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남성들의 세상’인 것 같습니다.

기존의 <무한도전> <1박2일> <진짜 사나이> 등등 프로 외에 올봄에 신설된 <미스터 피터팬> <나는 남자다> 등도 모두 남성들만 출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케이블방송의 오락프로도 남성 아이돌 중심이고 요리 프로그램에도 대부분 남성 요리사들이 등장합니다. 종합편성채널은 하루종일 남성 시사평론가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기황후>가 떠난 드라마에도 남성드라마 춘추전국시대가 열렸습니다. 월·화드라마 KBS <빅맨>을 필두로, SBS <닥터이방인>과 MBC <트라이앵글>은 모두 병원, 로펌, 경찰, 재벌그룹을 무대로 한 남성들이 중심입니다. 주말극 <정도전>까지 깔끔하게 남성드라마로 마무리합니다. 시청자들은 일주일 내내 남성들이 운동하고, 게임하고, 군대 가고, 아이 보고, 여행 가고, 수다 떠는 모습을 보고 남성들이 종횡무진하는 드라마를 봐야 합니다.

그럼 왜 방송에서 여자들이 사라졌을까요. 제작진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경우 외모에 민감한 여성들보다 세수하지 않은 민낯이나 부스스한 까치머리를 과감히 보여주는 남성출연자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또 양성평등 의식으로 육아, 요리 등 과거 여성의 영역에 도전하는 모습이 남녀 모두에게 공감을 산다고도 합니다. 드라마도 막장을 떠나 정치 경제 등 영역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KBS-TV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12년도 출연자 엄태웅, 강호동, 이수근, 김종민, 은지원, 이승기 (출처 : 경향DB)


그러나 알고 보면 그만큼 텔레비전을 보는 남성들이 늘어났다는 반증입니다. 과거 어머니들이 쥐고 있던 리모컨을 이제는 아버지를 비롯한 남성들이 쥐고 있습니다. 당당하게 리모컨 권리를 쟁취한 것이 아니라 그저 텔레비전을 통해 시름을 잊는 남성들, 텔레비전을 볼 시간이 많은 남성들이 늘어난 셈이지요. 뉴스와 스포츠 프로만 보던 아버지가 드라마를 보며 울고, 하루종일 일하다 들어와 집에 오면 잠자기 바빠야 할 아들이 백수가 되어 TV 수상기건 컴퓨터건 방송프로만 보는 모습은 절대 양성평등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이 프로를 여성들도 많이 봅니다. 여성들은 그런 프로그램을 보며 깜짝 놀랍니다. 아, 과묵한 줄 알았던 남성들이 이렇게 수다쟁이구나, 참 외롭구나, 어른인 줄 알았더니 여전히 소년들이로구나…. 하지만 이해보다는 연민이 느껴지고, 차라리 허세를 부리던 남자들이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요.


유인경 선임기자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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