서방은 생활 전반이 떽떽이에요. 이런 남편에 관한 글을 읽으면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저도 남편이 저에게 다정하게 대해 줬으면 하거든요.

  4. 칼가라 2013.06.08 2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아요. 김승용씨 같은 남자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요.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