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여일티비’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영상시대인 요즘엔 신문에 백 번 나오는 것보다 텔레비전에 한 번 나오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방송인들마저도 시사 프로그램에 열 번 나오는 것보다 예능 프로그램에 한 번 나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텔레비전에는 정치인들의 방송,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잦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 문재인·안철수 의원 등도 선거 무렵에 SBS <힐링캠프> 등에 출연해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 대중적인 친근함을 강조했다. 특히 안철수 의원은 MBC <무릎팍도사>에 나와 신드롬을 일으킨 후 정치인들의 방송 구애가 커졌다.



요즘 정치인들은 초대 손님이 아니라 고정 패널이나 MC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못한 장성민·강용석·고승덕 전 의원 등이 주로 종합편성 채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준석씨도 최근 tvN의 <더 지니어스>에 고정 출연한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MBC 앵커였던 최일구씨도 <SNL 코리아>의 시사풍자 코너 ‘위켄드 업데이트’ MC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힐링캠프>에 출연한 안철수.



정치인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는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다. 지명도가 중요한 정치인들은 자신의 부고 기사 외엔 어떤 일이건 매스컴에 오르내리길 바란다고 한다. 강용석씨 등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도 <썰전>에 출연해 코미디언 김구라 등에게 “(성희롱 사건 선배로서) 윤창중 사건 때 심정이 어땠느냐” 등 조롱을 받으면서 친밀도가 올라갔다. 성희롱 가해자인 정치인에서 인내심 강하고 착한(?) 방송인으로 변모하려는 것이다. MBC 파업 때 사퇴하는 등 투사 면모를 보인 최일구 전 앵커도 “인생 뭐 있어요? 전세 아니면 월세지”란 멘트를 계속 말해 개그맨처럼 유행어를 만들고 있다.



특권이 수천 가지라는 국회의원에서 비록 방송에서이긴 하지만 개그맨의 조롱을 받는 신분이 돼도 그들에게 방송 출연은 확실히 이익이다. 수백 장의 반성문과 눈물의 기자회견보다는 스스로 망가지고 희화화돼 돈들이기는커녕 출연료를 받으면서 이미지 세탁을 해주니 말이다.



영화감독이자 문화평론가인 이무영씨는 “정치와 예능의 교배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자칫 예능 프로그램이 정치인들의 이미지 정치에 이용될 수 있는 함정이 있다”고도 지적한다. <썰전>에 출연하는 개그맨 이윤석도 “강용석이 부럽다. 한때 물의를 일으켰지만 지금 방송을 하고 있지 않느냐. 연예인이 물의를 일으킨 뒤 정치를 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 했다. 역시 정치인이 한 끗발 위!”라고 말했다. 대중이 정치인보다 연예인에게 더 큰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몇 달 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담대한 모습으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을까. 정치인이 코미디를 하고, 코미디언이 정치평론을 하는 것이 설마 요즘 화두인 ‘창조’ 방송은 아닐 게다.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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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대규 2013.06.08 1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창조방송 멋진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