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유행이 변하는 옷처럼 남성들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꽃미남, 식스팩의 근육남 등 비주얼로 증명되는 남자들이 인기였다면 최근 방송가의 대세는 ‘뇌섹남’입니다. 방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잘 피력하는 미학자 진중권, ‘이혼 후 성욕을 잃었다’면서 영화 <국제시장> 등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허지웅, 각종 종편에서 활약하는 문화평론가 김갑수씨 등이 뇌섹남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랍니다. 확실히 외모와는 큰 상관이 없는 듯합니다.

지난 2월말에는 <뇌섹남, 문제적 남자>란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꽃미남만이 사랑받던 시대는 끝났다, 외모보다 두뇌, 스펙보다 실력”이라고 콘셉트를 설명합니다. 그런데 대체 뇌가 섹시하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 것일까요. 이 프로에는 언론사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는 전현무, 6개국어를 한다는 미국인 타일러, 아이큐가 148이라는 아이돌이 출연해 정작 퀴즈를 풉니다.

뇌섹남은 이처럼 의미가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지식인이지만 무겁지 않게,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남자인 듯합니다. 스펙이 화려해도 취직도 잘 안되고 의사, 검사, 펀드매니저 등 전문직 남성들의 미래도 불투명한 시대에 풍부한 지식은 경제력만큼의 또 다른 능력입니다. 문화평론가 정유인씨는 “인터넷에 정보는 넘쳐나지만 지식은 없고, 그걸 찾기도 힘든데 내가 모르는 것을 꼭 집어 설명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가 신비하고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뇌섹남의 인기를 분석합니다. 아무리 잘생긴 남자도 콘텐츠가 없으면 향기 없이 시들지만 캐도 캐도 새로운 지식을 전해주는 남자는 자신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이라는 일종의 환상을 갖는다는 거죠. 하지만 남자의 지식, 혹은 화려한 언변이 얼마나 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아나운서 전현무 (출처 : 경향DB)


뇌섹남에 대한 정의도 확실하게 규정되어야 하겠지만 이제는 뇌섹녀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여자들은 너무 똑똑한 척하면 드세보이거나 매력없다고 교육받아왔지만 이제라도 엉덩이나 가슴이 아니라 뇌세포가 섹시하다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줄 시대가 아닌가요. 지식이 풍부해 공부도 잘하고 체력도 뛰어난 알파걸 시대라는데 왜 여자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나 귀여운 애교로만 평가를 받아야 할까요. 방송에서라도 부드럽게 지식과 지혜를 공유할 여자들을 기대합니다.


유인경 선임기자 alice@kyunghyang.com


Posted by 유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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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칠링 2015.03.26 2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몸이 아니라 뇌가 섹시한 여성들이 방송에서 우리 사회에서 많이 활약하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요 ^^

  2. 꽃돼지선 2015.08.25 1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겉모습만 꾸며대는 여자들만 자꾸만 나오지 말고 뇌섹녀들도 나오는 방송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