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경향신문 DB


니가 깜짝 놀랄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다리
쭉뻗고 잠들진 못할거다
그게 뭐냐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이번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거다
그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거다
하지만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좋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그냥
별일 없이 산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없이 산다>의 가사다.

경쾌한(?) 리듬의 노래인데 막상 가사를 음미하면 가슴이 아리다.
어쩌면 변심한 전 애인에게 혹은 과거 학창 시절의 라이벌이었던 친구를 만나 쿨한척 들려주는 허세일 수도 있다. 남들이 내가 시련을 겪으며 불행하거나 매사 불만족스러울 줄 알텐데 정작 아무 걱정없이, 사는게 재미있다고 주장하면 상대방은 은근히 기분나쁘고 찜찜할 수도 있다.

얼마나 별별 일이 가득한 세상이면 “네가 들어서 불쾌하고 두다리 쭉 뻗고 자지 못할” 이야기가 별 일 없이 산다는 것이고 그걸 유행가로 만들었을까.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이 걱정거리 투성이고 재미없고, 지루하고, 짜증난 일들이 가득하다는 반증일게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그 잘난 후추까지 속여 팔아 안심하고 먹을 음식 찾기도 힘들고,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인지 표풀리즘인지 무상급식에 반값등록금 등 대책없는 논쟁만 늘어놓고, 애인이 변심했다고 자살하고, 누가 투서를 보내 자존심을 상했다고 하루에 50여명이 자살하는게 2011년 대한민국의 다큐멘터리다..

출처: 경향신문 DB

갓 태어난 아이들을 봐도 축복보다 한숨이 나온다. 저 애들은 이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얼마나 전쟁을 치르며 살까. 요즘은 가수부터 아나운서까지 다 오디션으로 뽑던데 평생 얼마나 유형무형의 오디션에 시달릴까란 노파심이 든다.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도 병아리같은 귀여움에 감동하기보다 “얼마전에도 유치원 스쿨버스 기사가 성추행을 했다던데..” “요즘은 초등학때부터 영어 토익·토플 시험도 봐야 한다던데..”란 걱정에 안쓰럽기만 하다.

<청춘예찬>을 노래하던 것도 옛말, 요즘은 ‘삼포세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며 그저 무사히 취직하고, 들어간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버티기만 바라며 희망도 꿈도 없이 산다. 학기말 고사 기간에도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여하고, 어떻게든 학비를 벌어보려고 하루에 2개씩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에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더라”란 덕담(?)을 해줄 용기가 없다.

한 업체에서 청춘고민 상담소를 토크쇼 형식으로 운영한다면서 강의를 해달라고 하는데 주제가 ‘친구없어요’ ‘애인없어요’ ‘꿈이 없어요’란다. 삼포가 아니라 삼무시대인 셈이다.

중년들도 마찬가지. 집값은 물론 식당의 음식값도 올라서 점심 식사도 맘편히 못한다. 직장의 인사 철마다 자기의 재능과 열정에 상관없이 장기판 말 처럼 조종되고 옮겨지는 것에 대한 자괴감에 속이 쓰리고 대출받은 은행 금리를 신경써야하고 아이들에게 근사한 부모가 되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린다.

중년아줌마들의 계모임에 가보면 ‘의학 드라마’ 수준이다. 한 친구가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각자 어디가 아픈지, 최근 어떤 약을 먹고,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바쁘다. 몸이 건강한 친구는 남편과 이혼했거나, 자식에게 뭔가 문제가 있거나 친구에게 돈을 꿔줬다가 속앓이하거가 부모가 치매나 중풍으로 투병중이라 병수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난 무궁화야. 예쁘게 봐줘.”(자궁을 적출했지만 그래도 여성이니 꽃이란 뜻)
 “난 쓸개없는 인간이란다. 그러니 내 말 믿지마. 호호호 ”(쓸개제거 수술을 받은 친구)
 “내가 제일 용감할 거야. 뵈는게 없거든.”(최근에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 친구)

 
예전엔 남편 자랑, 자식 자랑에 바쁘고 은근히 미모경쟁을 하던 친구들이 이젠 이렇게 쓸쓸한 농담을 한다.
 
한 친구는 우리나라 방송사들이 드라마를 많이 만드는 것, 그리고 드라마가 정말 재미있는 이유를 대한민국에 너무 복잡하고 사건사고가 많고 걱정거리가 많아서라고 분석한다. 일상의 시름을 말도 안되는 막장드라마, 욕을 하며 보는 드라마를 통해 마취되고 치유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란다.

정치인들과 사회지도자들이 정작 우리 국민들에게 해줄 일도 대단한 것이 아니라 ‘별일없이 살게’해주는 것이 아닐까.

출처: 경향신문 DB

한나라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인들중에서도 내년에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직장을 그만 두거나 출마지인 고향으로 떠난 이들이 늘고 있다.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대선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담당하는 이들은 정말 황당한 공약을 많이 한다.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 소득 3만불 시대를 함께 만들자 등등.. 그들 뜻대로만 되면 대한민국은 지구, 아니 우주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어메이징하고 판타스틱한 나라가 될게다.

물론 하나님도 우리 개개인의 행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또 국민소득 3만, 4만 달러가 된다고 해도 실상은 상위 20%가 전체소득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니 그것 역시 별 의미가 없다.

나를 비롯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말 소박하게 ‘별일없이 사는 것’이다. 국민이 돌아가며 로또에 당첨되길 바라거나, 전국민이 다 대학에 무상으로 다니고, 누구나 원하는 집을 소유할 수있는 천국을 바라는게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도 하고, 이 사람이다 싶으면 당당히 결혼하고, 적성에 맞고 안정적인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직하고 부지런히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하고, 아이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고, 그 아이가 원하면 대학에 가고 원치 않으면 다른 전문직종을 찾아도 손가락질 받지 않고, 병이 걸리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부모가 치매에 걸리면 시설이나 파견 간병인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고...

그런데 이렇게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일들이 가장 잘 이뤄지지 않는다.

1년에 천만원씩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압해도 88만원 세대로 편입되거나 자동적으로 전백력(전국백수연합) 회원이 되고
방 한칸 오피스텔 전세를 구할 돈이 없어 결혼도 못하고, 결혼을 해도 유아원비며 우유값 걱정, 여자의 경우 직장에 다시 복귀할 대책이 없어 아이를 낳지 않고...

사랑과 결혼조차 경제논리에 밀리는 사회, 최고의 보물같은 존재인 자식조차 낳지 못하는 시대에 어떤 희망과 꿈을 가져야할까.

난 평소에 지나치게 낙천적이고 낙관적이고 ‘조증’으로 오해받을만큼 명랑한 성격이지만 늘 주변에 별 일이 가득하다. “괜찮아, 좋아질 거야”라고 수시로 주문을 걸도 미소를 지어도 곳곳에서 태클이 들어 오고 몸도 말을 하기 시작했다.
 
또 나만 별일없이 산다고 행복한 세상도 아니다. 김진숙씨처럼 6개월을 크레인 꼭대기의 한평짜리에서 투쟁하며 지낸 사람을 보며 정규직인데다 노사분규없는 우리 신문사에 근무하는 나의 별일 없음을 자위하지는 못하겠다.

여름이면 화채를 만들어 먹으려해도 늘 동네 얼음가게에 가서 얼음을 사오다가 냉장고가 생겼을 때 온가족이 느끼던 풍요로움,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받고 퍼지던 행복감, 아기를 낳아 그 아이와 미소를 교환할 때 느끼던 그 충일감,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매일 출근할 직장이 있다는 안정감, 그리고 퇴직금을 받으면 떠나보고 싶은 세계 곳곳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지는 마음...우리는 왜 이런 일상의 즐거움을 잃어갈까..

물론 우리들이 그토록 치열하게 걱정하고 고민하고 싸우고 노력했기에 한강의 기적, 오늘의 대한민국 발전상이 만들어졌지만, 일상에서는 노래 가사처럼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라고 노래하기를 바란다.

'유인경의 수다의 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진숙씨, 미안해요  (34) 2011.07.07
건달로 늙어가기  (17) 2011.07.01
별일 없이 산다는 것  (13) 2011.06.28
그리운 존재  (27) 2011.06.20
착하게 살고 싶어도  (13) 2011.06.14
반값보다 더 중요한 것  (14) 2011.06.03

Posted by 유인경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석중 2011.06.28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일 없이 남들처럼만 살기도 버거운 세상이긴 한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2. 산그림자 2011.06.28 14: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만한 세상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대학에 둘을 보내면서 정말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들고
    아이들이 대학의 낭만이나 희망보다 스펙과 학점에 몸살을 앓는 것을 보니 가엾기만 합니다.
    정말 남들처럼 살기만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갑자기 답답하고 우울해지네요....

  3. 우노 2011.06.28 2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니께서 건강검진으로 갑상선암의 조짐이 있다고 해서 오늘 조지검사를 하고 왔답니다..친가 외가 암으로 돌아가신분 없고 우리집에 저 맹장수술한거 빼곤 수술대에 누운적 없어 마냥 그럴 일 있을까 했는데 막상 일어나니 그 심적부담이 얼마나 큰지 오늘 아침부터 다리에 힘이 하나없이 힘들더군요..결과나오기까지 일주일은 기다려야해서 그 때까진 잊고살자 하는데 쉽진 않을 거 같아요..작은 생채기만 나도 아픈게 사람몸인데 건강하다는 거 만으로 행복해야 하거늘 건강할 때의 사람은 그걸 참으로 많이 까먹고 삽니다..엄니 건강검진 받기전날까지도 참 별일이 많았을텐데 깡그리 까먹고 있네요..
    별 일이란게 결국엔 맘먹기달렸겠죠~별 일 없는 마음가짐 오늘도 다짐은 해봅니다~휴^^;;

  4. 이은아 2011.06.29 0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일 없지?"
    "네, 별일 없어요. 어머님, 아버님은요?"
    "우리도 별일 없다"
    시골에 살고 계신 시부모님과 통화할 때 나누는 말이예요.
    하지만 솔직히 별일은 있죠. 왜냐면 어른들은 "별일없다"
    는 한마디만 듣고 싶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유인경선임기자님 글보고 울컥했어요.

  5. 김민경 2011.06.29 1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별일 없이 산다' 노래를 들어봤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리네요..
    정말 별일 없이 사는게 우리네 소박한 바람일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TV에서 김진숙씨처럼 6개월을 크레인 꼭대기의 한평짜리에서 투쟁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만 별일 없이 산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요
    유인경국장님의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니,국민들의 소소한 바람들이 결국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었네요
    우물안 개구리처럼 일상을 지내다가도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면
    별일 많은 세상을 향해 작은 소리를 내는 용기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1인시위하는 사람들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들고요..
    그러고보니 제가 가진 걱정만 고민만 환경만 힘들다며 투정부리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네요
    세상과 소통하며 그 안에 있는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6. 이 진이 2011.06.29 15: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위 20%가 전체소득의 80% 이상을 소유??? 그것이 진정 사실입니까??
    너무 슬픈 사실이네요 상상보다 훨씬 심각한.
    어제도 수상한 고객들이란 영화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가난하고 자식만 많은 이, 어린데 부모도 없는 이, 장애를 가진 이 그리고 기러기아빠까지 그들을 죽음으로 모는 사회.

    그거 보면서 하루하루 어린 아들의 이쁜 모습에 고슴도치 엄마로
    소소한 정말 너무 별일이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 제 삶에 감사할수 밖에 없더군요.
    모두모두 행복할순 없더라도 그냥 별일 없이만 이라도 살수 있어야 할텐데
    적어도 상위 20%가 아닌 전체 80%는 말예예요

  7. 호호호 2011.06.30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기자님 글은 읽다보면 왠지 제 마음이 후련해져서 자주 오게 됩니다.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고, 많은 경험으로 풀어내시는 글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늘 감사합니다.

  8. 2011.07.04 15: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정세호 2011.07.15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님의 글을 읽고 다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를 들었네요..
    처음엔 느끼지 못했던 노래속의 느낌을 받았어요..
    살아가는 걱정으로 가득한 마음속을 때리는 장기하가 멋있어지네요..
    별일 없이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가끔은 별일들이 너무 몰려들어 힘들지만...

  10. memory foam mattresses 2011.12.24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위기, 열정 해석, 아, 좋은 사랑의 첫 번째 포스터처럼.

  11. handy orten kostenlos 2012.01.16 1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것은 당신이 이미 이익을 만들려는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 거래시 아는 모든이 얼마나 명확 볼 수 주목할 것입니다. 매우 소수 기업이 목표를 계산하는 시간을 내주지만, 성공적인 비즈니스는 항상 수행됩니다.

  12. Tagesgeld Zinsvergleich 2012.01.21 1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와 슬픈있는 밧줄을 그리기. 난 그렇게 생각하지 것입니다. 아무도 그들과 같은 끔찍한 생각에 올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것입니다.